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WALKING IN AUTUMN

뜨거운 여름볕에 메말라버린 감성을 충전시키는 계절, 가을. 선선한 바람에 깊이 물든 단풍을 배경 삼아 걷다 보면, 누구나 절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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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를 걷다, 체코 리프노
특별한 도보 여행을 꿈꾸는 이라면, 독일과 체코 국경 지대에서 시작되는 몰다우강의 발원지인 리프노 지역으로 가보자. 체코에서 규모가 가장 큰 리프노 댐 건설로 거대한 호수가 형성돼 바다가 없는 체코인의 갈증을 채워주는 곳이다. 체코인들 사이에서 ‘남부 보헤미아의 바다’라 불리며 여름철에는 요트, 윈드서핑, 세일링 등을 즐기는 휴양지로 이름난 지역이다. 휴양지라고 부르지만, 흔히 떠올리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곳이 아니다. 호수 주변에 위치한 정겨운 시골 마을 슈마바(Sumava)와 함께 그림처럼 낭만적인 장소로 꼽힌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면,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낭만적인 호수 위로 비치는 노을을 바라보며 도시락과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지역에 설치된 이색적인 즐길 거리 트리톱 워크(Treetop Walk)다. 리프노 댐 가까이에 위치한 이 시설물은 아주 독특한 구조로 된 산책로인데, 675m 길이의 목조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높이 40m 꼭대기에 오르게 된다. 리프노 호수와 슈마바의 시골 풍경을 방해물 없이 사방으로 바라보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것. 전체 경로가 매끄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손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52m 길이의 미끄럼틀도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익스트림한 경험을 원하는 이라면 도전해보자! 

 

 

 

 

자연이 선사하는 신비로운 낮과 밤, 핀란드 라플란드
가을이 오면, 핀란드인의 발걸음은 북쪽으로 향한다. 현지인들이 ‘루스카(Ruska)’라 부르는 단풍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다. 국토의 75%가 숲으로 덮여 있는 핀란드라 어디서나 루스카를 경험할 수 있지만, 최고의 루스카는 단연 핀란드 최북단인 라플란드에 펼쳐진다. 녹색, 적갈색, 붉은색, 노란색 등으로 물든 루스카가 수천 개에 달하는 호수의 수면을 수놓아 완벽한 가을 여행의 낭만을 더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인이 손에 꼽는 절경은 콜리 국립공원(Koli National Park) 내 347m 높이의 바위산 우코 콜리(Ukko Koli)에 올라 단풍과 함께 피엘리넨 호수(Lake Pielinen)를 바라보는 것이다. 공원에는 가볍게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부터 전문가를 위한 하이킹 코스까지 다양한 걷기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자연이 마련한 단풍을 벗 삼아 블루베리, 링곤베리와 같은 형형색색의 슈퍼베리를 맛보고,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핀란드 친구들처럼 다양한 종류의 버섯 채취 체험을 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는 가을길 산책이 될 것이다. 오로라로 잘 알려진 핀란드에서 단풍만 보고 가기 아쉬운 사람이라면, 핀란드와 노르웨이 국경에 위치한 킬피스야르비(Kilpisjärvi)를 방문하면 된다. 세계에서 단풍과 오로라를 둘 다 감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로, 9월 말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오로라를 만날 수 있다. 

 

 

 


구름 속 문명의 흔적을 걷다, 페루 잉카 트레일
이제는 더는 낯선 여행지가 아니지만, 남미의 대표적인 산맥 안데스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신비한 문명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잉카 트레일은 분명 매력적인 하이킹 코스다. 많은 이들이 ‘죽기 전 꼭 찾아야 할 여행지’로 꼽고, 실제로도 매년 전 세계 약 2만5000명의 여행자들이 잉카 트레일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고산 지대의 끝없이 깊이 난 협곡과 폭포, 눈 덮인 산봉우리와 빙하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지형적인 조건에서 여유롭게 걷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정신을 놓는 순간 위험을 마주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 길 끝에 만나게 될 마추픽추를 기대하며 사람들은 걷고 또 걷는다. 험난한 길을 걷다 마주하게 되는 16세기 잉카인의 고대 도시는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울 수밖에 없으니까. 일반적으로 3박 4일 동안 43km를 걷는 코스인 ‘클래식 잉카 트레일’이 가장 유명한데, 전문 산악인을 위한 여정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교적 높지 않은 고도의 평탄한 시골길로 시작해 호흡만 잘 가다듬으면 수월한 트레킹이 가능히다. 최적의 여행 시기는 5월 말에서 9월 초까지의 건기이지만, 10월 이후에 이곳을 찾더라도 간간이 만나게 될 비에만 대비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페루 정부에서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일일 방문객 수를 50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니 사전 예약이 필수라는 것. 

 

 

 

 

도심 속 거대 숲, 캐나다 밴쿠버 
삭막한 빌딩 숲으로 채워진 도심 한가운데에서 계절의 온도를 미세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쉼터, 공원. 하지만 밴쿠버 다운타운 서쪽 반도에 위치한 스탠리 파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려 400만㎡가 넘는 거대한 숲으로 이루어진 공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공적으로 조성한 도시 공원이 아닌 3만 년 이상 된 원시림을 기반으로 가꾼 것이라 도심 속 스카이라인을 잊을 만큼 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공원 입구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이동할 것을 추천한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기도 하고, 자전거에 몸을 맡기며 공원을 즐기다 보면 그야말로 도심 속 힐링이 따로 없다. 특히 자전거로 1시간, 도보로 3시간가량 소요되는 8.8km의 방파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태평양을 그대로 바라보며 달릴 수 있다. 원시림과 태평양 사이를 달리는 일,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10월 11일부터는 핼러윈을 맞이해 ‘유령열차’도 운행될 예정이니 아이와 함께 찾았다면, 놓치지 말자. 

 

 

 

 

아시아의 알프스, 일본 도야마
최근 홋카이도 지방과 간사이 지방의 자연 재해로 일본 단풍 여행에 차질이 생긴 이라면, 그 대안으로 중부 지방 도야마현에서의 단풍길 산책을 추천한다. 국내의 많은 여행객이 찾는 지역은 아니지만, 일본 현지인에게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알려진 아름다운 지역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일본의 북알프스를 가로지르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다. 백두산보다도 높은 해발 3000m의 산이지만, 걱정 마시길. 산은 좋아하지만, 실제로 오르는 일은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천국과도 같으니까. 90km에 달하는 길을 급경사 철도, 버스, 트롤리 버스, 로프웨이 등 지형에 따른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오른다. 3000m의 정상이 선사하는 풍광을 힘들지 않게 산책하며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산에서 내려온 뒤에는 우나즈키 온천 마을에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어야 한다. 교통수단을 이용하긴 했으나 뜨끈한 온천에서 고단한 다리의 피로를 풀며 일본의 가장 깊은 V자 협곡인 구로베 협곡을 바라보며 즐기는 휴식은 일상의 쌓인 피로까지 녹여줄 테니까. 

 

 

 

 

그윽한 와인 향이 가득한 길, 프랑스 보르도
중세 유럽 도시를 거닐며 와인잔을 기울이는 로맨틱한 가을을 꿈꿨다면,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보르도에서의 산책이 답이다. 로마 시대에 세운 건축물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이 곳곳에 있어 도시의 절반 가까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게다가 ‘강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최고의 포도밭이 있다’는 보르도의 옛 속담처럼 지롱드강, 도르도뉴강, 가론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며 키워낸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역사적인 와이너리가 즐비하다. 메독(Médoc), 생테밀리옹(Saint-Emilion), 그라브(Graves), 소테른(Sauternes)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와이너리를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즈넉한 마을, 생테밀리옹이다. 보르도 시내에서 40km가량 떨어져 있는 이곳은 ‘프랑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순례길에 오르는 셈인데, 가을의 사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11세기 이후부터 지어진 수도원과 교회, 성 등 중세 시대의 석조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함께 낭만적인 가을 정취를 선사한다. 순례길이 부담스럽다면, 보르도 관광청을 찾으면 된다. 와인을 곁들인 문화유산, 미식, 자전거 등 다양한 투어를 선택해 와이너리 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  

 

 

 

 

더네이버, 여행, Walking in Autumn

 

CREDIT

EDITOR : 홍유리PHOTO : 각국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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