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감각의 영역에 발을 들인 화장품

실크를 걸친 듯 매끄러운 촉감,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 요즘의 화장품은 시각과 촉각, 그리고 후각에 이르는 몸의 감각을 깨우는 데 집중한다. 끊임없이 진화를 거치며 어느새 감각의 영역에 발을 들인 화장품에 대해 알아보자.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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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측정

특정 물체에 대한 느낌을 정확한 수치로 나타낼 수 있을까? 그저 좋거나, 싫거나, 이렇게 두 가지로 단순하게 나눌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화장품을 예로 들면 제품이 지닌 효능 외에 그 안에 담긴 질감, 향, 피부에 스며드는 느낌과 피부 표면에 남는 잔여물 등 평가 요소는 아주 많다. 과거와 달리 화장품 제조 기술은 상향 평준화되어 모든 스킨케어 제품이나 메이크업, 향수 등은 우수한 효능을 기본으로 지니고 있다. 결국 동일한 카테고리 안의 제품 중 베스트셀러와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제품을 가르는 기준은 감각적인 부분에 달려 있다. 특히 화장품은 감각에 굉장히 의존하는 상품이다. 그렇기에 뷰티 브랜드는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그들의 진짜 속마음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한다.

어떤 향수를 시향해본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뇌파 측정을 하면 결과가 180° 달라진다. 그들의 뇌파는 솔직한 반응을 드러내니까. 막연히 미래 기술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이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설문조사나 리서치를 통한 일반적인 조사 방법은 정확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일부 소비자는 기업의 설문조사에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스스로도 왜 특정 상품을 선호하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 영상 촬영이나 뇌파 측정, 시선 추적 등의 뇌과학 기술을 이용하면 소비자의 뇌세포 활성화나 자율신경계 변화를 측정해 소비자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센서리 사이언스(감각 연구, Sensory Science)라고 한다. 본래 식품업계에서 가장 활발히 이뤄졌던 감각 연구는 오늘날 모든 산업 영역에 활용되고 있다. 다이슨(Dyson)은 헤어 드라이어를 선보이기 전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엔진 소리를 연구한 후 이를 모터에 적용했다고 한다. 제품의 매력을 높이는 과정은 이렇게 섬세하게 이루어진다. 기아자동차가 선보인 중대형차 K7 또한 감각 연구의 결과로 탄생한 이름이다. 소비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가장 큰 호감을 보인 알파벳 ‘K’에 승리를 의미하는 숫자 ‘7’을 붙여 만들어낸 것. 이처럼 우리가 흔히 접하고, 만지고, 구입하는 모든 제품 중에는 감각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들이 아주 많다.

 

 

 

트렌드를 반영한 에어리 텍스처를 폭신한 크림 블러셔에 담아낸 나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벼운 컬러를 유지해준다.

 

 

감각 연구

전 세계적으로 뷰티 업계를 선도하는 로레알이나 LVMH 같은 글로벌 코즈메틱 그룹에서는 이미 다양한 인종, 나이, 성별의 사람들의 감정과 감각에 대한 연구 결과를 신제품 개발, 디자인 개선, 매장 디스플레이 및 웹사이트 사용자 환경 개선 등에 활용하고 있다. 감각 연구가 바로 그 핵심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이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9년 출범한 ‘고객연구 랩’은 고객의 숨은 감성까지 파악하고 이를 정확한 수치로 정량화하는 과정을 통해 그 결과를 상품으로 구현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이 느끼는 시각과 후각, 미각, 촉각 등의 감각을 수치화하는 과학을 적용한 것. 예를 들어 사과주스를 맛보았을 때 단순히 ‘사과 주스가 달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단맛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이다. 물론 당도계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 느끼는 단맛의 정도는 단맛과 신맛, 사과의 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기 때문에 당도계의 수치와 사람이 느끼는 단맛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 설명처럼 아모레퍼시픽은 주로 식품 영역에서 활용되던 이 과학 기술을 화장품 영역으로 확장했다. 화장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복합적인 감각을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할 수 있으면 연구원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시행착오를 줄이고, 간과했던 부분까지 보완해 완벽한 제품 설계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람들의 감성에 집중하는 연구를 위해선 다양한 고객을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로 인해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고객 연구 센터가 자리 잡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고객과 한층 가깝게 만나기 위해 설계된 이곳에서는 뇌파, 피부 측정 등의 과학적인 테스트를 실시해 고객의 감성을 수치화하고 이를 연구한다. 고객이 실제로 어떤 것을 원하는지, 좀 더 민감한 감성 영역까지 연구하고자 하는 뷰티 브랜드가 가져야 할집념, 그리고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 몸의 감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텍스처와 향에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브랜드, 필보이드.

 

 

느낌의 기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뷰티 브랜드는 소비자의 감각을 측정하고, 연구한 결과를 반영해 제품을 만드는  감각 연구에 집중해있는  한편, 첨단과학 기술을 동원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갈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애쓴다. 이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텍스처, 패키지, 그리고 브랜드가 탄생한다. 
이제는 필수가 되어버린 마스크 아래서 뭉치고 갈라지는 피부 표면부터 번지고 지워지는 컬러 메이크업 탓에 사실상 맨얼굴에 가까운 에어 페이스 메이크업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에 나스에서는 화장을 하지 않은 듯 편안하고 가벼운 텍스처를 지닌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에어리 텍스처(Airy Texture)다. 공기처럼 가볍고 산뜻해서 붙은 명칭인데,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피부에 무언가를 덮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기존의 메이크업 제품과는 달리 나스의 블러셔는 폭신한 느낌의 피그먼트와 컬러 디퓨전 콤플렉스 성분을 더해 매트하고 부드럽게 마무리돼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맥에서는 파우더 질감의 립스틱을, 조르지오 아르마니에서는 벨벳 텍스처의 파운데이션을 선보이는 등 최근의 텍스처 트렌드는 ‘에어’에 집중하고 있다. 

 

 

 


패키지가 주는 시각적인 자극과 손끝에 닿는 느낌을 디자인 자체에 더한 브랜드도 있다. “뷰티 리추얼은 화장품을 손에 쥐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메이크업의 시작과 끝, 그 모든 과정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죠.” 데코르테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는 립스틱이 손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패키지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실버 메탈 소재에 대각선으로 제품을 가로지르는 라인은 고급스러운 무드를 더해줄 뿐 아니라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하기까지 하다. 립스틱의 캡은 마그넷을 장착해 힘들이지 않고 간편하게 여닫을 수 있다. 마그네틱 캡이 닫히는 순간의 소리와 감촉, 그리고 가볍게 여닫는 제스처까지 모두 우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또한 데코르테의 프리미엄 스킨케어 라인 AQ 밀리오리티는 화려한 팔찌를 착용한 여성의 유려한 팔목 라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이 제품은 손으로 쥐었을 때의 그립감을 높여주는 동시에 시각적인 자극을 더하면서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순간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반면에 브랜드의 출발점부터 감각에 집중한 브랜드도 있다. 감각주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 명명한 필보이드는 온몸에 전해지는 감각의 자극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뛰어난 감촉과 향을 담은 보디, 배스 아이템을 선보이는 동시에 제품을 사용할 때 들으면 좋을 플레이리스트와 감각적인 이미지, 영상을 함께 제공해 고객의 오감을 깨우는 데 집중한다. 브랜드를 구성할 때부터 감각에 포커스를 맞춘 콘셉트와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해낸 브랜드답게 필보이드만의 색을 뚜렷하게 구축했고, 그 감성이 취향에 맞는 많은 소비자들이 필보이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감각과 감성, 이들을 자극하는 브랜드와 제품이 기대되는 이유는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더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감각에 대한 연구와 개발, 그 과정은 치열하지만 그로 인해 탄생한 결과는 오감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풍성한 선물로 다가온다.    

 

ModeL Lira Makeup 박수연 Hair 최은영 Assistant 표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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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주혜PHOTO : 이담비(인물), 김도윤(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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