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21세기형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의 소설과 동명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원작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이 하나의 이름으로 엮일 수 있는 건 시대를 뛰어 넘어 반복되는 분노를 다뤘기 때문이다.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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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1845년 9월 파리의 교외 지역인 ‘몽페르메유’에 잠시 들른다. 위고는 그곳에서 영감을 얻어 2주일 뒤 <레 미제라블> 집필을 시작한다. <레 미제라블>에서 일자리를 찾으러 가던 팡틴이 자신의 어린 딸 코제트를 여인숙에 맡긴 곳이 바로 몽페르메유다. 위고가 ‘숲속의 작은 마을’이라고 표현했던 이 도시는 지금은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다양한 이민자와 빈곤층이 주로 거주하는 슬럼가다. 빅토르 위고 시대로부터 15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프랑스의 신예 감독 ‘레주 리’는 다시 한번 몽페르메유를 향해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과감하게 자신의 작품에 프랑스 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 ‘레 미제라블’이라는 제목을 내건다. 

 

영화 <레 미제라블>의 시작은 월드컵 결승전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인파 속에 유색 인종의 소년 ‘이사’가 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삼색기를 흔들며 ‘모두가 하나 되어’ 프랑스팀의 승리를 응원한다. 하지만 레주 리가 이 광경을 보여주는 것은 그들이 진정 하나의 프랑스인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지방에서 전근 온 경찰 ‘스테판’의 시선으로 그 분열된 현실을 바라본다. 스테판과 동료들은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아기 사자의 행방을 찾는다. 스테판 일행은 범인으로 ‘이사’를 지목하고 그를 쫓다 동네 소년들과 실랑이를 벌인다. 그런데 거칠게 나오는 소년들의 태도에 당황한 스테판의 동료가 발포한 고무탄에 이사가 맞아 쓰러지는 일이 발생한다. 하늘에는 근처 아파트에 사는 소년이 띄운 드론이 이 상황을 그대로 찍고 있다. 스테판은 이사를 병원에 데려가려 하지만, 고무탄을 발포한 크리스는 드론이 찍은 영상을 확보해서 이 사실을 은폐하는 게 우선이다. 경찰들은 경찰대로 이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이 영상을 확보해 경찰을 뜻대로 주무르려는 지역의 범죄 조직 역시 자신의 조직력을 총동원해 그 영상의 행방을 쫓는다. 

 

 


<레 미제라블>은 경찰의 분노와 아이들의 분노가 서로를 자양분 삼아 증폭하면서 벼랑 끝까지 달려가는 영화다.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연출 기법으로 구현한 영상과 지역의 실상을 알지 못하는 스테판의 시선으로 전달되는 현장이 만들어낸 긴장감은 관객의 목을 졸라오기에 충분하다. 범죄와 폭력이 일상이 된 소년들과 그런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 더 강력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 그 누구에게도 동의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단지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숨 막힐 듯한 고통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이는 폭력적 장면 때문이 아니라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암담한 현실 때문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영화 <레 미제라블>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레주 리 감독이 실제 목격한 이야기로 구성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이다. 


이민자로서 몽페르메유에서 성장한 레주 리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광경을 캠코더에 담아 현실을 고발해왔고, 이를 통해 소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경찰을 법정에 세우기도 한 감독이다. 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을 설명하며 “단테가 시로 지옥을 그려냈다면 나는 현실로 지옥을 만들려 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말은 레주 리의 영화적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레주 리의 카메라에는 여과되지 않은 분노가 폭발하는 듯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레 미제라블>은 강렬한 만큼 위험한 영화다. 

 

※ 이 글을 쓴 안시환은 영화 평론가이다.
Cooperation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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