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그것은 인간, 그것은 오이디푸스

1년 만에 다시 황정민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이번엔 <오이디푸스>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 ‘오이디푸스’를 지금 만나야 하는 이유.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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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세 글자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답할 듯싶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다 받아요, 그게 너무 죄송해요.” 이번에 그들이 차린 밥상, 연극 <오이디푸스>다. 그리스 신화 속 가장 비극적 인간 오이디푸스도, 그리스 최고의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도 그의 이름 앞에선 각주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기에선 각주에 대한 설명만 붙여도 좋을 듯싶다. 황정민 앞에 더 보탤 수사가 남아 있기나 한가?


오이디푸스. 정신분석의 대부 지그문트 프로이트 덕에 익숙한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프로이트는 사내아이가 어미에게 품는 근친상간적 욕망을 두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명명했다. 그는 어미를 차지하기 위해 아이가 아비에게 반발심, 경쟁심을 갖는다고 했다. 실제로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것은 욕정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모든 건 그에게 주어진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운명’이라는 신탁에서 시작되었다. 신탁을 두려워한 아비 라이오스는 갓 난 오이디푸스를 죽이려 한다. 그러나 동정심 많은 신하 덕에 오이디푸스는 다행히 목숨을 부지한다. 그리고 이웃 나라 코린토스 왕 폴리보스에게 입양된다. 그가 끝까지 무지했다면 숙명을 거슬렀을지도 모른다.

 

 

 

비극은 앎에서 비롯된다. 장성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운명을 듣고 코린토스를 떠난다. 그리고 정처 없이 걷던 길 위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죽은 이가 자신의 친부라는 사실을 모른 채. 다시 떠난 길 위에서 그는 스핑크스와 마주친다. 바로 이 장면에서 그 유명한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 답하고, 답을 들은 스핑크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스핑크스의 저주가 풀린 테베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시민들은 오이디푸스를 테베의 왕으로 추대하고, 오이디푸스는 미망인이자 자신의 어미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하게 된다. 운명을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오이디푸스의 통치 아래 테베에는 오랫동안 태평성대가 이어진다. 하지만 연극 <오이디푸스>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연극은 테베에 다시 재앙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신탁은 부친 살해와 근친상간을 저지른 불결한 인간을 찾아 추방하면 모든 재난이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연극은 이 문제적 인간을 찾는 추리물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리 모두 그 범인을 알고 있지만. 마침내 살인범이 자신이며, 신이 던진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눈을 찌르고 스스로 유배를 떠난다. 여기까지가 소포클레스가 쓴 <오이디푸스>다. 

 

 


작품을 각색한 한아름 작가는 마지막에 한 장면을 더했다. 그 옛날 라이오스의 신하로부터 오이디푸스를 건네받아 폴리보스에게 전해준 코린토스의 사자가 길 떠나는 오이디푸스에게 지팡이를 전해주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스핑크스가 던진 수수께끼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연민이다. 사자의 연민으로 인해 오이디푸스는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신탁은 그래서 실행되었다. 그 사자가 다시 연민의 정으로 지팡이를 건네는 것이다. 연민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연민으로 봉합되는 셈이다.


한 여인에겐 자식이자 남편이었고, 자식들에겐 아버지이자 동기간이었던 괴물 오이디푸스.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했으나, 그 노력으로 인해 다시 운명에 갇히고 만 인물 오이디푸스. 가장 현명했고 또 가장 무지했던 오이디푸스 역은 황정민이 맡는다. 남편을 죽인 자식과 결혼하는 운명의, 어쩌면 오이디푸스보다 더 비극적인 운명의 여인 이오카스테 역은 오랫동안 뮤지컬 무대에 서온 배우 배해선이 맡는다. 연출은 지난해 황정민과 <리처드 3세>로 호흡을 맞췄던, 그리고 음악극 <오이디푸스>로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은 서재형이 맡았다. 공연은 1월 29일부터 2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Cooperation 샘컴퍼니

 

 

 

더네이버, 연극, 오이디푸스

CREDIT

EDITOR : 김일송PHOTO : 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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