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데스게임을 잊게 하는 데스게임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뜨겁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구슬치기’ 등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특수성이 가득한 <오징어 게임>은 어떻게 전 세계인을 홀리며 보편성을 획득한 것일까?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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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1억이 넘는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솔직히 여전히 나는 잘 모르겠다. <오징어 게임>의 그 무엇이 넷플릭스 구독자를 유혹했는지 말이다. 그러니 <오징어 게임>의 성공 비결을 파헤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대신 <오징어 게임>의 인기 속에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오징어 게임>은 아주 단순한 영화다. 인물의 성격이나 사연, 인물 간의 대립 구도와 그 전개 과정 역시 전형적이다 못해 상투적이다. 데스게임이라는 설정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 충분히 보아온 서사적 설정이다. 다만, 데스게임이라는 설정은 영화보다 OTT 플랫폼의 드라마에 더 적합하다. 왜냐하면 토너먼트처럼 생존자를 탈락시켜가는 설정 자체가 한회 한회를 이어가야 하는 시리즈에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넣기 때문. 하지만 그것이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미지수다. 사실, <오징어 게임>에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오징어 게임>이 ‘어떠한 작품인가’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즐기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함이다. 단순할수록 전체에서 부분을 떼어내거나 잘라내기 쉽다. 그러니까 <오징어 게임>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작은 부분 하나만 떼어내어 그것만 즐겨도 좋을 정도의 단순함을 갖춘 영화다. 

 

 

 

 


지금 <오징어 게임>의 폭발적 인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에서 ‘영화를 소비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오해는 말라. 나는 <오징어 게임>이 이러한 시대를 열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영화를 소비해왔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만큼 그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기생충>의 최대의 수혜자가 ‘짜파구리’였다는 사실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기생충>은 작품 자체에 대한 논쟁과 그것이 담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반추하려는 시도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오징어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은, 이 작품이 담아낸 메시지나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영화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를 페티시적으로 즐기는 쪽에 가깝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영화의 소비’다. 지금의 관객들이 <오징어 게임>에서 발견한 것은 ‘을’과 ‘을’이 서로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시대의 알레고리가 아니라, ‘트레이닝복’과 ‘달고나’, ‘구슬치기’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영화를 이루는 부분적 요소를 즐겁게 탐닉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치열한 경쟁을 넘어서 서로를 짓밟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데스게임은 여러 호텔과 리조트의 이벤트가 되어 ‘즐거운 유희’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전체에서 부분을 떼어내어 즐기기. 이 작품을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의 설계자나 관람자가 아닌 게임의 참여자로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영화 속 게임을 흉내 내며 즐기면서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진짜 게임을 잊는다. 즐거운 유희의 게임 속에 잊은 잔혹한 데스게임. 이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 이 글을 쓴 안시환은 영화 평론가이다.
COOPERATION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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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더네이버>편집부PHOTO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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