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비엔날레를 걷다

광주, 부산, 대구, 저 멀리 상파울루까지, 하반기 미술 시장을 달굴 대규모 비엔날레가 9월 동시에 개막했다. 가을 단풍보다 열정적이며 한편으로는 사색을 부르는 길, 비엔날레를 걷는다. 미술 이론은 몰라도 된다.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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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바예스테르 모레노(Antonio Ballester Moreno)의 ‘Long Live the Free Fields’ 시리즈. © Leo Eloy / Estúdio Garagem

 

오래된 나무로 드럼을 만든 루시아 노게이라(Lucia Nogueira)의 ‘Full Stop’, 

 

큐레이터로 참여한 아티스트 소피아 보르지스. © Pedro Ivo Trasferetti

 

니콜 블라도(Nicole Vlado) & 우라 나타샤 오군지(Wura-Natasha Ogunji)의 오프닝 퍼포먼스. © Leo Eloy/Estúdio Garagem

 

네덜란드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 로데릭 헤잇브린크(Roderick Hietbrink)의 ‘The Living Room’. 

 

전통 직물과 자수를 통해 성별, 특히 여성의 시각에서 작품을 풀어낸 펠리시아노 센투리온(Feliciano Centurióon)의 ‘Untitled’.

 

프리드리히 프뢰벨(Friedrich Fröobel)의 유치원의 두 번째 선물(Second Gift of the Froö.bel, Kindergarten). 

 

소피아 보르지스(Sofia Borges), Painting, Brain, and Face, 2017.

 

큐레이터가 된 아티스트 상파울루 비엔날레
세계 3대 비엔날레. 베니스, 휘트니, 그리고 지금 안내할 상파울루 비엔날레다. 12월 9일까지 펼쳐질 제33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거창한 역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탈리아 출신의 사업가이자 미술품 컬렉터인 프란시스코 마타라초 소브리뉴에 의해 1951년 시작된 예술 축제라는 기본은 숙지하고 들어가보자. 이번 비엔날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전시의 주제가 아니다. 전시를 풀어내는 특별한 방법론이다. 기존 비엔날레 하면 수석 큐레이터가 기획 총괄하지만, 이번 비엔날레는 다르다. 수석 큐레이터인 가브리엘 페리즈 바레이를 필두로 안토니오 바예스테르 모레노, 알레한드로 세자르코, 클라우디아 폰테스 등 7명의 아티스트가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가브리엘이 선택한 12개 솔로 프로젝트와 7명의 아티스트가 제안한 전시가  앙상블을 이룬다. 과연 아티스트가 큐레이션하면 무엇이 다를까. 살짝 궁금하긴 하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내 눈에 목격된, 나만의 큐레이션이라면? 스페인 출신의 안토니오 바예스테르 모레노를 꼽고 싶다. 그는 전시장 바닥에 거대한 버섯 숲(?)을 만들었다. 각기 다른 형태와 색의 점토로 만들어진 버섯 숲. 멀리서 보면 그것은 또 다른 행성, 별을 떠올리게 하며 안토니오는 그곳에 자연의 시간을 펼쳐놓았다. 이 밖에 뿌리 뽑힌 거대한 나무가 들어찬, 조금은 황당한 리빙룸을 선보인 로데릭 헤잇브린크(Roderick Hietbrink), 오래된 나무로 드럼을 만든 루시아 노게이라 등 흥미로운 작가들의 작품이 이곳 상파울루의 아트 신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

 

 

임민욱, 만일의 약속, 2015~2018. 

 

파이프로 구소련의 이중간첩을 표현한 노메다 & 게디미나스 우르보나스의 ‘변이’. 

 

서민정, 순간의 총체, 

 

초코파이 10만 개를 활용한 천민정의 ‘Eat Choco Pie Together’. 작품 공개와 함께 가장 많은 이슈와 논란을 낳은 작품이기도 하다. 

 

마우리시오 지아스 & 발터 리드베그, Cold Stories, 8채널 비디오 및 꼭두각시 인형 설치 작업, 2013, Courtesy Galeria Vermelho, S. Paulo, Brazil

 

선택과 집중 부산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하루 뒤인 9월 8일 개막한 부산비엔날레. 지난 부산비엔날레에 비해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참여 작가와 작품수를 줄여 작품에 집중하도록 한 것. 관객 입장에서도 제한된 시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작품을 ‘소비’하도록 강요당하지 않고,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비엔날레에는 34개국 66명의 작품 125점이 전시된다. 국내 비엔날레의 쌍두마차 격인 광주비엔날레가 165팀의 작품 300여 점을 전시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확연한 차이다(물론 예산에서도 광주비엔날레가 더 풍족하긴 하다). 맹목적으로 작품수를 늘리는 규모의 외향적 확장보다는 의미의 응축을 꾀하자는 전략이다. 전시 테마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로, 세계적인 이슈인 ‘분리’를 물리적, 심리적으로 조명한다. 분단국가, 이데올로기, 내전… 얼핏 봐도 어렵고,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 같다. 하지만 분단된 영토와 분리된 국가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꽤 많은 숫자라는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콩고 등만 봐도 그렇다. 주제는 다소 무겁고 암울하지만 작품마저 그렇지는 않다. 눈물 모양으로 주조된 3,451개의 조각을 철사에 꿰어 천장에 매단 멜릭 오하니언의 ‘콘크리트 눈물방울’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3451’이라는 숫자는 작가의 고향인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파리까지의 거리를 km로 환산한 것이라고. 전시는 
6월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 두 곳에서, 11월 11일까지 펼쳐진다.

 

 

Wiebke Maria Wachmann, Sea of Ice(Eismeer 4.2.8), 2014~18

 

Anne Collier © Courtesy of the Artist; Anton Kern Gallery, New York; Galerie Neu, Berlin; and The Modern Institute/ Toby Webster Ltd., Glasgow.

 

 Aida Muluneh © Courtesy David Krut, Johannesburg

 

Julia Steinigeweg, A Confusing Potential, 2012~16

 

전설을 만나다 대구사진비엔날레
가을 여행지로 대구를 택했다면, 아시아 최고의 사진 축제인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놓치지 말 것. 10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20개국 250명, 1000여 점의 작품이 대기 중이다. 올해는 ‘프레임을 넘나들다’를 비전으로 동시대 사진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다양성과 자유로움에 주목한다. 프레임 하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가장 쉽게는 사진이 촬영되는 범위, 두 번째는 사회적 관념이나 규범을 의미하는 ‘프레임’이다. 과연 그 프레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늘날 모든 사람이 사진을 찍는다. 이런 상황에서 사진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아미 바락 감독은 기획전을 통해 이미지가 편재하고 소통 방식이 변화한 현대 사회에서 사진가의 역할과 비전을 새로이 제시한다. 총 10개의 전시실을 가득 메우는 대규모 전시가 될 이번 주제전은 별도의 섹션을 구분하지 않고 개인의 사적인 면모부터 사회적인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전시실별로 묶어 선보인다. 사진계의 전설이 된 안드레아스 파이닝거, 요세프 쿠델카, 로베르 두아노 등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비롯해 현대 유럽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에다 물루네, 오마르 빅터 디옵 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프랑스의 유명 컬렉터 바슐로 부부가 보유한 유명 작가들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만날 수 있는 <바슐로 컬렉션>전도 놓치기 아깝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예술발전소, 봉산문화길 등 전시 장소도 대구 시내 전역이니, 완벽한 여행 코스지 않나.

 

 

로스 카핀테로스(Los Carpinteros), Sala de Lectura Coppelia(Prototipo), 2013, Corten Steel 38.4×132.1×132.1cm © Courtesy Los Carpinteros, Photo: Eduardo Morera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역대 최대 규모로, 11명의 큐레이터가 합심해 7개 전시 섹션에 작가 165명/팀의 작품 300여 점을 전시했다. 특히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메인 전시장 외에 폐허처럼 방치됐던 옛 국군광주병원 등을 전시장으로 사용해 이목을 끈다.

 

 광주비엔날레 메인 전시장 전경. 

 

파빌리온 프로젝트 PCAN, Dominic Mangila. 

 

손몽주 작가의 ‘끈 시리즈’ 설치 전경. 

 

정찬부, Come into Bloom, 2012~2018, Mixed Materials, Variabledimensions. 

 

엘라 서덜랜드, Speaking Places: Hamilton, 2016, Collaboration with Matthew Galloway, Offset Printed Newspapers, Aluminium, Perspex, Cord, Waikato Contemporary Art Award, Hamilton, New Zealand

 

버려진 재활용품 혹은 폐기물이라 불리기엔 모호한 일상의 부산물을 재료로 작업하는 권용주의 작품 .

 

압도적인 규모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최초의 비엔날레라는 원대한 타이틀과 함께 1995년 시작된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은 이미 세계적이다. 제12회 광주비엔날레도 뜨겁게 막을 올렸다. 이번 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이라는 주제 아래 43개국 작가 165명/팀의 작품 300여 점을 선보인다. 행사는 11명의 큐레이터가 구성한 7개 섹션의 주제전과 장소 특성적 전시인 GB커미션, 파빌리온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된다. 메인 전시장은 물론 방치됐던 옛 국군광주병원, 예배당 등지를 전시장으로 활용한 점도 매력적이다. 
사실 비엔날레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을 꼽는 건 무의미하다. 방대한 양의 작품 탓에, 특정 작가의 작품을 찾아 나서는 길이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으니. 그러함에도 굳이 원한다면 ‘로스 카핀테로스’를 추천한다. 1992년 쿠바의 아바나에서 결성된 작가 그룹으로, 이들의 작업은 건축 디자인, 조각을 아우르며 공간의 기능성과 비기능성 간의 관계를 조율한다. 미술과 사회의 교차점에 주목하며 작업하는 이들은 ‘강연실-코펠리아’라는 제목의 건축 파밀리온을 선보였다. 이는 1966년 피델 카스트로가 아바나의 시민을 위해 지은 우주선 모양의 모더니즘 건축물을 본뜬 것으로 애초에 피델이 의도했듯, 광주비엔날레 역시 아이스크림 판매대로 기능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슈리칭, 엘라 서덜랜드, 레오노어 안투네스, 정희승, 정찬부 등 어떤 작가를 만나도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어마어마한 양 때문에, 하루로는 부족하다.

 

 

인간 삶의 본질을 되묻는 작품. 김상돈, 바다도 없이, 2018, 설치, 혼합 매체, 가변 크기, Courtesy of the Artist.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조금 난해하다 생각할 수 있다. 방법은 하나다. 천천히 또 천천히, 그러나 굳이 해답을 찾으려 하지는 말 것. 

 

데이터 시각화 아티스트 민세희, 그는 데이터를 통해 우리 자신과 사회를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민세희, 모두의 인공지능, 2018, 데이터 시각화, 웹 기반 전문,  Courtesy of the Artist.

 

새로운 큐레이터십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대체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현대인의 끊임없는 고민이자, 풀리지 않는 숙제인 이 질문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던진다. 11월 1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로미디어캔버스에서 펼쳐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최근 비엔날레의 트렌드는 앞서 언급했듯 공동 큐레이션으로 다양성을 내세운다는 것.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합류시킨 것. 독립 큐레이터 김장언, 무용평론가 김남수, 더북소사이어티 대표 임경용,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홍기빈. 전혀 공통점 없어 보이는 이들 4명이 공동 기획자로 나섰다. 이번 비엔날레는 이들에게도 도전이었다. 
“저 역시도 성공적일지 아닐지는 출발할 때부터 퀘스천이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며, 기존의 비엔날레처럼 슈퍼스타를 배치하고 지역 작가를 양념처럼 배치하지 않아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김장언의 솔직한 고백은 오히려 이 전시에 대한 응원을 부른다. 국내외 16개국 68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믹스라이스, 김상돈,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연구소, 크리티컬 아트 앙상블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전시장의 포문은 김상돈의 ‘바다도 없이’가 연다. 수레와 배가 결합된 설치 작품으로, 하얀 돛 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글귀가 빼곡한데, 작가 역시 강조하듯 절대 열심히 읽을 필요가 없다. 말을 하면 바로 컴퓨터로 연결되어 책이 완성되는 프로젝트, 마치 주유소처럼 벽에 장착된 USB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비밀정보교환소’ 등 신선함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그의 주특기는 철판 재료의 레이저 커팅에 의한 다양한 구조. 윔 델보예의 ‘콘크리트 믹서(Concrete Mixer)’는 건축과 기계의 형식을 빌려 현대적 감성을 자아낸다.

 

같은 형태의 드럼통 35개를 5단 높이로 쌓아 올린 조숙진의 ‘삶의 색채(Color of Life)’. 작가의 드럼통 구조는 놀이터로, 독서 공간으로, 심지어 낮잠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울프강 스틸러, 성냥개비 세 남자(3 Matchstick Men), 2018. 

 

아마란스꽃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밤이 되면 조명으로 변신한다. 안종연, 아마란스, 12×12m. 

 

조각, 일상을 품다 창원조각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아직 많은 사랑이 필요한 비엔날레다. 국내에선 조각에 대한 인기가 다른 장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점도 이유가 될 것이다. 10월 14일까지 펼쳐질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이번 비엔날레에는 국내외 13개국 작가 70명/팀 작품 225점이 소개된다. 전시의 형식은 실외, 실내, 즉 조각공원과 미술관 전시로 양분된다. 특히 실외 전시 기획이 흥미로운데, 용지공원 포정사 앞에 ‘유어예(遊於藝) 마당’이 조성됐다. 그 한자 뜻처럼 ‘예술 작품과 함께 놀기’를 콘셉트로 한다. 일반적으로 미술 작품 앞에는 ‘만지지 마시오’, ‘접근 금지’라는 주의 문구가 뒤따른다. 이번 유어예 마당은 이러한 관행을 탈피, 대중에게 휴식과 놀이의 기능을 되찾아준다. 조각 작품 위에서 뛰어놀고, 미끄럼을 탈 수도 있고 앉아서 쉴 수도 있고 누워서 잘 수도 있다. 과연 가능하냐고?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도 좋다. 유어예 마당에 설치된 안종연의 설치 작품 ‘아마란스’는 12×12m의 대작으로 아마란스꽃의 형태를 따왔다. 꽃술 부분의 다채로운 빛깔, 즉 LED 장치는 스스로 빛깔을 바꾸면서 꽃의 화려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곡면 LED 장치에 의한 화려한 색채 변화, 이는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조형물이라고. 낮에도 아름답지만 해 질 무렵, 조명과 함께 즐기면 더 좋겠다. 공원 벤치로도 활용 가능한 구본주의 ‘비스킷 나눠 먹기’, 놀이터로, 독서 공간으로, 낮잠 공간으로 변신 가능한 조숙진의 ‘삶의 색채’ 등 근엄함을 벗고 일상 속으로 들어온 조각 작품을 보는 재미가 그 어떤 여행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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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설미현PHOTO :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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