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이국의 따뜻한 미식

힘차게 발을 내딛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계절이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낸다면 겨울 여행만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한겨울에 떠나면 더 인상적인 여행지 그리고 움츠러든 마음과 몸을 녹여줄 이국의 따뜻한 미식.

2019.02.13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중세의 위안, 그리고 도그피시 수프 신트라
동화책의 배경을 장식한 그림을 실사판으로 보는 기분이란 어떨까.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건축의 중심지였던 신트라. 울퉁불퉁한 산 지형을 따라 지어진 기묘한 건축 양식의 궁전과 저택, 삐죽하게 골목 사이로 튀어나온 건물을 보면 신선한 흥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내 바이런의 ‘찬란한 에덴’이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신트라를 보러 오는 수많은 관광객을 피하려면 여름보다는 겨울에 방문하자. 특히 페나성만큼은 여유를 두고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이슬람, 고딕, 마누엘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재된 이 성은 타일을 붙인 벽까지 곳곳에 눈길을 끌 만한 요소가 많다. 무어인이 떠나고 포르투갈 왕궁의 여름 궁전이 된 신트라성 벽에는 포르투갈 왕실의 역사를 그린 그림이 가득하다. 굴뚝이 솟은 부엌, 천장에 까치 176마리를 그린 까치의 방, 표정이 다른 백조 27마리를 그린 백조의 방 등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흥미롭다. 해발 500m에 자리하기에 리스본보다는 기온이 낮지만 대체로 우리의 겨울보다 온화한 포르투갈의 기온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일교차가 큰 것을 고려해 도그피시 수프를 먹는 건 소박한 위안이 된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국물 요리인 이 수프는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잡히는 곱상어를 올리브유, 마늘, 고수와 함께 끓여 풍부한 맛을 낸다.

 

 

 

예술적 감성과 굴라시 한 그릇 센텐드레
부다페스트에서 북쪽 방향으로 20km가량 떨어진 센텐드레. 이 도시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집에 먼저 시선이 간다. 따스한 햇볕 아래 색감이 한결 선명해진 쭉 늘어선 가옥은 물감을 흩뿌린 것처럼 곱다. 어딘가 색다른 분위기를 느꼈다면 1920년대 말,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치기 위해 하나둘 모여든 예술가들의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일 터. 세르비아 작가 야코프 이그냐토빅스와 화가 예누 바르차이의 작품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와 함께 도시 곳곳에는 박물관과 공예품 전문점, 거리 예술이 자리한다. 그중 도예 작가 코바치 머르기트의 도자기 박물관은 11개 전시관에 300여 작품을 전시해두고 있을 정도로 규모도, 수준도 일급이다. 센텐드레 구시가지에서 3km 거리에 있는 헝가리 최대 야외 민속 박물관 스칸젠을 방문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풍차, 방아, 전통 염색, 가죽 공방 등을 꾸며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생활상을 재현해둔 공간이다. 도나우강 근처의 보그다니 거리를 건너면 소박하지만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한 또 다른 분위기의 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전통 음식과 제철 과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주말 시장을 둘러보는 재미가 꽤나 크다. 시장의 많은 상점에서 판매하는 스튜, 굴라시는 파프리카 고추가 들어가기 때문에 여느 스튜보다 조금 매콤하다. 기본적으로 소고기를 넣지만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넣기도 하니 신중히 골라서 현지 스타일을 맛보는 것도 좋다.

 

 

 

겨울 스포츠+ 따끈한 랑구스틴 발디제르
스키의 본고장이자 수많은 스키 챔피언을 탄생시킨 겨울 스포츠의 성지 발디제르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스키 마니아들의 숨겨두고 싶은 아지트로 꼽힌다. 2곳의 빙하 구간과 리프트 78개, 슬로프 153개를 보유한 데다 가을의 끝자락부터 초봄까지 최상의 설질을 유지하는 스키 천국이다.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은 리프트를 타면 예상치 못한 호사를 누리게 된다. 발디제르가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이 만나는 지점인 알프스 산맥에 있기 때문에 몽블랑 풍경까지 한눈에 담긴다. 아직 눈길에 서는 것이 겁나는 초보는 슬로프와 라운지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고, 노련한 스키 마니아라면 백컨트리 스키 구간과 원스톱 슬로프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아이스 드라이빙, 패러글라이딩, 개 썰매, 스케이트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마련되어 있으니 말이다. 다른 여행지에서 흔히 이용하던 호텔이나 콘도 대신 알프스 스타일의 오두막 ‘샬레’에서 묵는다면 좀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새하얀 눈길을 걷다가 따뜻한 랑구스틴 수프로 몸에 따듯한 온기를 전하자. 지역에 따라 버섯 오일이나 렌틸을 함께 넣기도 하는 이 수프는 게살과 굴로 만든 그리비슈 소스에 캐비아를 곁들여 진한 풍미가 가득하다.

 

 

 

압도적인 절경과 양시에즈 황산
드넓은 운해를 뚫고 날카롭게 치솟은 화강암 봉우리와 바위, 사선으로 비켜 자란 소나무. 장엄한 아름다움의 대명사 황산은 지상의 것이 아닌 듯한 눈부신 절경으로 중국의 수많은 문인과 화가에게 영감을 준 곳.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에 모두 등재된 황산은 해발 600m와 1,100m 사이의 습지 상록수림, 1,100m부터 1,800m의 낙엽수림, 가장 높은 고산 초지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서식한다. 황산 내에서도 가장 기묘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서해대협곡에는 중턱을 지나 설계한 계단길이 놓여 있다.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토록 신비로운 경치를 누릴 기회는 흔치 않다. 천천히 주위를 관망하며 오르다 보면 스스로의 다짐 또한 굳건해질 만큼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통은 트레킹할 때, 화창한 날씨를 선호하지만 황산은 구름과 좋은 시너지를 낸다. 안개 낀 하늘 위로 솟은 봉우리와 구름의 움직임을 발견할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트레킹을 마치고 안후이성 근처에서 양시에즈를 맛본다면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되지 않을까. 양시에즈는 우리가 알고 있는 훠궈에 양 척추뼈를 넣고 진하게 끓여낸 국물 요리다. 훠궈답게 마라가 들어가서 매콤하게 몸 안의 온도를 기분 좋게 올려줄 테니 경험해봐도 좋다. 

 

 

 

느긋한 료칸 + 타이자 게 교탄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문화유산을 보는 것도 좋지만 료칸의 온천에 느긋하게 몸을 담그고 식도락을 즐기는 것처럼 편안한 행복도 필요하다. 오사카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교탄고의 유히가우라 해안은 그야말로 유유자적하기 좋은 휴가지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안도감을 준다. 소박하고 작은 이 마을에 들어서면 마음을 괴롭히던 조급한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유히가우라의 온천 마을에 줄지어 있는 료칸 중 하나를 골라 천연 온천을 즐기며 묵은 피로를 풀어보자. 숙소 안으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잔잔한 파도 소리도 운치를 더한다. 느지막이 몸을 움직여 유히가우라의 해안을 거니는 시간도 즐겁다. ‘석양의 명소’라는 의미에 걸맞게 저녁 무렵,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을 바라보는 소중한 경험이 있으니까. 윈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아무래도 온천 지역이라 규모가 작은 편이다. 교탄고를 겨울에 와야 하는 이유는 타이자 게 때문이기도 하다. 겨울철의 진미, 타이자 게는 근처 어시장에서 매일 어획되어 아주 신선한 육질로 즐길 수 있다. 타이자 게 코스 요리의 대미를 장식하는 샤부샤부는 탱글탱글한 게살의 선도와 담백한 육수로 흡족한 경험을 선사한다.

 

 

 

천국 같은 낭만과 비프 스튜 더니든
“스코틀랜드 사람이 고향을 떠나 천국으로 가는 도중에 이곳이 천국인 줄 알고 머물렀다.” 마크 트웨인이 남긴 이 말로 뉴질랜드 더니든의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곳은 1840년대,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터전을 잡으면서 ‘바닷가의 작은 에든버러’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에 걸맞게 고풍스러운 에드워드 양식과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에서 기품이 흐른다. 한 폭의 그림처럼 운치 있는 더니든 기차역과 유서 깊은 오타고 대학, 세인트폴 교회를 한적하게 둘러보는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더니든은 지난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풍경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와 함께 미래로 향하는 도시의 생기도 풍성하다. 이는 도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덕분인데, 남반구에 위치해 우리와 정반대 계절을 보내는 더니든은 우리 시점의 겨울에 가야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일출과 일몰 풍경을 눈에 담기 좋은 세인트 클레어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뉴질랜드의 가장 오래된 식물원, 보태닉 가든에서는 아름답게 피어난 6800여 종의 꽃과 초목을 둘러볼 수 있다. 이 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자락의 전망은 덤이다. 종일 아름다운 더니든을 둘러보고 난 후에는 따뜻한 비프 스튜로 영혼을 달래자. 넉넉한 마음으로 썰어 넣은 소고기와 그에 질세라 각종 채소를 옹기종기 채워 넣고 뭉근하게 끓여낸 스튜는 만족스러운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하다. 

 

 

 

 

더네이버, 여행, 겨울여행, 미식

 

CREDIT

EDITOR : 김지영PHOTO :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