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맥주 한잔과 즐기는 여행지

여행 노트에 국내 여행지 몇 줄을 넣으려고 한다. 많은 매체와 SNS로 쏟아지는 여행 정보들. 하지만 여행지를 잘 아는 사람은 역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문경, 서산, 정선에 터를 잡고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 고장에서 나는 물과 지역 특산물로 만든 맥주를 한잔 마시며 여행지의 숨은 매력에 대해 들었다.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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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브루어리
문경의 맛은 상큼하다

서울에서 경상북도를 향해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동안 마주하는 풍경은 온통 산이다. 높고 낮은 산봉우리가 끝없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여름이 되면 산의 초록은 더 깊어질 것이다. 백두대간 중 가장 긴 구간, 바로 문경이다. 문경은 공기가 좋고 물이 맑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건 사방에 산들이 있어서겠다. 과거 문경은 석탄업이 주요 산업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석탄 채굴장이 문을 닫자 농업으로 전환한다. 일교차가 크면서도 춥지 않은 문경 지역에서 오미자는 잘 자랐고, 이곳의 대표 특산물이 되었다. 수제 맥주를 만드는 가나다라 브루어리의 배주광 대표와 김억종 브루어 마스터가 만난 계기도 바로 이 오미자다. 배주광 대표의 부친이 문경에서 오미자 가공 농장을 하면서 김억종 이사의 부친을 알게 되었고, 수제 맥주 사업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사람의 자제들이 만나게 되었다. 이동통신사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해왔던 대표와 농업을 전공한 브루어 마스터의 만남은 현재 가나다라 브루어리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문경새재 브루어리라는 이름으로 수제 맥주 점촌 IPA를 낸 것이 가나다라의 시초다. 지역색이 짙고 확장성이 적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브루어리는 ‘가나다라’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 “처음부터 마스터플랜이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한글의 기본 글자로 기본에 충실한 맥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죠. CI에는 문경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보려고 했고요. 그러다가 브루어리 디자인에도 한옥 기와를 올리게 된 거죠.” 한국적인 색채가 짙으면서도 고루한 느낌은 전혀 없다. 트렌드를 적절하게 반영한 결과다. 애초 맥주 제조도 주류 시장의 변화를 감안한 선택이었다. 오미자가 유명한 문경에선 오미자 막걸리와 전통주는 물론 와인도 제조된다. 대중의 술 취향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알코올 도수가 낮고 음용성이 좋으며 맛있는 술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에 맥주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맥주 제조 시설이 들어찬 브루어리 입구. 굵직한 서까래가 시원시원하게 뻗어 있다. 

 

일월오봉도 스타일의 CI. 문경의 하늘과 산, 물을 담았다. 

 

가나다라 브루어리의 캔 맥주들. 현재 서울에서는 양재동 AT센터 농특산품 매장과 네니아 북촌시장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소규모 브루어리의 고충은 일정한 맥주 맛의 유지다. 대형 설비가 필요하지만, 항상 측정하고 확인하고 조정하는 작업은 사람들이 한다.

 

가나다라 브루어리를 찾는 이들에게 맥주 시음은 무료다. 이곳엔 사과 한잔, 페일에일, 오미자 에일, 주흘 바이젠 등을 맛볼 수 있는 탭 룸이 있다. 규모가 작아도, 창문으로 제조 파트를 내려다볼 수 있어 특별하다. 맥주 가격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크래프트 맥주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죠. 실제 운영상 높은 가격대로 판매하는 곳도 많고요. 저희는 400ml가 3000원이에요. 운영에 타격받지 않을 정도로 낮춘 가격대인데, 사업이 확장되면 가격을 더 낮추고 싶어요.”

 

찻사발축제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문경새재의 1관문. 

 

고모산성에서 내려다본 진남교반의 풍경.

 

고모산성의 돌계단들. 성에는 돌을 던져 싸우던 투석 터가 남아 있다.

 

강원도에 비해 따뜻하면서도  일교차가 큰 문경은 오미자가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맥주를 시음해보기 전 따뜻한 오미자차를 마실 기회를 얻었다. 입 안에 새콤함이 퍼지고 적당히 단맛이 돌아 기분이 좋아졌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 에일’은 가나다라 브루어리의 간판 맥주이다. 5가지 맛이 있어 오미자라는 이름처럼 오묘한 에일의 맛이 참 독특하다. 오미자는 문경에서 전성기를 맞았는데, 유행을 타는 농작물의 특성상 요즘은 재배가 좀 시들하단다. 다행히 오미자만큼 활발히 재배되고 있는 작물이 또 있다. 바로 사과다. “농사짓는 분들이 일본 등 해외에서 사과 품종과 재배 방식을 배워 오곤 했어요. 벌써 20년이나 된 일이죠.” 김억종 이사가 말한다. 브루어리팀은 어느 정도 당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사과를 가지고 ‘사과 한잔’이라는 애플 사이다도 개발했다. 도수는 4도. 착색 향료나 감미료 등을 가미하는 다른 브랜드의 애플 사이다와 달리 사과와 효모, 물로만 만들었다. 혀에 가볍게 흐르며 뒷맛도 깔끔해, 사과 착즙 주스를 마시는 느낌이다. 사과 한잔과 오미자 에일을 맛보고 나면 뭔가 아쉬워진다. 서울에서 찾아온 손님들도 종종 아쉬움을 표했던 듯, 머지않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오픈할 계획이다. 메인 메뉴는 문경 사과를 넣은 고르곤졸라 피자가 될 듯하다. 

 

진남교반과 고모산성의 아름다운 풍경 사이에 자리한 오미자터널. 철로를 따라 540m의 긴 터널 내로 들어가면 오미자와 관련된 테마 존과 와인바, 카페 등이 있다. 

 

소규모 수제 공장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결국 일정한 맥주 맛이다. 화학 재료를 사용하면, 재료 자체가 일정한 맛을 내기 때문에 대량으로 제조하며 맛을 유지하기가 용이하지만, 어떤 조건으로 재배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농작물의 특성상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렵다. 끊임없는 측정, 계속된 관리와 조정 작업만이 답이다. 브루어리 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얼마 전 진행된 찻사발축제와 같은 대규모 행사가 열리지 않는 한 이곳의 일상은 조용하다. 문경이 고향인 김억종 이사는 문경의 고요함을 추천했다. “저는 이곳에 살고 있어서 느끼지 못하지만, 가끔 도시로 휴가를 나갔다가 돌아오면 깨닫죠. 문경이 여행자에게 여유를 선물하는 곳이라는 사실을요.” 배주광 대표가 덧붙인다. “타 지역 사람인 제가 느끼기에도 뭔가를 보겠다는 ‘관광’을 하려는 사람에겐 심심한 지역일 수 있어요. 오랫동안 광산업과 농업에 집중했고, 최근 들어서야 관광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으니까요. 워낙 문경새재의 존재감이 큰데, 그곳도 결국 산길이잖아요. 그런데 산길을 계속 걷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힐링되죠.” 주흘산을 품은 문경새재의 1관문부터 3관문으로 이어지는 긴 산책 코스에 겁부터 먹는데, 2관문과 3관문 사이가 좀 가파를 뿐, 나머지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도 걸을 수 있는 길이라고 팁을 준다. 20분 정도면 천천히 걸어 오를 수 있는 고모산성도 짧은 시간 문경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2세기경 신라 시대에 북쪽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성을 산책하다 보면 신현리 고분을 만날 수 있고, 절벽을 옆에 둔 좁은 산길인 토끼비리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또 문경대로를 위시한 진남교반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최근 라마다호텔이 문경새재에 문을 열긴 했지만, 숙박 시설이 그리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3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문경에 이를 수 있는데, 짧은 시간 맥주 한잔과 산책로, 그리고 문경 지역의 긴 스토리를 얻는다면 흡족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TRAVEL NOTE

문경시가 운영하는 문경 관광 사격장. 

 

문경 관광 사격장
국내 몇 안 되는 클레이 사격장이다.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문경시가 직접 운영한다. 실제 권총 사격, 공기총 사격장도 따로 갖춰 짜릿한 명중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음주한 사람은 입장이 불가하니 브루어리 방문 전에 가자.  
주소 경북 문경시 사격장길 155 
문의 054-553-0001

 

짚라인 
해발 487m의 불정산에 위치한 짚라인 체험장. 백두대간의 중심이라 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능선과 계곡 위를 날 수 있다. 쉬운 1단계 코스부터 길이가 360m에 이르고 짜릿한 고난도의 코스까지 9개 코스로 체험할 수 있다.
주소 경북 문경시 불정동 산64 불정자연휴양림 
문의 1588-5219

 

 약돌 한우와 함께 신선한 송어는 문경 지역 사람들의 특별식이다. 

 

산천송어횟집
브루어리 사람들이 강력 추천하는 곳은 산천송어횟집. 문경 사람들이 인정하는 맛집이다. 1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며 송어회와 요리를 판매해왔다. 가격 또한 저렴한 편으로 회를 주문하면 회무침과 회덮밥도 맛볼 수 있다. 
송어회 2인 1kg에 2만8천원.
주소 경북 문경시 흥덕6길 문의 054-555-9594

 

 

칠홉스 브루잉코를 이끄는 뉴질랜드 출신의 네이슨과 호주에서 온 닉. 

 

칠홉스 브루잉코
서산의 로컬 브루펍을 꿈꾸다

서산에 위치한 로컬 브루펍 칠홉스 브루잉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브루펍이다. 서산에서 나고 자란 브루어가 애향심으로 오픈했을 법한 이곳을 이끄는 이들은 다름 아닌 호주에서 온 브루마스터 닉 레넌(Nick Lennan)과 뉴질랜드 출신의 브루어 네이슨 켈리(Nathan Kelly)다.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정을 나눈 이들이 각 나라의 맥주를 전파하기 위해 한국에 건너왔겠거니 생각했는데 웬걸, 그들의 인연은 3년 전 서산의 한국어 교육문화센터에서 시작됐다고. 심지어 서산 생강과 감자, 인근 바다에서 채취한 천일염 등 로컬 식재료와 맥주를 결합하기 위해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린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작은 브루펍 칠홉스 브루잉코는 서산을 대표하는 브루펍이다.

 

이곳의 브루마스터 닉이 발효 중인 맥주를 테이스팅해보기 위해 컵에 따르고 있다. 

 

 서산 생강이 들어가는 진저크러쉬는 칠홉스 브루잉코의 인기 맥주 중 하나다.

 

“둘 다 아내의 고향이 서산이에요.” 지구 반대편 한국, 그것도 서울이나 부산처럼 대도시가 아닌 서산에 정착한 이유는 명료했다. 낯선 타국 땅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산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라는 공통분모에 금세 친구가 되었고, 우정의 중심에 브루잉이 있었다. 호주에서 브루잉을 업으로 삼았던 닉은 네이슨에게 양조 기술을 알려주고 1년 동안 함께 맥주를 만들다 칠홉스 브루잉코를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주차장을 개조해서 만든 양조 공간. 다른 브루어리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칠홉스 브루잉코에서 양조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판매하는 펍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칠홉스 브루잉코는 전형적인 스몰 배치 브루펍이다. “다른 브루어리에 비해 규모가 무척 작아요. 그러나 스몰 배치 브루펍만의 장점도 있죠. 한 번에 생산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실험적인 맥주를 많이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실제 타 지역 브루어리에서 1년에 평균적으로 10~15가지 새로운 맥주를 실험적으로 만드는 데 반해 칠홉스 브루잉코에서는 50여 종류의 맥주를 시도해본다. 로고에 새겨진 키위새와 코알라가 말해주듯 이곳의 맥주는 뉴질랜드산 홉과 호주산 몰트를 베이스로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재배된 뉴질랜드의 홉은 다른 지역 홉에 비해 화이트 와인처럼 청량하며 섬세한 과일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 호주산 몰트는 캐러멜 향이 감돌며 몰트 특유의 향을 온전히 지녔다. 핵심 원료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들이지만 서산 지역의 정체성도 맥주에 같이 담아낸다. “진정한 로컬 브루펍으로 거듭나기 위해 서산의 특산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칠홉스 브루잉코 맥주의 염도는 모두 인근 바다에서 채취한 천일염을 사용해 조절한다. 지금은 판매하지 않지만, 작년에는 서산에서 재배한 감자를 이용해 맥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칠홉스 브루잉코에서 생산되는 대표 맥주 중 하나인 ‘진저크러쉬’에는 생강이 들어간다. 물론 서산에서 재배된 것이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만들어 선보였는데, 손님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4번째 배치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산 생강과 달리 서산 생강은 매운맛이 덜하고 채즙이 풍부해 맥주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고. 진정한 로컬 브루펍을 꿈꾸는 이들은 지금도 서산에서 재배된 블루베리를 맥주와 결합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개심사로 향하는 길에 우거진 녹음은 찾아오는 이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듯 이름도 생소했을 서산에 정착하게 된 닉과 네이슨. 그들에게 이곳은 어떤 도시일까. 1~2년 머물다 갈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이들을 서산에 자리 잡게 만든 매력이 궁금했다. “서산의 평화로움이 좋아요. 외국인이 드문 작은 도시임에도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도 고맙고요.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고 작은 산이 곳곳에 자리하는데 그 모습도 사랑스러워요.”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네이슨은 광활한 자연이 숨 쉬는 고향과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닉은 같은 한국이지만 번잡한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함이 퍽 마음에 든다고. 맛 좋은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라 귀띔했다. 그들은 여유가 될 때면 서산과 가까운 만리포나 안면도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하고 몽산포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거나 팔봉산, 해미읍성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이들에게 서산은 이미 또 다른 고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조선 시대에 축조된 해미읍성은 서산의 명소다.

 

반나절 서산에 머물러보니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으면서도 트렌디한 숍이 곳곳에 숨어 있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한 곳인 개심사는 국내에서 드물게 겹벚꽃과 청벚꽃이 피는 곳이다. 서산을 방문한 5월, 벚꽃이 지는 시기가 되어서야 개화하는 겹벚꽃과 청벚꽃이 개심사를 찾은 이들을 반겼다. 목화솜처럼 몽글몽글한 분홍색 꽃송이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평지로 이루어져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해미읍성은 두 브루어가 말한 서산의 평화로움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호수 공원 주변 시내에는 요즘 서울에서도 인기인 텐동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 아날로그의 멋을 담은 카페 등이 도시에 소소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해미읍성을 찾아온 수많은 이들이 소망을 담아 쌓아 올린 돌탑. 

 

문을 연 지 이제 겨우 1년 반이 지났지만 칠홉스 브루잉코는 이미 서산을 대표하는 브루펍이 되었다. 혹여 더 큰 도시로 나가 확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묻자 그들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른 지역은 생각해본 적 없어요. 맥주에 대해 잘 모르는 서산 주민도 편히 와서 마시고 즐길 수 있는 브루펍이 되고 싶어요. 서산에 아직은 생소한 맥주 문화도 전파하고 싶고요.” 브루잉이 수단이 아닌 목적인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답은 그들의 소망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암시했다.

 

 

TRAVEL NOTE

서산 시내에 최근 오픈한 텐동집 타이쇼오텐의 기본 메뉴인 타이쇼 오 텐동.

 

타이쇼오텐
서산에 최근 새롭게 오픈한 텐동 전문점. 중앙에 위치한 오픈 키친을 둘러싼 10석 남짓한 바 좌석이 전부인 아늑한 레스토랑이다. 기본 메뉴인 타이쇼 오 텐동을 비롯해 에비 텐동, 아나고 텐동, 스페셜 텐동 총 4개 메뉴가 있다. 사이드 메뉴인 상큼한 토마토 절임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주소 충남 서산시 동서1로 220
문의 041-662-3123

 

내부 곳곳에서 아날로그 감수성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카페 기록.

 

기록
소품으로 비치된 시집, 벽에 투박하게 붙은 낱장의 종이들이 아날로그 감수성을 자극하는 카페다. 주문 즉시 정성껏 내려주는 핸드 드립 커피 맛 또한 훌륭하다. 조용한 분위기 덕에 홀로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주소 충남 서산시 한마음13로 25
문의 010-9338-6687

 

일반 벚꽃이 지는 시기에 개화하는 겹벚꽃과 청벚꽃은 개심사를 대표하는 꽃나무다.

 

개심사
서산을 대표하는 작고 호젓한 사찰이다. 국내에서 드물게 겹벚꽃과 청벚꽃이 피는 곳으로 유명하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핀 겹벚꽃과 청벚꽃을 보러 전국에서 관광객이 모인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사찰의 둘레길도 운치 있고 아름답다.
주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문의 041-688-2256

 

 

 

아리랑브루어리에서 양조되는 맥주의 맛을 책임지는 방용준 팀장.

 

아리랑브루어리
정선의 문턱에서 한잔의 맥주를 즐기다

어디에서 주변을 둘러보아도 크고 작은 산이 시야에 들어오는 강원도 정선은 ‘첩첩산중’이라는 단어가 더없이 어울리는 곳이다. 서울에서 약 3시간, 부드러운 능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산 너머 불어오는 평온한 바람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 정선에 당도한 것이다. 아리랑브루어리는 영월과 맞닿아 있는 정선의 초입에 있다. 브루어리의 설립 연도는 2016년이지만 아직 대중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두 번의 박람회에 참여한 것 외에는 타지에 소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리랑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맥주 아라비어는 여태까지 브루어리에 들르는 이들에게만 일부 판매되었을 뿐이다. 3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은 끝없는 연구와 개발, 수정 및 보완을 거듭하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양조장 바로 옆 체험장에 진열된 아라비어 맥주들과 아리랑브루어리의 굿즈들. 

 

3년간 인고의 시간을 가졌던 아리랑브루어리의 양조 시설.

 

맥주를 만들고 테이스팅하기를 반복하며 아라비어의 맛을 정립한 이는 아리랑브루어리의 방용준 팀장이다. 반도체 기업을 다니던 그가 맥주 브루잉을 시작한 것은 바야흐로 10년 전, 국내에 맥주라고는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몇 안 되는 제품이 전부인 시절이다. 다양한 술 양조에 관심을 가진 그는 다채로운 맥주 세계를 경험하고자 홈브루잉을 시작했다. “식품을 보다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서른 살이 된 해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편입했어요.”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으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고 업으로 삼고자 하는 소망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이전에 수학한 공업적 지식과 새롭게 습득한 식품에 대한 지식은 그를 식품 플랜트 기업 ㈜코세인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정선을 대표하는 브루어리를 설립하고자 하는 ㈜코세인 윤기묵 대표의 계획과 맞물려 아리랑브루어리의 창립 멤버로 투입, 브루어리를 이끌게 되었다. 

 

곤드레필스너는 특수 가공한 곤드레 파우더를 넣어 곤드레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난다. 

 

“맥주를 잘 모르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맥주를 만들고자 했어요. 한국인은 반주 문화에 익숙해 음식의 맛을 가리는 맛과 향이 강한 맥주보다는 가볍고 산뜻한 맥주를 선호하는 편이죠. 그래서 맛과 향이 지나치게 두드러지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했어요.” 예를 들면 스타우트의 경우 특유의 끈적함과 묵직한 보디감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그러나 아리랑브루어리의 마인스타우트는 일반 스타우트에 비해 청량하고, 가벼운 로스팅 향이 가미돼 스타우트 맥주가 익숙지 않은 이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향과 맛이 진하지 않은 덕분에 페어링의 세계도 무궁무진하다. 아리랑브루어리에서는 브루잉을 할 뿐만 아니라 50석 규모의 체험장(브루펍)과 양조장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해 맥주 제조 공정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잘 만든 국산 맥주를 대중이 거부감 없이 즐기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비롯됐다. 긴 개발 기간을 거친 아리랑브루어리의 아라비어는 이제 곧 전국 마트에 유통되며, 대중에 첫선을 보인다. 출시될 맥주는 총 5종.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라인업인 필스너, IPA, 페일에일, 스타우트, 바이젠으로 구성됐다. 그중 가장 호기심을 끄는 것은 단연 ‘곤드레필스너’다. 이름이 암시하듯 정선의 특산물인 곤드레를 숙성 단계에 더해 맥주의 끝 맛에 특유의 씁쓸함 감도는 게 특징이다. 

 

국내 인공 폭포 중 가장 높다고 알려진 오장폭포. 

 

대중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맥주를 선보이는 것 외에 아리랑브루어리에게 주어진 또 다른 소명은 정선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라벨에 새겨진 JAB는 정선 아리랑브루어리의 약자예요. 처음부터 폐광 지역인 정선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투자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에요.” 그래서 정선의 정체성을 담은 맥주 곤드레필스너를 선보였고, 이제 후속작인 메밀에일도 준비 중이다. “곤드레 파우더를 나중에 첨가하는 곤드레필스너와는 조금 다르게 양조될 예정이에요. 아예 맥아를 메밀로 사용할 예정이죠.” 메밀에일은 여름쯤 출시될 예정이다. 

 

힘차게 내리는 오장폭포 아래에 흐르는 계곡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사실 정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정선아리랑의 태동지’ 정도다. 최근 속초, 강릉, 양양 등 강원도의 많은 지역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정선은 그 무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 정선은 강원도 내에서도 깊은 산골에 위치해, 오랜 세월 고립무원이었다가 근대화와 함께 탄전 도시로 잠시 급부상했다. 1978년엔 인구가 약 14만 명에 육박했을 정도. 그러나 에너지 사용의 형태가 변화하며 석탄 산업의 쇠퇴와 함께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현재 정선의 인구수는 약 3만7500명. 인구 밀도로 따지면 31명/km²에 불과하다. 인구 밀도가 낮기로 소문난 강원도의 전체 인구 밀도도 133명/km²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아시다시피 정선은 인구도 적고 문화 시설이 풍부하지 않아요. 하지만 구불구불한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사방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죠. 아주 한적하고 여유로워요.” 정선의 한갓진 국도를 달리다 보면 정선 곳곳에 자리 잡은 소박하고 평화로운 자연 명소가 나타난다. 127m 높이에서 시원하게 물줄기가 뿜어져 내리는 오장폭포, 야생자생화 식물원과 숲길이 아름답게 조성된 백두대간 생태수목원, 금광산과 석회석이 어우러진 세계 유일의 자연 동굴인 화암동굴 등을 호젓하게 둘러볼 수 있다. 최근 오픈한 10만 평 규모의 로미지안 가든은 숲 요가, 풍욕장 등 자연 치유 프로그램과 카페, 공연장, 숙박시설 등을 갖춰 대도시의 퍽퍽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치유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어도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 찾아오는 이가 끊이지 않는 여행지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호사다. 더불어 레일 바이크, 스카이워크, 동강 래프팅, 짚와이어, 수상자전거, 산악바이크 등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백두대간 생태수목원에서는 정선의 야생자생화를 비롯한 다채로운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산봉우리에 겹겹이 싸인 정선의 모습처럼, 정선의 매력은 아직 타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방인의 손을 타지 않은 강원도의 속살을 엿보고 싶다면 지금 정선을 찾아야 한다. 정선을 반나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평화와 안식을 얻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기 전 아리랑브루어리에서 곤드레필스너 한잔 즐긴다면 더욱 좋고. 

 

 

TRAVEL NOTE

백두대간 생태수목원 초입에 피어난 튤립들. 컬러풀한 색감으로 오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백두대간 생태수목원
석병산 자락 해발 700m에 위치한 생태수목원. 야생자생화 식물원과 숲길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하기 좋다. 수목원에서 백두대간으로 연결되는 등산로도 정비돼 있어 백두대간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강원 정선군 임계면 화턴동길 351-100 
문의 033-563-9010~1

 

원목과 벽돌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 아라미스의 내부.  

 

카페 아라미스에서는 다양한 음료는 물론 프렌치토스트, 오븐토스트 등 브런치 메뉴도 판매한다.

 

카페 아라미스
로미지안 가든 초입에 위치한 카페. 정원을 둘러보기 전, 혹은 둘러보고 난 후 간단한 브런치 메뉴와 음료를 즐기기 좋다. 나무 소재를 적절하게 활용해 구성한 따뜻하고 아늑한 내부 분위기와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정원이 인상적이다.
주소 강원 정선군 북평면 어도원길 12 
문의 033-562-3382

 

아리랑브루어리 인근에 위치한 정원광장의 곤드레밥 정식.

 

정원광장 
아리랑브루어리 인근에 위치한 식당이다. 곤드레밥 정식과 매콤한 황기명태조림이 대표 메뉴. 곤드레밥 정식을 시키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상차림을 즐길 수 있는데, 기본 찬으로 나오는 부추전처럼 넓게 펴서 부친 곤드레 누룽지 맛이 일품이다.
주소 강원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766
문의 033-378-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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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 양혜연PHOTO : 양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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