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그 시절 열광했던 그것

낮에는 용접공으로, 밤에는 댄서로. 전문 댄서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18세 소녀 알렉스의 가슴 떨리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를 넘어 뮤지컬로 돌아온 <플래시댄스>.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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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엄혹한 군부 정권 시절. 이상주의자들은 최루탄 가득한 거리에 서 있을 때, 낭만주의자들은 담배연기 자욱한 극장으로 숨어들었다. 폭정으로부터 시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정부는 심야영화 상영을 허했다. 세상사 알 리 없던 아이들은 은막 속 미지의 여인들에게 마음을 빼앗겼으니, 종종 그 마음 책받침으로 증명하곤 했다. 이제 막 코밑이 거뭇해지던 사내들의 교과서마다 꽂혀 있던 책받침 여왕, 브룩 실즈,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 그리고 단 한 작품으로 책받침 여왕 반열에 오른 이 있었으니, 바로 제니퍼 빌스다.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영화 <플래시댄스>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배경은 미국의 철강 도시 피츠버그. 주인공은 낮에는 제철소 용접공으로, 밤에는 나이트클럽 스트립댄서로 이중생활 중인 낭랑 18세 소녀 알렉스 오웬스. 나이는 어리지만 알렉스는 쇼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클럽 최고의 댄서로, 우리 배우 손예진도 그의 춤을 따라 한 바 있다. 영화 <작업의 정석>(2005)에서 춤을 추던 손예진이 마치 회심의 일격처럼 시원한 물벼락을 맞던 장면, 22년 전 제니퍼 빌스가 보여준 바로 그 장면이다.

 

비록 오늘의 무대는 나이트클럽이나, 내일은 극장 무대에서 설 생각으로 오늘도 춤 연습에 여념이 없는 알렉스. 사실 그것은 연습이라기보다 삶 자체였다. 영화의 오프닝을 여는 ‘왓 어 필링(What A Feeling)’의 노랫말처럼. “무쇠처럼 냉담한 세상, 돌처럼 차가운 세상에서”, “음악이 들려오고 눈을 감으면, 나는 리듬이 되어요. 알렉스에게 춤은 삶의 방편이자 삶의 이유, 삶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배움도 배경도 없는 이에게 세상이 어디 호락호락할까. 그때 그의 가능성을 발견해 음으로 양으로 돕는 이가 제철소 소장 닉(마이클 노리)이다.

 

 

하지만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건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법. 서류 전형에 통과하여 오디션 참가 통지를 받고 뛸 듯이, 아니 정말로 뛰어오르며 기뻐하던 알렉스는 자신의 서류 통과가 닉에 의한 것임을 알고 닉의 뺨을 때린다. 그리고 그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오디션을 포기하려 한다. 그때 닉이 알렉스에게 하는 말이, 이 모든 이야기의 한 줄 요약 되겠다. 꿈을 포기하면, 살아 있는 게 아냐!(When You Give Up Your Dream, You Die!) 사실 이런 진부한 주제와 익숙한 결말, 신데렐라 신드롬에 기댄 개연성 없는 구조는 <플래시댄스>의 가장 큰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시댄스>가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춤과 노래 때문이다. 인용한 ‘왓 어 필링’으로 아이린 카라는 당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독주를 막으며 1983년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으며, 이 노래로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여자 팝 보컬상을 수상했다. 또한 마이클 셈벨로가 부른 ‘매니악(Maniac)’ 또한 빌보드 1위를 차지했으며, 그 외에 ‘글로리아(Gloria)’, ‘아이 러브 로큰롤(I Love Rock ‘n’ Roll)’, ‘맨헌트(Manhunt)’ 등이 수록된 <플래시댄스> OST 앨범은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과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모두 차지했다. 이처럼 <플래시댄스>에서 음악은 분위기를 환기하는 기능적 역할을 넘어 인물의 대사를 대신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 그것이 곧 뮤지컬의 처음이자 끝 아니던가. 그렇다면, 뮤지컬은 영화 <플래시댄스>가 꾸는 꿈 아니겠는가.

 

 

1월 1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될 뮤지컬 <플래시댄스>의 무대에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하는 오리지널 캐스트들이 출연한다. 35년 전 이 영화 한 편으로 제니퍼 빌스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듯, 이번에 알렉스 역으로 출연하는 샬롯 구찌가 스타로 등극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시절, 학생주임의 눈을 피해 동시 상영관을 찾은, 카세트테이프에 음악을 녹음하려 라디오 앞을 떠나지 못한, 책받침 여왕에게 열광한, 지금은 사라진 지난 세기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에게 과거를 회상할 선물이 될 것임을.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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