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무엇을 하는 공간인고?

문화 전반의 뜨거운 화두인 ‘재생’과 ‘예술’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입고 더욱 막강해졌다. 새롭게 오픈한 이 낯선 공간은 우리가 알던 뮤지엄도, 복합 문화 공간도 아니다. 추위를 물리치고 가야 할 새해 첫 컬처 로드.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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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공장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청주관은 ‘개방형 수장고’라는 파격적인 전시 공간으로 이목을 끈다. 

 

춥다는 핑계도 이 흥미로운 공간 앞에선 무너진다. 도시 재생과 문화 예술의 접목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금. 최근 새롭게 오픈한 이 공간들 역시 ‘재생’이라는 뜨거운 화두 아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폐공장의 변신’이라는 기존 프레임 안에 넣기에는 어딘가 미안하다. 공간의 재생을 넘어, 획기적인 공간 구성과 아이디어가 더해진 이곳. 추위를 물리치고라도 꼭 가봐야 할 새해 첫 컬처 로드로 세 공간을 택한 이유다. 
첫 번째 선택지는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그 목적지다. 원래 이곳은 옛 연초제조창으로, 14년째 방치된 담배 공장이 ‘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하지만 청주관에서 주목할 점은 폐공간의 재생이라는 일차원적인 면모에 있지 않다. 여느 미술관과는 확연히 다른 콘셉트와 공간 구성! 청주관 앞에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타이틀에 걸맞게 공간 구성 역시 10개의 수장 공간, 15개의 보존 과학 공간, 전시 기획실, 교육 공간 및 편의시설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제 잠시, 기존의 미술관을 떠올려보라. 수장고, 보존 과학실은 당연히 일반인에게 출입 제한 구역이다. 청주관은 이 출입 제한 구역을 개방했다. 어떻게? 관람객 누구나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개방 수장고’와 시창(Window)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를 마련한 것. 그 구조만 보면, 거대한 창고형 마트에, 식료품 대신 미술 작품이 놓여 있는 듯한 다소 파격적인 모습이다. 관람객은 그 사이사이를 걸으며 수장고 안에 꽁꽁 싸여 있던 예술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미 유럽의 미술관에서는 관람객의 참여를 높이고 미술관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바꾸고자, 2000년대 이후 개방 수장고 형태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곳으로는 스위스의 샤울 라거,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랑스 박물관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청주관이 최초로, 1층 개방 수장고에는 백남준의 ‘데카르트’, 서도호의 ‘바닥’, 이불의 ‘사이보그 W5’ 등 한국 근현대 조각과 공예 작품이 수장 배치되었고, ‘보이는 수장고’에는 이중섭의 ‘호박’, 김환기의 ‘초가집’ 등이 배치되어 시창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기존 전시장에서는 6월 16일까지 강익중, 김수자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대표 작가 15인의 전시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함께 열리고 있으니 누군가의 따뜻한 손을 잡고 청주행을 계획해볼 일이다.   

 

 

옛 국가 기간 통신 시설로 쓰인 비밀 벙커는 ‘빛의 벙커’로 새롭게 태어났다.

 

거장의 작품과 웅장한 음악이 함께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만날 수 있는 ‘빛의 벙커’. 

 

청주보다 좀 더 따뜻한 제주. 이곳에도 이름부터 호기심을 끄는 이색 문화 공간 하나가 오픈했다. ‘빛의 벙커’다. 원래 이곳은 옛 국가 기간 통신 시설로, 오랜 기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벙커였다. 크기는 축구장 절반인 900평 규모. 이 비밀 벙커는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임에도 흙과 나무로 덮어 마치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되었다. 비밀스럽고 은밀한 지하 벙커의 재탄생. ‘빛의 벙커’라는 새 이름을 달았지만, 산자락처럼 보이는 구조 덕에, 비밀스러운 공간 속으로 초대된 기분이다. 1층 단층 건물인 빛의 벙커는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내부 높이 5.5m로, 특히 내부에는 넓이 1m²의 기둥 27개가 나란히 있어 공간의 깊이감을 더한다.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C의 쾌적한 온도가 유지되며, 완벽한 방음 효과로 몰입형 미디어아트 아이멕스를 위한 최적의 공간인 셈이다. 이쯤에서 ‘아이멕스’라는 낯선 단어에 멈칫하게 될 터. ‘AMIEX(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는 프랑스 컬처 스페이스 사가 2009년부터 개발해온 것으로, 지하철 역사, 광산, 공장, 발전소 등 산업 발전으로 도태된 장소를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키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다. 2012년 프랑스 레보드프로방스 지역의 폐채석장을 개조해 ‘빛의 채석장’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아이멕스가, 프랑스 외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이곳 제주에 문을 연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관람객은 90대의 빔 프로젝터와 69대의 스피커에 둘러싸여 거장의 작품과 웅장한 음악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된다. 제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미디어아트 전시관 ‘빛의 벙커’에서는 <빛의 벙커: 클림트>가 10월까지 전시된다.  

 

 

전주 팔복동에 문을 연 ‘팔복예술공장’. 카세트테이프 공장의 기계 소리는 멈췄지만 예술 공간으로, 새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모두들 한옥 마을에 집중한 사이, 전주에도 ‘팔복예술공장’이 새로운 컬처 로드에 족적 하나를 남겼다. 팔복동에 자리한 이곳은 원래 30년간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으로, 기계는 멈췄지만 예술 공간으로 새 이야기를 써가는 중이다. 예술 정원, 카페, 아트숍, 예술 놀이터 등 여느 복합 문화 공간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기에 하나 더. 예술가를 위한 창작 스튜디오가 더해졌다. 커피를 마시고 사진을 찍기 위한 나들이도 좋지만, 작가들의 숨은 감성과 지역 사회를 위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공장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시대의 변화 속에 어떤 것은 사라지지만, 그 틈에서 어떤 것은 태어난다. 재생과 예술,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빚어낸 또 다른 에너지. 우리는 지금 그 중심에 서 있다. 

 

 

 

 

더네이버, 컬처, 전시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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