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치유의 건축

병원이 달라지고 있다. 소독약 냄새 물씬 날 것 같은 새하얀 건물과 삭막한 병실에서 벗어나 휴식과 위로를 건네는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2019.01.24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건물 내외부에 나무 소재를 활용했다. 온기가 전해지는 나무로 감싼 건물 내부에는 노인들이 직접 가꾸는 실내 정원이 있다. 병원을 거닐다 보면 숲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독서를 하고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를 곳곳에 만들었다.

 

숲을 머금은 병원
Wilder Kaiser by Dürschinger Architekten, SRAP Sedlak Rissland

오스트리아의 한적한 지역에 위치한 요양병원 빌더 카이저(Wilder Kaiser) 건물은 숲을 연상시킨다. 화이트 컬러 외관은 눈이 쌓인 나무 기둥인 듯하고, 내부는 벽과 문, 침대까지 온통 나무 소재로 만들어 굵은 나이테처럼 보인다. 두 개의 건물이 마주하는 곳에는 실내 정원이 있다. 노인들이 꽃을 가꾸면서 사계절의 변화에 위안과 위로를 얻고 마음을 치유하는 곳. 층마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중앙 정원을 볼 수 있으며, 간호사들은 존중과 배려심으로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그들을 돌본다. 건축가는 창을 크게 만들어 자연광을 최대한 실내로 들어오게 했다. 요양병원에서 필요한 치료는 ‘약’이 아니라 ‘빛’으로 행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 건축가는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해 병실에서 지내기보다 빛이 환한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도록 1층에 정원, 도서관, 식당, 휴게실 등을 배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를 권유했다.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치료 수준에 따라 비용은 다르지만 풀 케어는 하루 152유로, 거동이 불편한 분은 24시간 간병인을 포함해 1688유로 정도다.
Add 6351 Scheffau am Wilden Kaiser, Austria Web www.srap.land

 

 

통로 곳곳에 실내 정원을 만들었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광합성을 하며 싱싱하게 자란다. 층마다 다른 식물을 심어 정원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마치 피부처럼 건물 전체에 붉은 벽돌 파사드를 입혔다. 중앙에 볼록 렌즈 형태의 디자인을 했는데, 심장 또는 태양을 연상시킨다.

 

붉은 벽돌의 온기를 담아
Santa Fe de Bogotá Foundation by Architects El Equipo de Mazzanti

1983년 산타페 재단이 세운 대학병원은 응급 외상 클리닉, 암 연구소 등을 갖추고 있다. 건축가에게 주어진 미션은 대학병원 건물 후방에 새로운 건물을 연결해 병원 전체를 확장하는 것. 건축가는 대단히 혁신적인 방법을 택했다. 유리로 새로운 건물을 지은 후 붉은 벽돌 파사드를 건물 전체에 드리운 것이다. 마치 내부 장기를 보호하는 피부처럼 덮인 피사드는 실제로도 직사광선을 걸러 실내 분위기를 실크처럼 부드럽게 변화시킨다. 외부에서 보면 벽돌 대신 유리로 감싼 층이 있는데, 침대에서 누워 지내야 하는 환자들의 병실이 위치한 곳이다. 창문은 침대에 누운 환자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시선, 천장과 가까운 위치에 만들었다. 한편 건축가는 두 건물을 그대로 연결하지 않고 틈을 만들었다. 그 틈에는 공원과 커피숍, 상점, 서점 등이 입점해 있어 환자뿐 아니라 동네 주민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Add Carrera 7b #12390, Bogot´a, Colombia Web www.srap.land

 

 

13세기 악보 음계를 응용한 무늬를 더한 유리 소재 외관.

 

수평 구조로 보이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시멘트와 대나무 소재를 활용한 곡선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에서 오늘로 시간이 흐르듯, 동적인 느낌을 살린 내부.

 

21세기에서 12세기로
Maggie’s Centre Barts by Steven Holl Architects

영국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12세기 건물 세인트 바르톨로뮤 병원과 교회 사이에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모습의 병동이 하나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스티븐 홀은 이곳의 역사적인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프로젝트를 맡아 층층이 역사가 쌓이듯 중첩되는 건물로 완성했다. 안쪽은 대나무, 중간층은 콘크리트, 바깥은 무광택의 유리 소재를 사용했다. 외부 유리 파사드에는 13세기 악보 음계를 응용한 무늬를 가미했다. 내부에도 시대적인 단서가 있다. 17세기 건축가 제임스 기브스의 대형 홀과 호가스 계단은 없어졌지만 3층으로 올라가는 곡선 구조는 과거의 모습 그대로다. 병원 명칭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매기 케직 젠크스의 이름을 딴 것으로, 죽음을 앞둔 암 환자는 심리 치료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사람이다. 이곳은 환자 가족 대상의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 매우 유명하다. 3층 옥상에서는 환자들을 위한 요가와 같은 여러 가지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Add St Bartholomew’s Hospital, West Smithfield, London, EC1A 7BE Web www.stevenholl.com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물 외부. 건물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부도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꾸몄다.

 

거대한 태양을 형상화한 병원 대기실. 내부에는 안정감을 주는 간접 조명을 달았다.

 

르네 마그리트의 상상과 평화
Hospital AZ Zeno by BURO II & ARCHI+I Ltd.

꼬박 10년이다. 2018년 4월, 따스한 봄에 문을 연 이곳은 20만 m2 부지 안에 병원, 재활 시설, 케어 호텔, 외래환자 진료소, 이벤트 공간까지 촘촘히 들어선 21세기 병원이다. 건축가는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이미지에 영감을 받았다. 건물은 공중에 붕 뜬 것처럼 기둥 위에 있고,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이 특징이다. 중절모를 쓴 말끔한 신사를 보고 무의식 속 잠재된 욕망과 연결 짓듯, 천장 구름 조명, 바닥에서 솟아난 듯한 가로등, 불쑥 등장하는 사진 벽지와 컬러 유리창 앞에서 환자들은 웃다가 철학적 사색에 빠진다. 바이오매스 보일러, 열병합 에너지 저장소 등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물로 완성했다. 건축가는 꿈꾸던 병원을 만들기 위해 투자한 10년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고 한다. 지독한 병도 마찬가지다. 고정관념을 벗어나 회복하고자 하는 도전과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수술비는 벨기에 평균 2148유로에 비해 1342유로, 치료비는 평균 1217유로에 비해 798유로로 저렴하다.
Add Kalvekeetdijk 260, 8300 Knokke-Heist, Belgium Web www.b2ai.com
 

 

힌두교 사원 사이에 들어선 건축물 KMYF. 케이던스는 신의 한 수 같은 병원 프로젝트를 또 하나 진행 중이다. 건물 안에서 식물이 자라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신기한 건축물 나브야스(NAVYAS) 병원이다.

 

내부의 곡선 디자인은 외부에도 이어진다.

 

물결처럼 출렁이는 파사드 막 사이에 창문이 숨어 있다. 이곳으로 들어온 빛이 실내를 부드럽게 밝힌다.

 

신과 함께
KMYF by Cadence

인도 도시 방갈로르(Bangalore)를 터전으로 활동하는 건축 그룹 케이던스(Cadence)는 인도인에게 병원이란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강을 찾아가는 나라,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과 신화를 믿는 나라. 인도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은 과연 신에게 어떤 대답을 얻고자 할까? 케이던스는 신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듣고, 신 곁에서 분노, 고통을 달래자는 의미로 힌두교 사원 사이에 또 다른 사원을 짓는 마음으로 투석 병원 KMYF를 건축했다. 외관은 마치 신의 부드러운 치맛자락처럼 보인다. 컬러 또한 신의 광채처럼 하얗다. 인도의 뜨거운 햇살이 건물을 비추면, 치맛자락 안 숨은 창문으로 빛이 들어와 내부를 은은하게 밝힌다. 혈액 투석 기계 30개를 갖추고 있어 하루 동안 90명의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 에어컨 시설도 구비해 쾌적하다. 신장 이식 상담도 활발하다. 보호자는 병원 밖, 코앞에 놓인 실제 사원을 찾아 인생의 모순을 겸허히 수용하고 기도하고, 환자들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Add 157, 35th A Cross St, 4th T Block East, Pattabhirama Nagar, Jayanagar, Bengaluru, Karnataka 560082, India Web www.cadencearchitects.com
 

 

멕시코 특유의 채도 높은 컬러를 건축물에 반영한 테레톤 유아 종양 클리닉.

 

대기실에는 놀이 기구가 놓여 있고, 멕시코의 컬러풀한 골목처럼 여러 진료, 연구 구역들이 각자의 컬러로 배열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컬러 테라피
Teleton Infant Oncology Clinic by Sordo Madaleno Arquitectos

멕시코는 골목마다 색감이 가득한 나라다. 어린 시절 크레용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거짓 없는 색채다. 멕시코 케레타로에 우뚝 솟은 이 건물은 텔레톤 파운데이션이 암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지은 유아 종양 클리닉이다. 어른들도 그러한데, 아이들에게 암 치료는 얼마나 큰 공포일까. 건축가는 순수한 컬러가 내뿜는 에너지 가득한 병원을 만들고자 했다. 어둠 속에서도 컬러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건물 외부 전체에 조명을 달았다. 내부는 동심으로 가득 찬 그래픽 그림과 컬러로 긴장감을 녹일 수 있도록 했는데, 세포가 분열하고 증식하는 과정에서 본 원형 이미지를 활용했다. 장황한 설명 없이도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컬러가 내뿜는 생생한 에너지 파장이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멕시코는 암 유아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텔레톤 파운데이션은 1999년 설립 이후 유아 전문 암 연구를 해왔고, 멕시코 최대 핵의학 실험실과 방사선 연구실을 갖추고 있다. 희귀암 환아를 우선 치료한다.
Add Anillo vial II Fray Jun´ıpero Serra 1999, Rancho Menchaca, 76140 Santiago de Querétaro, Qro., Mexico Web www.sordomadaleno.com
 

 

 

 

더네이버, 건축, 병원

CREDIT

EDITOR : 계안나PHOTO :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