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THE ARTISTIC TIME

정교한 예술 작품을 손목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아트와 조우한 특별한 시계를 택하는 것. 다이얼 위에 실제 명화 작품을 고스란히 옮기거나 아티스트가 직접 시계 제작에 참여하는 등 시계와 예술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다.

2018.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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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에 올릴 만큼 자그마한 직경 30~40mm의 시계 다이얼은 아티스트의 무궁한 영감을 펼쳐낼 수 있는 캔버스가 되곤 한다. 고급 시계 브랜드에서는 기능에 충실한 동시에 인그레이빙, 에나멜링 등 다양한 공예 기법으로 예술품과 같은 다이얼을 제작한다. 손목 위로 작지만 더 정교하게 응집된 상상력과 장인 정신, 경이로운 예술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캔버스의 크기가 작은 만큼 시계 다이얼 위에 작품을 완성하는 작업은 엄청난 인내를 요한다. 붓과 끌 등 작업 도구는 극도로 정밀해질 수밖에 없고, 이를 이용하는 장인의 손끝은 미세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예술 작품과 같은 ‘메티에다르(Métiers d’Art)’ 시계는 누구나 탄생시킬 수 없고, 아무나 가질 수 없다. 또 찍어낸 듯 똑같은 시계가 있을 수 없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고급 시계가 갖는 진정한 매력은 이런 희귀성에 있다. 메티에다르는 이런 독보적인 가치를 완벽히 충족시킨다.

 

 

최근 일부 시계 브랜드에서는 전위적인 현대 예술 작가와의 협업으로 특별한 예술적 가치를 담은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아티스트가 브랜드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타임피스를 재해석해 이색적인 시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위블로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타투이스트와, 리차드 밀과 태그호이어는 그라피티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등 젊은 아티스트와의 파격적인 만남이 돋보인다. 

 

 

반대로 불멸의 명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타임피스도 있다. 주로 실제 작품을 다이얼 위에 그대로 모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원본의 풍경이나 색감은 물론 화풍까지 고스란히 다이얼 위에 얹는다. 아주 가는 붓으로 에나멜 안료를 사용해 정교하게 그림을 완성하는 기법을 ‘미니어처 페인팅(Miniatures Painting)’이라고 한다. 미니어처 페인터들은 두세 가닥의 담비털로 만든 정교한 붓을 사용한다. 이렇게 가는 붓이 아니면 다이얼 위에 극도로 정밀하게 그림을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미니어처 페인팅 외에 다이얼에 다양한 색채와 특유의 광택을 입히는 기법인 ‘에나멜링(Enamelling)’도 활용한다. 에나멜링 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샹르베(Champlevé) 에나멜링은 금속 플레이트에 밑그림을 그린 다음 원하는 형태의 윤곽만 남기고 파낸 후 에나멜 안료를 채워 넣는 방식이다. 클루아조네(Cloisonné) 에나멜링은 원하는 그림의 윤곽을 따라 와이어로 테두리를 두르고 그 안을 에나멜로 채워 완성한다. 최근 출시된 메티에다르 타임피스에서는 플리카주르(Plique-a-Jour) 에나멜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플리카주르 에나멜링은 밑판 없이 테두리만 있는 상태에서 안료를 채워 넣어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반투명 효과가 난다. 유리 가루에 안료를 섞어 물감처럼 사용하는 에나멜링은 작업 도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한 층씩 페인팅을 완성할 때마다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낸다. 정확한 온도와 가마에서 꺼내는 타이밍이 완벽해야만 의도한 컬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 역시 능숙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예술과도 같은 시계를 탄생시키기 위해 에나멜링과 함께 인그레이빙(Engraving), 마케트리(Marquetry) 같은 공예 기법도 많이 사용된다. 인그레이빙 장인들은 금속을 파내거나 입체적으로 깎아내는 아주 정교한 조각가이다. 모자이크 기법으로도 불리는 마케트리는 아주 작은 조각을 정확하게 짜맞춰 근사한 다이얼을 완성한다. 

 

현대 아티스트와의 만남 
아방가르드 워치 브랜드를 대표하는 리차드 밀은 토노형 케이스와 무브먼트 부품을 다이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스켈레톤 다이얼로 유명하다. 리차드 밀은 정밀하면서 미래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시계를 만들기 위해 ‘미스터 컬러풀(Mr. Colorful)’이라 불리는 그라피티 스트리트 아티스트 시릴 콩고(Cyril Kongo)에게 특별한 의뢰를 했다. 도시의 벽화 형태로 존재하던 그의 작품을 무브먼트의 베이스 플레이트와 브리지 위로 옮긴 것이다. 시릴 콩고는 무브먼트의 아주 정교한 부품 위에 그림을 담기 위해 1년 가까이 기술을 개발했다. 물감 한 방울의 양을 스프레이로 뿌릴 수 있는 특수 에어 브러시를 제작한 그는 이를 이용해 RM 68-01을 탄생시켰다. 다이얼 위에 드러나는 시계의 모든 부품이 마치 벽에 대고 물감을 뿌린 듯 시릴 콩고 특유의 색상으로 페인팅돼 다이얼 앞뒤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태그호이어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알렉 모노폴리(Alec Monopoly)와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다. 반항적인 예술 선동가로 유명한 알렉 모노폴리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캐릭터로 상징된다. 그는 태그호이어의 커넥티드 워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2017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모노폴리는 화이트 러버 스트랩 위에 페인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렇게 그의 페인팅을 더한 스트랩은 커넥티드 모듈러 45 리미티드 에디션에 장착됐고, 그는 이 커넥티드 워치를 위한 페이스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2014년 브라질 출신의 미국 팝 아티스트 로메로 브리토(Romero Britto)의 작품을 다이얼에 담은 타임피스를 선보인 바 있던 위블로는 타투이스트 샹 블루와의 협업에 이어 올해는 새로운 아티스트와 함께한 작업을 공개했다. 바로 다이아몬드 커팅처럼 조각품을 완성하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리처드 올린스키(Richard Orlinski)와 함께 위블로 클래식 퓨전 크로노그래프 올린스키 워치를 제작한 것이다. 세라믹, 티타늄, 골드 등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된 이 시계의 케이스는 그의 작품처럼 섬세한 단면으로 커팅돼 있다. 위블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판매한 것으로 유명한 올린스키의 조각품을 소유할 수 있는 이색적인 방법을 제시한 셈이다.

1 HUBLOT 클래식 퓨전 크로노그래프 올린스키를 착용한 아티스트 리처드 올린스키. 2 TAG HEUER 커넥티드 모듈러 45 리미티드 에디션을 착용한 알렉 모노폴리.  3 RICHARD MILLE 그라피티 스트리트 아티스트 시릴 콩고와 RM 68-01 시릴 콩고. 

 

 

명화의 캔버스가 된 타임피스 
정교한 미니어처 페인팅을 구현할 수 있는 시계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 대표적인 예거 르쿨트르는 그동안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을 비롯해 스위스 화가 페르디난트 호들러(Ferdinand Hodler)의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을 리베르소 케이스 뒷면에 담아낸 바 있다. 최근에는 점묘법, 수묵화, 판화라는 각기 다른 기법으로 회화 작품을 완성한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쉬베이훙(Xu Beihong), 가쓰시카 호쿠사이(Katsushika Hokusai)의 대표작을 한 점씩 선택해 리베르소 뒷면에 이를 재현했다. 특히 조르주 쇠라의 ‘그랑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는 본래 2×3m 크기의 작품을 3cm2 면적에 동일한 점묘법으로 완벽히 담아냈다. 
쇼메는 올해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의 ‘정원에서 파라솔을 든 여인’에서 영감을 받은 에크리뛰르 드 쇼메 워치로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의 후보작에 올랐다. 쇼메는 르누아르 작품의 질감과 몽환적인 컬러를 다이얼에 고스란히 적용했고, 간결한 시, 분 핸즈만을 더해 다이얼의 예술성을 극대화했다.

1 JAEGER-LECOULTRE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페인팅 작업. 2 JAEGER-LECOULTRE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조르주 쇠라. 3 CHAUMET 에크리뛰르 드 쇼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손목 위에
탁월한 에나멜링 기술력을 보유한 반클리프 아펠, 바쉐론 콘스탄틴, 자케 드로는 최근 공통적으로 플리카주르 기법의 이색적인 에나멜링으로 메티에다르를 완성했다. 반투명한 에나멜링 사이로 빛이 통과하는 독특한 매력의 플리카주르 에나멜링 다이얼은 웅장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연상시킨다. 특히 자케 드로의 쁘띠 외흐 미닛 스말타 클라라는 오프센터 다이얼 뒤로 강렬한 호랑이 모티프를 플리카주르 에나멜링으로 완성했다. 골드 테두리로 분리된 조각마다 각기 다른 색상을 사용한 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다이얼의 앞뒤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 

1 VACHERON CONSTANTIN 메티에다르 아에로스티어. 2 VAN CLEEF & ARPELS 레이디 아펠 빠삐옹 오토메이트. 3 JAQUET DROZ 쁘띠 외흐 미닛 스말타 클라라.   

 

 

정교한 인그레이빙 작품의 탄생 
로저드뷔가 2013년 첫선을 보인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는 진정한 예술적 가치로서의 인그레이빙 기술을 선보였다. 이 타임피스는 2015년 두 번째 에디션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시리즈를 추가했다. 로저드뷔는 고대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그리고 명검인 엑스칼리버의 스토리에서 얻은 영감을 다이얼 위에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직경 45mm 케이스 안에는 검을 겨누고 있는 12명의 기사가 정교하게 조각돼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쇼파드는 매해 동양의 12간지를 나타내는 차이니스 조디악을 모티프로 예술 작품과 같은 타임피스를 선보여왔다. 주로 에나멜링 기법으로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 모티프를 다이얼 위에 구현해온 쇼파드는 올해는 멕시코의 전통 인그레이빙 기법으로 타임피스를 제작했다. 핑크 골드 케이스의 측면에 띠를 나타내는 12가지 동물 모티프가 정교한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새겨져 있다. 


블랑팡에서 독보적인 노하우를 가진 샤쿠도(Shakudõ)는 역사적으로 검, 장식품, 장신구 등에 사용하던 골드와 구리 합금 소재인데, 과거 장인들은 샤쿠도 소재에 대부분 인그레이빙 장식을 더했다. 블랑팡은 여기서 착안해 화려한 인그레이빙이 돋보이는 샤쿠도 다이얼의 타임피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여왕의 결투 시계는 다이얼에 스위스의 마테호른 앞마당에서 열리는 전통 소싸움 대회를 묘사했다. 샤쿠도 다이얼 위에 레드 골드로 소의 형상을 표현했고, 특히 목줄 부분은 전통적인 다마스트 상감기법(Damascening)으로 마무리해 정교한 작품을 완성했다

1 ROGER DUBUIS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III.  2 BLANCPAIN 빌레레 메티에다르 여왕의 결투.  3 CHOPARD L.U.C 퍼페추얼 T 스피릿 오브 더 차이니스 조디악. 

 

 

작은 조각들이 완성한 하모니 
에르메스는 다이얼을 다양한 컬러 조각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모자이크 기법으로 아쏘 로브 뒤 수아 워치를 제작해 올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의 예술 공예 부문 상을 받았다.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 중 승마 모티프 패턴을 다이얼 위에 2200개의 가죽 조각을 촘촘하게 채워 완성한 시계다. 1년 반에 거쳐 이 기술을 연구하고 완벽히 마스터한 장인은 몇 주 동안 공들여 하나의 다이얼을 완성한다. 
올해 까르띠에는 고유의 팬더 모티프를 우드와 골드 리프 마케트리로 다이얼 위에 펼쳐냈다. 24K 골드 위에 나무를 레이어드한 후 조각해 나무 표면에 드러난 골드가 팬더 무늬를 연상시킨다. 골드 테두리로 분할된 다이얼은 완벽하게 세공된 우드 조각을 짜맞춰 완성한 것이다. 
피아제는 한층 더 섬세한 세공을 요하는 원석 조각을 짜맞춰 신비한 느낌의 마케트리 다이얼을 선보였다. 각각 말라카이트와 라피스라줄리로 제작된 알티플라노 스톤 마케트리 투르비용 워치는 원석 고유의 결이 조각마다 각기 다른 대비를 이뤄 시선을 사로잡는다.

1 CARTIER 롱드 루이 까르띠에 위드 우드 & 골드 리프 마케트리. 2 PIAGET 알티플라노 스톤 마케트리 투르비용. 3 HERMES 아쏘 로브 뒤 수아.

 

 

우주와 밤하늘의 신비를 표현한 예술 시계 
천문학의 테마는 시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태양과 지구, 행성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이 생겨났고 시계가 생긴 초기부터 인류는 밤하늘의 신비를 시계에 담고자 했다. 다양한 예술 기법을 적용한 메티에다르 중에는 특히 이런 천문학을 모티프로 한 시계가 많다. 지난해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선보인 메티에다르 코페르니쿠스 천구 2460 RT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의 위대한 천문학적 발견을 테마로 3가지 각기 다른 장면을 다이얼 위에 구현한 것. 미니어처 페인팅 에나멜링과 인그레이빙으로 각각 제작된 3가지 시계는 모두 다이얼 중심에는 골드를 인그레이빙한 태양이 자리하고,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완성한 지구가 그 주위를 실제와 같은 궤도로 공전한다. 
반클리프 아펠이 올해 여성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우주를 모티프로 선보인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 워치는 입체적인 어벤추린 다이얼 위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태양과 가까운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와 달을 배치했다. 이 행성들은 실제 주기로 다이얼 위에서 태양 궤도를 공전한다. 하이라이트는 지구 주위를 29.5일마다 회전하는 달로, 다이얼 위에서 천상의 발레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1 VACHERON CONSTANTIN 메티에다르 코페르니쿠스 천구 2460 RT. 2 VAN CLEEF & ARPELS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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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구태은PHOTO : 각 시계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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