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VILLA ICELAND

아이슬란드 도예가 마르그레트 욘스도티르는 여행 중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랫동안 찾고 있던 조건과 딱 맞아떨어지는 주택이 드디어 나타났다’는 것. 더 가슴 벅찬 일은 그 집이 그녀의 아버지가 50여 년 전 설계부터 건축까지 담당했던 곳이라는 사실. 부모님 품에 안기듯 포근한 집으로의 초대.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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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칼드바퀴르(Kaldbakur)!” 도예가 마르그레트 욘스도티르(Margrét Jónsdóttir)와 그녀의 남편 귀드뮌뒤르(Guðmundur)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커튼을 열고 창밖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푸른 피오르 너머 하얀 눈으로 뒤덮인 칼드바퀴르산이 햇살을 머금은 하늘과 맞닿은 신비한 풍경. “아마 이 집에 있는 동안 당신은 시선과 영혼이 끊임없이 저 창밖 너머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마르그레트가 아름다운 전망에 대해 속삭이듯 설명한다. “우리 집을 둘러싼 환경은 저를 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고, 때로는 그 느낌을 극대화해요. 가만히 창밖을 내다볼 때면 우리 집이 저 산꼭대기까지 확장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예요.”

 

 

거실과 다이닝룸 사이를 자연스럽게 나눠주는 벽난로와 낮은 벽은 원래 이 집을 지을 때부터 있던 구조로 그대로 살렸다. 대신 좀 더 러스틱하게 연출하기 위해 마르그레트는 벽난로 기둥과 벽면을 모두 자신의 친구가 개발한 시멘트 효과를 내는 페인트로 칠했다. 

 

체코 디자이너 인드르지흐 할라발라(Jindrich Halabala)의 장식적인 파티션 선반을 설치하고, 여기에 자신이 여행하며 구입한 오래된 책과 소품을 전시했다. 벽면에는 나폴레옹 3세 스타일의 볼록 거울이 작품처럼 걸려 있다. 

 

아이슬란드 북부 아쿼레이리(Akureyri)의 한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위치한 마르그레트의 가족의 집. 2012년 이곳으로 이사 온 마르그레트 가족은 아직도 아침마다 자신들이 이렇게 근사한 자연 환경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우리 가족이 이 집과 사랑에 빠진 이유는 바로 창밖의 풍경, 그 하나였어요.” 대학생 딸 하나를 둔 마르그레트 부부는 원래 아파트에서 거주했었다고. 하지만 늘 전망이 있는 집을 동경하던 마르그레트는 수년간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위해 남편과 여러 곳을 둘러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연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그러던 중 남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은 그녀에게 운명 같은 집을 선사하기 이르렀다. “우리 부부는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눈빛만으로 의견 일치를 보았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저보다 남편의 결단이 더 확고했죠.” 일사천리로 집을 구매한 마르그레트는 개조를 준비하며 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알고 보니 이 집은 건축가이자 무역업을 했던 아버지가 1968년에 친구 가족의 요청을 받아 지어준 집이었던 것. “제가 이 집에서 걸어서 2분 떨어진 곳에 있는 집에서 자랐어요. 이 집에서 보이는 전망이 낯설지 않았던 건 제가 유년 시절 우리 집에서 본 전망과 흡사했기 때문이었어요.”  

 

 

공간이 매우 추워 보일 거라며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던 스테인리스 스틸 주방 가구. 마르그레트는 심플하고 우아한 스테인리스 스틸 주방 가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크 마루 바닥이 주방 가구에 반사되면서 공간은 매우 온화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리빙룸은 마르그레트와 가족이 경험한 여행의 순간들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했다. 돌과 그릇,  그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념품은 이 집을 개성 있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그중 이 천사상은 마르그레트가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인도를 여행할 때 발견한 것이다.  

 

마르그레트는 다소 엉뚱하다 싶다 해도 독창적인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 30년 경력의 도예가다. 그녀의 이러한 근성은 집을 개조하는 데 있어 장점이 되었다. “내부의 어떠한 벽도 부수거나 옮길 필요가 없었어요. 공간과 공간이 분리되면서도 탁 트인 전망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는 50년 전에 지어진 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죠. 저는 건축가로서 아버지의 창작물과 그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단순 명료한 직선으로 이뤄진 컨템퍼러리 모던 하우스는 2000년대 지은 집이라 해도 믿을 만큼 세련된 모습. 흠잡을 데 없는 내부 구조는 그대로 살린 채 이뤄진 리노베이션은 그러나 두 달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노후한 설비를 교체한 것도 그렇거니와 아버지가 지은 집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개조 과정에 깊이 빠져든 마르그레트 부부는 공간의 마감재는 물론 조명, 소품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관여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특히 이 집의 러스틱한 세련미를 살리기 위해 내부 마감은 시멘트 느낌이 나는 색감과 텍스처가 특징인 페인트로 완성했어요.” 마르그레트가 인테리어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마감재인 페인트는 이 지역 고향 친구가 만든 것으로, 지금은 스웨덴에서 인테리어 페인트로 브랜드화에 성공했다고.    

 

 

와이어 샹들리에가 중심을 잡고 있는 다이닝룸. 고물상에서 주운 메탈 와이어를 구부려서 샹들리에 프레임을 만들고 여기에 추억이 깃든 소품을 매달아 완성했다. 생일이나 기념일, 명절 등에는 그에 맞는 소품이나 선물을 메탈 샹들리에에 매달아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그리고 브라운 같은 차분한 자연의 색으로 둘러싸인 마르그레트의 집은 아이슬란드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자연과 교감하고 관계 맺는 것을 중시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본래 그가 모으고 만든 작품이 지닌 색감이기도 하다. 다이닝룸의 테이블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디자인. 마르그레트가 이 집을 위해 제작한 테이블은 보트 제작자였던 집주인이 만든 보트의 일부분을 상판으로 재활용하고, 다리는 아이슬란드 라쿠 지구의 점토로 빚은 도자기다. “다이닝 테이블 위에 걸려 있는 메탈 샹들리에도 우리 가족이 만든 거예요. 고물상에서 본 철근을 가져와 남동생에게 구부리게 하고 여행지에서 구매한 기념품을 걸어놓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조명을 완성했죠.” 

 

 

오래된 집이었지만 내부 구조를 그대로 살리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거실과 다이닝룸을 개방적으로 나눠주는, 벤치 겸 수납장 그리고 벽난로가 공간의 일부로 녹아든 콘크리트 구조물 덕분이었다. 벽난로 옆으로 이어지는 이 벤치는 쿠션을 놓아 아늑한 쉼터로 만들었다. 마르그레트의 딸은 겨울방학이면 이 벤치에 앉아 기타를 연주하고 책을 읽으며 평화로운 아이슬란드의 겨울을 즐긴다. 

 

마르그레트 가족 중 또 한 명의 창작가는 동생 마리아다. 순수 예술가이자 플로럴 페인팅 스페셜리스트인 마리아는 아이슬란드에 머물 때면 언니인 마르그레트와 협업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아마릴리스 그림이다. 원형 테이블 위에는 마르그레트가 만든 화병과 촛대가 놓여 있다. 키 큰 촛대는 철로 제작된 것으로 자매가 인도 여행 때 산 것이다. 

 

도예가의 집답게 마르그레트가 제작한 도자 작품 또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주방 수납장에 줄 서 있는 그릇은 기본, 실내를 아늑하고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촛대, 테이블과 소파 옆에 놓인 화병 등 순백의 화이트 디너웨어부터 흙의 촉감이 살아 있는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아이슬란드를 빼닮은 도자기가 남다른 존재감을 발한다. “집에 들여놓은 도자기는 완벽한 것들이 아니에요. 결점이 있거나 유약 처리가 잘못된 것 등 저마다 사연이 있죠. 하지만 때로는 그 점이 각 도자기의 독보적 아름다움이 되기도 합니다.” 마르그레트는 예술가로서 작고 하찮은 것에서 큰 가치를 발견하는 묘미를 깨닫고 이를 작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욕실은 예산상 합리적으로 개조해야 했다. 오래된 타일을 떼어내기보다는 그 위에 얇게 콘크리트를 입혀 투박하지만 모던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변신시켰다. 욕실을 따스하게 보이도록 초를 많이 둔 것도 포인트. 욕조 옆에 둔 양초 뒤로 거울을 놓아 불빛이 반사되도록 했다.

 

대학생 딸 방은 아이슬란드의 설경을 닮은 화이트 가구와 소품으로 꾸몄다. 책상 위에 놓인 촛대는 마르그레트가 제작한 것이다. 

 

딸의 방은 미묘한 그레이와 라이트 블루 페인트로 칠해 아이슬란드의 자연과 하나 되는 듯 순수한 느낌을 표현했다. 침대의 헤드보드 역시 마르그레트의 친구가 운영하는 페인트 회사에서 만든 색상으로 칠했다. 마르그레트는 공간을 감싸는 컬러가 인테리어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믿는다. 

 

18세에 덴마크로 예술을 전공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 후 1985년에 아이슬란드로 돌아와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는 지난 2009년 아퀴레이 아트 뮤지엄(Akureyri’s Art Museum)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유치원, 초등, 중등 학생을 초청해 아이들로 하여금 흙을 반죽해 작은 덩어리를 만들게 하고 이를 자신의 공방에 가져가 구운 후 작업실 외벽에 작품처럼 설치했다. “시간이 지나 다 큰 아이들이 가끔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러 작업실에 올 때면 도예가로서 느끼는 희열이 남달라요.” 작은 것에도 어김없이 깃드는 시간의 흐름, 자연의 풍화와 퇴적을 통해 생성되는 특별함은 최고의 예술임을 그녀는 안다. 그래서 마르그레트는 그 모든 깨달음을 담은 집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 집은 절대 나에게 같은 감성을 선사하지 않아요. 날씨와 계절, 빛과 어둠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죠. 정말 이 집은 살아 있는 유기체예요!”  

Styling WILMA CU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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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KRISTA KELTA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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