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왜 쓰는가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전방위 아티스트 패티 스미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몰입>으로 그는 화답한다.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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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의 수업이 끝났다. 글쓰기 수업이었다. 그저 글 잘 쓰는 기술만 친절하게 알려줘도 됐을 텐데, 나는 계속 학생들에게 물었다. 왜 이 글을 당신이 써야 해요?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글을 이미 쓰고 출판했는데, 어째서 당신이 또 글을 써야 하죠? 당신만 할 수 있는 얘기가 무엇이 있을까요? 그건 아마도, 다른 사람들을 향한 질문이기 전에 나를 향한 질문이리라. 이 책은 그러한 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을까? 


<몰입>은 ‘나는 왜 글을 쓰는가(Why I Write)’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평생 글쓰기에 헌신한 걸출한 작가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예일대학교가 설립한 윈드햄 캠벨 문학상 재단이 예일대학교 출판부와 같이 펴내고 있다. 첫 번째 책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작가로서 패티 스미스에 대한 편집진의 애정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그럴 만하다. 패티 스미스는 ‘펑크 록의 대모’라 불리는 뮤지션이지만 작가이기도 하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전방위 아티스트’가 맞을 것이다. 공연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음악을 평론하고, 연기도 한다. 그는 1975년 첫 앨범 <Horses>를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뮤지션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지만, 앨범보다 먼저 시집을 출간했으니 그의 정체는 굳이 말하면 ‘노래 부르는 작가’일 것이다. 그는 또한 전미도서상을 수상함으로써 작가로서 능력을 증명했다. 그가 쓴 <M 트레인>과 <저스트 키즈>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에게 왜 쓰는가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세 장으로 이루어진, 산문과 소설과 산문이 교차하는 이 책의 마지막 줄에서 그는 말한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내 손가락이 초침처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질문을 추적한다. 젊었을 때부터 내 앞에 놓인 익숙한 수수께끼. 언어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놀이와 친구들과 사랑의 계곡에서 한 박자 바깥으로 물러서기.”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 그는 ‘왜 내가 써야 하는가’ 따위를 묻지 않는다. 마지막 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목을 보아야 안다. ‘몰입(Devotion)’. 


김선형 번역가는 패티 스미스가 내놓은 한 단어, ‘Devotion’을 어떻게 번역할까 고심하던 과정을 우리에게 설명하면서 패티 스미스가 글쓰기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준다. 디보션은 중의적 의미를 가진 단어다. 단순한 몰입이 아니라, 종교적인 몰입을 의미한다. 책 제목은 <몰입>으로, 이 책 속에 삽입된 소설의 제목은 <헌신>으로 번역했지만 이 둘은 같은 단어다. 


단어를 파보면 다양한 종교적 함의가 쏟아져 나온다. 신심, 심성봉헌, 흠숭, 소명에 따라 몸을 바치는 헌신, 마음속으로 소리 없이 기도하는 행위, 고요하게 집중해 깊이 생각하는 행위. 그러나 패티 스미스는 어떤 종교도 들이밀지 않는다. 순수한 몰입과 헌신의 경지에 대하여, ‘드리고 바치는 마음’에 대하여 말할 뿐이다. 


몰입과 헌신의 자세는 그가 쓰는 글에 잘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들여다보고 곱씹어보고 꿰뚫어보고 글로 쓴다. 다른 이들의 글에 공감하고 함께 전율한다. 조각들이 모이고 잊힌 것들이 살아난다. 그에게 고독은 필수적인 것이다. 그는 말한다. “어째서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걸까? 스스로를 격리하고, 고치 속에 파고들어, 타인이 없는데도 고독 속에서 황홀한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었다. 프루스트에게는 셔터를 내린 창문이 있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에게는 음이 소거된 집이 있었다. 딜런 토머스에게는 소박한 헛간이 있었다. 모두가 말들로 채울 허공을 찾는다. 그 말들이 아무도 밟은 적 없는 땅을 꿰뚫고 풀리지 않은 비밀번호를 풀고 무한을 형용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왜 당신이 써야 하는가’ 묻지 말고,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라는 패티 스미스의 말을 읽어주었어야 했다. 훌륭하고 멋진 결과물을 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몰입과 헌신을 통해 나온 글은 훌륭할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어야 했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문제는 나에게로 향함을 느낀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혹은 글을 쓰는 것이 산다는 것이기에.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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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설미현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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