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전기차 루체는 등장과 함께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분명한 건 페라리가 지금 역사의 새로운 휘장을 열어젖혔으며, 루체는 그 장대한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2026.07.05
1947년 로마 그랑프리에서 페라리가 브랜드의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둔 지 79년, 페라리는 다시 로마로 돌아와 벨라 디 칼라트라바(Vela di Calatrava)에서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Luce)’를 공개하며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전 세계 미디어 앞에서 페라리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Luce)’가 공개된 순간, 행사장은 압도적 정적과 서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이 차를 둘러싼 외부 소음은 엄격했던 엠바고가 풀리자마자 최고조로 분출됐다. “중국 전기차 같다”, “애플카가 로고만 바꾼 것 아니냐”, 심지어 “엔초 페라리가 무덤에서 일어나 통곡할 디자인”이라는 비판이 소셜미디어를 뒤덮었다. 심지어 루카 디 몬테제몰로 전 회장이 “루체에서 페라리 로고를 당장 떼야 한다”고 일갈했다는 소식은 디자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루체의 실물은 그 비판에 도저히 동조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디지털 평론가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주장을 펴며 ‘페라리다움’이라는 정의에 루체를 가두려 들지만 페라리는 애초에 그 굴레를 깨부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지난 2월, 인테리어 선공개 당시 많은 이들이 정교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에 매료되었던 것과 달리, 이번 외관 공개 직후의 논란은 어쩌면 예고된 수순이었다. 페라리 디자인 수장 플라비오 만초니 팀의 역량이라면 누구나 찬사를 보낼 만한, 기존의 우아한 조형미와 공격적인 캐릭터를 재해석한 ‘안전한’ 페라리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페라리는 굳이 험난한 길을 택했다. 러브프롬(LoveFrom)의 조니 아이브와 마크 뉴슨에게 디자인 협업을 제안한 것 자체가 기존의 관습을 전복하겠다는 페라리의 의지였다.

루체는 기존 페라리 슈퍼카의 조형미를 전기차에 억지로 이식하는 대신, ‘전기차 아키텍처’라는 완전히 새로운 도화지를 선택했다. 페라리는 이를 두고 “기술의 전환(Transition)이 아닌 추가(Adding)”라고 정의한다. 페라리 최고 마케팅 및 커머셜 총괄 엔리코 갈리에라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한 페라리의 지향점은 명확했다.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전동화로 급격히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라는 강력한 선택지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함으로써 브랜드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칵테일 파티에서 만난 일본 <카그래픽> 가토 데쓰야 편집장에게 “차가 어땠냐”고 짧게 물었을 때 “Different Context, True Ferrari(다른 맥락, 그러나 진정한 페라리)”라는 대답이 즉시 돌아왔는데, 곱씹을수록 이 베테랑 평론가의 진단이 루체의 본질을 가장 적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루체는 고막을 찢는 엔진음과 미드십 엔진의 비율이라는, 대중이 정의한 ‘페라리’의 전형을 깨부순다. 전형에 머무는 것은 페라리의 본질이 아니며 정체야말로 브랜드에게는 퇴보를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기술 완성도 면에서 루체는 논란의 여지를 잠재울 내공을 장착했다. 각 바퀴에 배치된 4개의 전기 엔진으로 구현한 1,050마력(772kW)의 합산 출력과 2.5초의 제로백은 페라리 본연의 퍼포먼스를 증명한다. 더 주목할 점은 감성 영역의 기술적 해법이다. 페라리는 전기차 특유의 ‘디지털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 정밀 가속도계를 활용, 실제 부품의 회전 진동과 소리를 포착해 증폭하는 방식으로 사운드를 디자인했다. 인위적인 합성음 대신 기계적 본질에 뿌리를 둔 소리를 창조한 것이다. 또한, 알루미늄 표면의 정밀한 촉감, 토글 스위치와 기어노브 등의 아날로그 조작감은 운전자가 페라리 전기차라는 낯선 장르 속에서도 페라리만의 감성 언어를 충분히 느끼도록 유도한다. 단순히 이동 수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전달하려는 페라리의 고집이다.

출시 이후 한 달 가까이 흐른 현재까지 계속되는 논란은 루체라는 새로운 존재가 가진 무게를 실감케 한다. 논란이 없는 페라리는 페라리가 아니다. 테스타로사나 250 GTO조차 등장 당시에는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는 파격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출시 당시 “치즈강판”, “질레트 면도기”라는 조롱을 받은 테스타로사는 페라리의 전설로 남았고, “못생긴 돌연변이”라는 혹평을 들은 250 GTO는 이탈리아 법원으로부터 ‘법적 예술품’이라는 인증까지 받은 바 있다.
사실, 루체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이들의 상당수는 페라리의 실질적 고객이 아니거나, 혹은 ‘터널을 지날 때의 고막을 찢는 배기음’ 같은 낭만에 갇혀 5인승 이동 수단이라는 루체의 확장성을 부정하는 이들이다. 분명한 것은, 루체는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고객을 유입시킬 기념비적 페라리라는 점이다.
페라리는 루체를 캐피털 마켓 데이, 인테리어 공개, 로마 월드 프리미어라는 3단계의 긴 호흡으로 공개를 진행했다. 고도로 치밀한 전략이다. 브랜드의 인텐션(의도)과 대중의 퍼셉션(인식) 사이에는 여전히 안드로메다급 간극이 존재하지만, 페라리는 논란을 적극 감당하며 스스로 관습을 파괴하고 재건하는 길을 택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 차를 사줄 2,000명의 고객은 항상 존재한다”던 몬테제몰로의 자신감은, 루체 시대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논란의 결과물이 현실의 거리에서 어떻게 증명되느냐다. 조롱을 찬사로 바꾸는 것은 결국 화려한 마케팅이나 그럴듯한 해명이 아닌, 오직 존재감과 드라이빙일 테니까. 루체의 이름이 과연 페라리가 전동화라는 혼돈의 어둠을 통과하며 찾아낸, 대담하고 웅장한 빛(Luce)이 될지 유심히 지켜볼 시간이다.
국내에는 오는 9월경 선보일 예정이고, 출시 가격은 8억원대 중반이 될 거로 보인다.

엔리코 갈리에라 페라리 최고 마케팅 및 커머셜 총괄 인터뷰
“루체는 100% 페라리,
새로운 가치의 확장”
페라리 루체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페라리 마케팅 및 커머셜 총괄 엔리코 갈리에라(Enrico Galliera)를 <더네이버>가 단독 인터뷰했다.
전동화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페라리는 브랜드 고유의 드라이빙 이모션(주행 감성)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왔는데요, 한국과 같이 전기차 도입과 인프라 확장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시장에서, 페라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변치 않는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판단하십니까?
첫 번째로 짚고 넘어가야 할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우리는 기존 라인업을 전기차로 완전히 대체하는 개념의 전환이 아니라, 전동화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라인업에 추가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목표는 순수 전기차만 판매하는 브랜드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동화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제품 라인업에 새로운 가치와 차원을 더하는 데 있습니다. 내연기관 엔진에 대한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속하고 하이브리드 기술에도 변함없이 투자하면서, 여기에 순수 전동화 모델을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페라리 루체는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모델이 아니라 라인업을 한 단계 위로 확장하는 모델입니다. 이는 우리가 시장에 특정 기술을 강요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시장에 그들이 원하는 기술을 선택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습니다.
한국 시장은 전 세계에서 전기차 성장 속도가 가장 가파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약 14년 전 우리가 공식 수입사를 설립했을 때 처음 한국을 방문한 기억이 선명합니다. 당시 제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은 것은 한국과 이탈리아 간의 연결고리였습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바다와 산 등 멋진 자연을 지니고 있으며, 사람들은 미식, 패션, 스타일에 조예가 깊고, 특별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이탈리아 문화와 일맥상통하는 요소가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페라리가 한국에서 유의미한 포지셔닝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번에 루체가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한국 고객들의 구체적인 니즈를 완벽히 충족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루체는 외관 디자인을 베일에 싸둔 채 인테리어를 먼저 공개하는 파격적인 사전 마케팅 접근 방식으로 전 세계 미디어와 대중의 엄청난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뒤에 숨겨진 의도는 무엇이었습니까?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을 때, 푸로산게를 비롯한 기존 모델의 차체를 가져와 단순히 전기 모터만 얹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적 아키텍처부터 시작해 완전히 새로운 차량을 처음부터 엔지니어링했습니다. 조니 아이브와 마크 뉴슨이 이끄는 러브프롬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협업을 진행할수록, 이 차량이 품고 있는 혁신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페라리 역사상 처음으로 신차 출시 단계를 세 가지 챕터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챕터 1인 캐피털 마켓 데이에서는 전체적인 기술을 발표했고, 챕터 2인 샌프란시스코 행사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먼저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챕터 3에 이르러 전체적인 요약과 함께 외관 디자인을 최종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마케팅 측면의 대담한 결정이었지만, 혁신 기술들을 깊이 있게 설명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기반한 선택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행사로는 페라리 루체의 모든 가치를 보여주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이 전략은 의도한 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합니다. 샌프란시스코 행사 이후 차량의 전체 모습을 공개하기 전임에도, “와, 이것은 새롭다. 흥미롭다. 더 알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정보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네, 지금까지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루체가 글로벌 시장에 소개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보면, 단순히 시장의 트렌드를 좇는 전기차(EV)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온전한 또 하나의 페라리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브랜드의 위대한 헤리티지와 미래 비전 속에서 페라리 루체가 지닌 진정한 의의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정확한 지적입니다. 루체는 100% 페라리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새로운 페라리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당사 기술 팀에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운 과제였죠. 본래 전기차 기술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제작하는 데는 불리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로 인한 중량 증가 문제가 대표적이며, 변속기가 없고 엔진 사운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페라리를 운전하는 순간을 상상해보십시오. 시트에 앉아 엔진 시동을 걸고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며 기어를 변속하는 행위 자체가 드라이빙의 본질적 즐거움입니다. 코너를 공략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모든 역동적인 과정이 재미 요소입니다. 하지만 일반 전기차는 이러한 감성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기술 팀의 거대한 도전 과제는 전동화의 구조적 단점들을 완벽하게 상쇄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페라리 루체를 직접 운전해보면, 모든 엔지니어링 기술이 진정한 스포츠카의 역동성을 구현하고 있어 마치 2인승 스포츠카를 몰고 있는 듯한 민첩한 핸들링과 정교한 차체 제어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또 실제 모터 사운드를 정교하게 증폭시킨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차량과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연결되며, 패들에 장착된 시프터를 통해 마력과 토크의 전달 과정을 제어함으로써 차량과 깊이 상호 작용하는 변속의 손맛(토크 시프트 매니지먼트)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가짜가 아닌 기계적인 메커니즘의 구현입니다. 그래서 루체를 운전해보면, 모든 엔지니어링 기술이 진짜 스포츠카의 역동성을 구현하고 있어 2인승 차량을 운전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엔진 사운드가 차량과 운전자를 연결하고, 패들에 마력과 토크를 제어하는 시프터가 있어서 차량과 상호 작용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런 동시에 넓은 공간을 지니고 있죠. 뒤쪽에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고, 시트에 5명이 앉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의 조합이 루체를 유니크하게 만들었습니다. 페라리 제품군뿐만 아니라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함입니다. 그래서 잠재적인 다른 타깃의 고객층을 유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011년 방문에 이어 2023년 유니베르소 페라리 행사까지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셨는데요, 자동차 산업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서 목격하신 인상 깊은 진화나 변화는 무엇입니까?
자동차와 페라리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가 처음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때 페라리는 소수를 위한 꿈이었습니다. 오직 드라이버와 레이서를 위한 차였죠. 고성능이기 때문에 페라리를 갖고 싶어 했고 그것이 페라리에 대한 인식이었습니다. 물론 일관되고 좋은 인식이지만 타깃이 극도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오늘날 페라리는 라이프스타일로 간주됩니다. 내가 좋아서 페라리를 사는 것으로 여기며, 반드시 성능이 가장 뛰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GT 차량, 즉 아말피나 로마가 매우 성공적이며, 이는 시장의 진화를 보여주었습니다. 더 빨리 달리고 싶어 하는 작고 미세한 세그먼트의 사람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 측면에서 정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세계는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말씀하신 대로 한국은 전기 기술을 조기에 도입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루체를 가지고 오기에 완벽한 나라죠. 전반적인 시장 측면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이렇게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행동 방식, 예를 들어 삶, 의복, 뷰티, 음식 등 이탈리아와의 매우 높은 연결고리를 발견한 것이 매우 놀라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수준은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훨씬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근에 전담 오피스를 설립하고 본사의 매니저 중 일부를 서울에 상주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더네이버, 자동차, 전기차
EDITOR : 이경섭PHOTO : Ferr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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