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까?

홀로 삼남매의 육아를 도맡아 슈머맘이 되어야 했던 육아맘과 그 곁에 나타난 슈퍼 보모. 각본가 디아블로 코디 특유의 촌철살인 명대사가 가슴을 치는 영화 <툴리>다.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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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화 <주노>는 10대 소녀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0년 넘게 시간이 흐른 뒤, <주노>의 감독인 제이슨 라이트맨은 사회 통념에 맞는 나이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준비한다. 이 여성의 이름은 마를로. 질문이 많아지기 시작한 첫째 딸과 조금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둘째 아들의 육아로도 모자라, 셋째 아이를 갖게 됐다. 겉으로는 큰 문제 없어 보이는 남편은 사실 밤마다 게임을 하느라 육아를 나누지 않고, 마를로는 홀로 집안일, 육아와 씨름하며 영혼 없이 살아간다. 마를로의 오빠가 보다 못해 비용을 지불하며 야간 육아 도우미를 쓸 것을 권하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던 어느 날 도우미가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툴리. 바로 영화의 제목이다.

 

 

툴리가 찾아와 마를로가 삶에 휴식과 생기를 되찾기까지, 이 영화는 코미디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그의 고통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둘째 아이 출산 이후 찾아온 우울증은 여전히 마를로의 일상에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만성 피로에 젖은 채 셋째를 낳은 뒤 다시 육아의 굴레로 돌아가야만 한다. 모성의 신비와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대한 신성에 가까운 가치 부여로 지워진 육아의 고통은 임신 후 늘어진 뱃살과 탄력 잃은 피부, 아기의 생명줄인 젖을 만드는 기계로만 기능하는 가슴, 온갖 상처로 가득해 ‘전쟁터’가 되어버린 마를로의 육체를 통해 생생히 되살아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망가져버린 몸에 생기 잃은 눈빛을 한 마를로를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홍보 과정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22kg을 어떻게 찌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감량했는지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 샤를리즈 테론이 몇 번이나 말했듯이, 사실 무게를 늘리고 줄이는 일 자체는 연기만큼 어렵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그가 육아의 고통으로 마를로의 온몸과 정신이 말라붙고 날이 갈수록 영혼이 피폐해지는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영화의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온 힘을 다해 연기한 배우에게 걸맞은 칭찬일 것이다.

 

 

마를로를 현실의 고통에서 구해내는 툴리 역을 맡은 매킨지 데이비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마를로의 지친 영혼을 어루만질 방법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맑은 눈의 자유로운 영혼에게 막내딸을 맡기고 잠드는 마를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끊임없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라고 말하면서도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사람들, 정작 얼마나 많은 어둠과 고통을 지나야만 한 아이가 제 몫을 할 정도로 자라나는지 모르는 사람들 모두에게 <툴리>는 현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겨우, 견디는 방법을 알려준다. 영화 속에서 그 방법은 반전으로 드러난다. 이 반전을 확인하기 위해 영화를 봐도 좋겠지만, 외면하고 눈 감거나 애써 덧대어 가리고 포장해왔던 육아와 부모 되기를 확인하고 직시하는 경험을 위해서도 보기를 권한다. 


자신에게 아기를 맡기고 지친 표정으로 돌아가는 마를로에게, 툴리는 아기에게 굿나잇 키스를 해주라고 말한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마를로에게 툴리가 확인시켜주는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내일 아침이면 아기는 조금 달라져 있을 거예요. 밤새 조금 자랄 테니까요.”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도요.” 아기처럼 키와 몸이 자라진 않지만, 우리의 세포는 죽고 살아나기를 거듭하나 분명히 자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른도, 엄마도 자란다. 그 모든 것이 반드시 좋은 방향이 아닐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자란다는 것을 <툴리>는 가르쳐준다. 

※ 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콘텐츠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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