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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운 쉼터를 꿈꾸며 사는 법. 노동자의 친구이자 사회적 약자를 돕는 상담가로 활동하며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이다 살레르노가 얼마 전 유서 깊은 나폴리 지역에 오롯이 나만을 위한 집을 마련했다.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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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까래를 살리면서 높은 천장을 확보한 다이닝룸. 집주인 이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공간 한쪽에 레일 시스템이 있는 철제 책장을 제작 설치했다. 테이블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만들고, 식탁 의자는 이탈리아 가구 디자이너 파블로 부파(Pablo Buffa)가 1950년대 제작한 오리지널 빈티지다.  

 

깔끔하고 실용적인 주방을 원한 집주인 이다를 위해 화이트 대리석 마감의 아일랜드를 만들고 벽면에는 일자형 우드 선반을 설치해 그릇과 소품을 장식적으로 수납할 수 있게 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나폴리. 그러나 나폴리의 이면을 경험한 사람들은 어쩌면 죽음마저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는 단서를 붙이기도 한다. 특히 건물과 건물이 맞닿을 듯 좁은 도로와 시장, 북적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위로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가 바람에 일렁이는 나폴리의 전형적인 풍광이 펼쳐지는 스패니시 쿼터스(Spanish Quarters)는 관광객이라면 꼭 한 번 경험하고픈 곳. 하지만 스패니시 쿼터스는 나폴리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동시에 어둠이 깔리면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곳으로도 유명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가고 싶어도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통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나폴리에서 나고 자란 이다 살레르노(Ida Salerno)는 이에 대해 무척이나 담담하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약물중독자를 위한 전문 상담가인 이다는 나폴리, 특히 스패니시 쿼터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는 조력자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 그래서인지 그녀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아볼 때 주저 없이 택한 지역이 바로 스패니시 쿼터스였다. “이곳은 나폴리에서 가장 활기찬 지역이자 나폴리의 전형성을 간직한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패니시 쿼터스는 마치 모눈종이 위에 그린 지도처럼 네모반듯하게 구획된 모습이 특징이다. 1600년대, 나폴리 왕국이 스페인 통치하에 놓였을 당시 스페인은 이 지역을 십자로 4분할하여 군대를 배치했고 군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격자로 촘촘히 길을 낸 것이 오늘에 이른 것. 스페인이 물러간 후 이 일대는 주거지로 변모했고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도로를 지나는 차와 오토바이의 소음, 골목 1층에 즐비한 상점, 비좁은 아파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발코니에서 펄럭이는 세탁물은 오늘날 나폴리를 대표하는 풍광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실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MUD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모듈 소파와 스툴 그리고 집주인 이다가 수집한 이탈리아 1950년대 마호가니 빈티지 사이드보드로 간결하게 연출했다.

 

필요한 가구만 놓아 정갈하게 꾸민 서재. 테이블은 이탈리아 가구 디자이너 엘리베르토 콜롬보 칸투(Eliberto Colombo Cantu)가 1950년대 제작한 빈티지, 그림은 화가 젠나로 니로(Gennaro  Niro)의 작품이다. 

 

“거리가 너무 좁아서 햇빛이 도로는 물론 집 안까지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어요. 심지어 골목길 폭은 3m 이하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곳에서 집을 구할 땐 채광 조건이 좋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다가 선택한 집은 햇빛이 잘 들 뿐만 아니라 중정과 생기 넘치는 골목길을 내려다볼 수 있는 테라스까지 모두 갖춘 이상적인 공간. 게다가 나폴리 역사를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 집의 천장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고. “천장은 나폴리 중세 건축의 전형을 따라 목조로 완성했어요. 다만 페인트로 칠한 게 아쉬웠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분명 멋진 집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다가 집을 개조하기 위해 도움을 청한 곳은 나폴리에 기반을 두고 지역 문화를 반영한 도시 건축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MUD였다. 여성 건축가 필로메나 카란젤로(Filomena Carangelo)와 모니카 비투치(Monica Vittucci)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MUD는 20여 년간 각자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살려 보다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2015년 설립된 ‘신생’ 회사. “경험이 풍부한 건축가들인 만큼 공간을 분석하는 직관력이 뛰어나고 새롭게 설립한 스튜디오인 만큼 가치 있는 디자인을 제시한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스튜디오 MUD의 필로메나와 모니카는 이 집을 둘러본 후 리노베이션 방향을 이렇게 잡았다. 

 

 

현관에서 실내로 들어오는 복도. 오른쪽 벽면에 1960년대 디자이너 바로베로(Barovero)가 제작한 이탤리언 티크 사이드보드를 놓고 그 위에 배치한 조각 ‘연체동물(I Molluschi)’은 나폴리 출신 아티스트 미켈레 이오디체(Michele Iodice) 작품이다. 벽면에 걸린 인물 흑백 사진은 피에르루이지 데 시모네(Pierluigi De Simone) 작품이다.

 

화이트로 단순하게 연출한 욕실은 조 폰티(Gio Ponti) 디자인의 브라스 거울과 여기에 반사된 골드 프레임 속 앤티크 초상화로 포인트를 주었다.  

 

집주인이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인 테라스. 아치 아래 튀어나온 벽감을 벤치 삼고, 그 앞에 1960년대 빈티지 라탄 가구와 푸른 식물을 놓아 작은 정원을 완성했다. 

 

“유서 깊은 집을 개조하기 위해서 저희가 접근한 방법은 ‘마이너스 인테리어 디자인’입니다.” 모니카의 설명을 따르면 마이너스 인테리어란 현재 모습 속에 가린 공간의 본질과 고유의 개성을 찾아주는 것. “공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둘러보고 듣고, 공간이 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일례로 집주인이 한눈에 반한 목조 천장은 페인트칠을 과감히 벗겨냄으로써 본래의 빛깔을 찾았고, 나폴리 전통 양식과 연계성을 찾아볼 수 없던 문은 모두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채광을 실내 깊이 끌어들이고 동선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혼자 사는 집이지만 물리적으로 좁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죠. 그렇다고 벽을 허물거나 구조 변경을 원하지는 않았는데, 문을 없애는 것으로 모든 고민을 해결한 게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집주인 이다의 감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개방형 구조의 매력을 드라마틱하게 강조한 바, 벽과 바닥을 모두 흰색으로 칠해 공간이 확장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선사했다. “리노베이션 작업은 끝났지만 여백으로 가득 찬 집을 보니 무언가 그려 넣어야 할 흰색 도화지를 받아 든 느낌이 들더군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모니카는 책상과 의자밖에 없는 서재 벽면에 수채화 기법으로 꽃을 그려주었고, 필로메나는 이다가 수집한 이탈리아 미드센트리 모던 디자인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여백의 균형을 맞춰나갔다. “빈티지 사이드보드, 데스크 등은 나무로 제작한 것이라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파와 스툴은 색감이 있는 패브릭으로 제작해 생동감을 부여했습니다.” 안정된 휴식을 위한 침실은 매트리스만 놓은 가운데 베이지 톤의 침구를 매치하고, 침대 헤드보드가 있을 자리에 재활용 스틸로 만든 ‘빨랫줄 위에 앉은 제비’ 오브제를 배치해 지중해 특유의 낭만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약물중독 재활을 돕는 카운슬링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다 살레르노. 

 

여백의 미를 살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침실. 빈티지 트렁크 두 개를 쌓아 만든 베드 사이드 테이블과 침대 머리맡에 설치한 재활용 철로 만든 ‘빨랫줄 위에 앉은 제비’ 오브제는 이 공간에서 취할 수 있는 휴식의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이 집이 나폴리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이 되면 좋겠어요. 덜어내는 작업을 통해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개방형 구조를 이끌어내 협소함을 극복한 집. 이게 바로 21세기 나폴리 주거 문화의 매력이라고 말이죠.” 400년 된 집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이다의 나폴리적인 삶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WRITER LEE JU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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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Francesco Rotili & Pierluigi De Sim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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