PEOPLE 영화, 그리고 문화 전도사

이스라엘 영화평론가 론 포겔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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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한번은 유대인을 만나라>라는 책이 있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누구나 겪을 법한 인생의 난관들을 유대인이라면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알 수 있다. 80퍼센트의 국민이 유대인인 이스라엘의 문화를 소개하는 ‘이스라엘 영화제’가 한국에서 개최되었다. 우리는 이 영화제를 통해 유대인의 지혜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스라엘 문화를 홍보하기 위한 많은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이스라엘 음악회, 댄스 페스티벌, 파인 아트 페스티벌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문화를 폭 넓게 알리고 있다. 11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아트 시네마’에서 열린 ‘이스라엘 영화제 : 21세기 주목할 작가 특별전’은 이스라엘 문화와 정서를 한국의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알리고자 기획한 행사였다. 

 

이스라엘 영화제에서는 총 7편의 영화가 소개되었는데, 21세기 이스라엘 영화의 최근 경향은 물론 주목해야 할 이스라엘 감독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칸이나 베를린, 선댄스 등 국제 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영화들이어서 작품성도 겸비했다.

 

이번 영화제를 위해 방한한 이스라엘의 유명 영화평론가 론 포겔 씨는 관객과의 ‘Q & A’ 코너에 직접 참석하여 이스라엘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도 다양한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문화 교두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론 포겔 씨를 만나 이스라엘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올해 이스라엘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7편의 영화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A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매치메이커>다. 이스라엘에서도 38만 명의 관객이 들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작품이었다. 예전에는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에 대해 다루기란 쉽지 않았다. 이 영화가 개봉한 이후로 조금씩 그 문제에 대해 다루는 영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매치메이커>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무거운 사회 문제를 개인의 가벼운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요즘 이스라엘 영화의 주된 트렌드는 거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보다는 소소한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인데, 이 맥락과 함께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잘 만들어졌다. 2010년 이스라엘 아카데미에서 남녀 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Q <아버지만의 영광>을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다. 탈무드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인 주인공들도 그렇고, ‘키파(유대인들이 쓰는 반구형 검은 모자)’를 쓰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흥미로웠다. 이 영화를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당신이 한 질문에 답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아직도 이스라엘에서는 낙타를 타고 다니고, 전쟁 중에 있고, 중세 시대처럼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배경이 되는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편견을 모두 없앨 수 있다. 영화 감상이란 관광객처럼 그 나라의 변화한 모습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제도 그런 면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만의 영광>은 탈무드에 대해 연구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미묘한 갈등과 학계의 부조리함에 대해 이야기한 영화다. 탈무드는 유대교의 전반적인 생활 지침이 되어주는 교본이기 때문에 유대인들의 사고 방식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고, 이스라엘이 현재 어떻게 변화되어가고 있는지도 영화의 배경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학계의 부조리함 등은 어느 나라의 국민이든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라서 공감을 얻기 쉬울 것 같았다. 또, 2011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받은 영화이기 때문에 한국의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1 2013 이스라엘 영화제 포스터 2 <젤리피쉬> 포스터 3 <아버지만의 영광> 포스터 4 <매치메이커> 포스터

 

Q 매일 영화가 상영되고 난 후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일곱 작품 중 관객들이 가장 큰 흥미를 보인 영화는 무엇이었나?
A <젤리피쉬>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남성 위주의 마초적인 이스라엘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여자 감독이 연출한(쉬라 게폰, 에트카 케렛 부부가 공동 연출했다) 여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 결혼식장 전문 웨이트리스와 다리를 다쳐서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한 신혼부부, 히브리어를 하지 못하는 필리핀 가정부를 주인공으로 각각의 인물들의 쓸쓸한 여정을 쫓는 멀티플롯 영화다. 현대판 동화 같은 연출로 판타지적, 몽환적 요소가 가미되어 관객들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에 대해 궁금해한 덕분에 이와 관련된 많은 질문을 받았다.

 

Q 이번에 한국에서 열린 이스라엘 영화제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A 현재 이스라엘은 발전된 기술과 창조 정신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영화를 통해 실제로 이스라엘이 얼마나 발전된 나라인지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란 것 같았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고 말해주었다. 영화의 내용이나 전반적인 작품성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스라엘 영화에 대해서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Q 반면에 이스라엘 하이파에서는 11월 17일부터 29일까지 한국 영화제가 열린다. 어떤 영화들이 소개되나?
A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광해> <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이다. 한국 영화제는 모든 상영관이 다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올해에는 내가 예술 감독으로 참석하게 된다. 한국 영화제에 대한 이스라엘 관계자들의 기대가 매우 크며, 내년에는 좀 더 새로운 것들을 기획해보고자 애쓰고 있다.

 

Q 이스라엘에서 한국 영화제가 열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3년 전 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페스티벌이다. 한국의 영화들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개인적으로 나도 매우 좋아하는 작품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 관객들에게 한국의 영화를 알리고 싶어 한국 영화제를 기획했다. 현재 세계 영화 중 가장 괜찮은 영화가 한국 영화라고 생각한다.

 

Q 이스라엘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는 무엇인가?
A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예술성 위주의 영화라는 평을 많이 받는데, 이스라엘에서는 상업 영화로 통한다. 배경이 잘 보여지는 영화들이기 때문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감상하며 한국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서 관객들이 더욱 흥미를 갖는다. 이스라엘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어서 국민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많은 한국 영화가 이스라엘에 소개되었으면 하지만 한국의 특수한 문화를 소개하는 작품 외에 상업성을 갖는 영화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해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공식 수입·개봉되기는 힘들다. 예를 들면 <도둑들>보다는 <오션스일레븐>을 개봉하는 편이 수익을 얻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다양한 한국 영화가 개봉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 영화를 꼽는다면?
A 양윤호 감독, 양동근 주연의 <바람의 파이터>를 좋아한다. 어느 날 새벽, 케이블 채널을 틀었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운 무술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어, 저런 영화도 있네?” 하고 감탄하며 봤다. 이스라엘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색적인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아하게 된 영화다. <시월애>나 <쉬리> 등 한국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Q 이스라엘 영화제, 한국 영화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나가길 원하나?
해마다 정기적으로 영화제가 열렸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더 큰 호응을 보여줘야 한다. 또 쉽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인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문화적 거래도 점점 더 왕성해지고, 나아가 정치적으로도 긴밀히 연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와 이스라엘이 우호적인 관계로 지내는데 문화콘텐츠들이 교두보의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imagazinekorea.com 에디터 김경은 | 포토그래퍼 이근수(PEN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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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경은PHOTO : 이근수(PEN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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