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DIVINE TUSCANY

단테가 신곡을 집필할 때 머물렀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투스카니의 한 고성. 런던에 살고 있는 패션 피플 부부가 이곳을 가족의 휴식처로 개조했다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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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색감과 에스닉한 무드를 세련되게 표현한 리빙 라운지. 거실의 가구와 소품은 모두 부부가 여행을 하며 마음에 드는 것들을 컬렉팅한 것들이다. 커피 테이블은 캐롤라인이 파리 생투안 벼룩시장에서 구한 황동 밀 짚단 조각품 위에 유리 상판을 얹어 만든 것이고, 카펫은 모로칸 장인이 만든 전통 스타일로, 부부가 모로코 여행길에 구입한 것이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담쟁이덩굴에 뒤덮여 존재감조차 드러나지 않았던, 투스카니의 한 구릉지에 자리한 11세기 고성. 그러나 이곳은 남다른 안목을 지닌 부부에게 선택받은 지 2년 만에 지상낙원으로 변신했다. 3개 건물에 걸쳐 침실이 9개 자리하고 정원에는 에메랄드빛 수영장이 펼쳐지고, 창문을 열면 사이프러스나무와 라벤더 향기가 집 안 가득 퍼지는 별장. 이곳의 주인은 전직 유명 모델이자 자신의 패션 라벨 스킴(SKIMM)을 운영하고 있는 캐롤라인 시암마(Caroline Sciamma)와 헤지 펀드 매니저이자 패션 포털 사이트 네타포르테(Net-a-Porter)의 공동 창립자인 아르노 마세네(Arnaud Massenet) 부부다. 
“한때 런던 서부의 사우스켄싱턴에 별장을 알아보기도 했어요. 매우 중후하게 꾸민 방과 애니시 커푸어 아트워크까지 설치된 저택 등 여러 곳을 보았지만 이상하게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러다 저희 부부와 인연이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우리를 투스카니 자택으로 초청했는데, 방문해보니 그곳이 제 기운에 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캐롤라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투스카니는 마치 평화로운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고. 이를 계기로 캐롤라인과 아르노 부부는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비나 마토스(Vina Matos)와 안나 헤르조크(Anna Herzog)에게 투스카니에 별장을 구해달라 부탁했고, 이에 딱 맞는 곳을 찾기까지 무려 3년의 기간이 걸렸다.
투스카니 지방에서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마토스 헤르조크를 운영하고 있는 비나와 안나는 패션 하우스, 부티크 레지던스 등 하이엔드 니치 마켓을 개척하며 클라이언트에게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캐롤라인과 아르노의 취향에 꼭 맞는 곳을 찾던 중 울리오네(Uglione)라는 고성을 만나게 된다. “방치된 지 꽤 오래되었고, 내부는 폐허가 되다시피 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곳이 단테가 신곡을 쓰며 머물렀던 곳이자 작품 속에 등장한 집이라는 것을 안 후 부부에게 바로 연락했지요.” 캐롤라인 부부와 울리오네 성의 첫 만남은 예상과 달리 실망에 가까웠다. “이 성의 마지막 소유주는 사업가였고 이곳을 시장으로 활용했지만 파산했다고 해요. 그래서 실내에 있던 모든 벽화와 천장화는 대부분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고성의 매력인 프레스코화가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던 캐롤라인. 하지만이 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디자이너와 함께 상의해본 결과 이 공간에서 우리가 구해낼 수 있는 ‘역사’가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덤불을 거두고 마주한 돌벽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1 자연 전망을 염두에 두고 창을 크게 낸 2층 침실. 1층과 달리 모던 컨템퍼러리 스타일로 연출했다. 침대 옆에 놓은 램프와 베드 사이드 테이블은 캐롤라인이 피렌체에서 발견한 것이다. 침구는 부부의 친구가 운영하는 유명 패브릭 브랜드 메종 드 바캉스 제품. 2 내추럴한 럭셔리 스타일로 꾸민 욕실. 욕조는 이 집을 개조한 디자인 스튜디오 마토스 헤르조크(Matos-Herzog)가 콘크리트에 왁스 코팅을 해 제작했다. 금색의 수전과 난방 기능 겸하는 수건걸이는 욕실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3 소박한 듯 아티스틱하게 꾸민 다이닝룸. 천장에 달린 풍선 같은 투명 유리 조명은 공간을 신비롭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돋보인다. 팀(Tim)이라는 이 조명은 체코의 디자인 스튜디오 ‘올고이 호르호이(Olgoj Chorchoj)’에서 디자인한 것이다. 테이블은 발리에서 공수한 솔리드 티크 원목으로 만들었으며, 의자는 디자이너 워런 플래트너(Warren Platner)가 1966년 디자인한 것으로 놀(Knoll) 브랜드 제품.

 

수십 년간 패션계에서 일해온 캐롤라인은 이곳을 꿈꾸던 별장으로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패션 디자인을 할 때와 같이 무드 보드를 만들어서 구체적인 색감과 스타일을 제안하고 자신과 가족이 좋아하는 것을 사진 찍어 보여줬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정원사는 제가 생각한 것을 제 상상 이상으로 실현했어요. 모던한 계단이 있는 언덕길, 계단을 따라 피어나는 하얀 꽃,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와 트램펄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한 게 없었죠.” 
캐롤라인과 아르노는 이 집을 고요하고 절제된 쉼터로 만들고자 했다. ‘땅의 기운이 느껴지고 자연의 텍스처가 살아 있는 스타일’을 주문한 집주인의 의도는 마토스 헤르조크 스튜디오의 해석을 거쳐 단순 명료하게 표현되었다. 인테리어는 마치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팔레트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려 깊게 선택한 우드, 돌, 밀랍, 콘크리트 등을 조합해 자연스러운 배경을 만들고 그 안에 들인 가구와 소품은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은은하게 공간 속에 스며들어 있다. “피렌체 장인들을 총동원해 집 안의 모든 것을 전통에 가깝게 복원했습니다. 현대적인 설비를 갖춘 주방도 가구의 도어는 천장 서까래와 같은 색감과 텍스처를 지닌 우드로 만들었지요.” 마토스 헤르조크 스튜디오는 약 20개월간 이 성을 복원하는 데 공을 들였다.

 

 

캐롤라인과 두 살 된 아들 레오나르도가 함께 있는 주방은 도시를 벗어나 소박한 농가에 휴식을 취하러 온 의미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천장의 서까래를 되살리고 같은 느낌으로 주방 가구 도어를 제작해 고택의 분위기를 되살렸다. 주방 가구의 도어는 피렌체 지방 가구 장인과 협력해 완성했다. 

 

“이 집에는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은 거의 없지만 대신 저와 남편이 살아오면서 축적한 ‘보물’로 꾸며져 있어요.” 캐롤라인은 가구와 소품 등을 직접 선택하고 조합했다. 다이닝 테이블은 원목을 통째로 사용해 만든 것으로 발리에서 가져왔고, 거실의 러그는 마라케시 시장에서 발견한 것이다. 다이닝룸의 램프는 부부가 팀 버튼 애니메이션 전시에서 찾아냈다. 가구와 소품을 직접 연출한 캐롤라인의 역작은 거실에 놓인 커피 테이블이라 할 수 있다. 파리 벼룩시장에서 구한 밀 짚단 모양의 황동 조각 한 쌍이 그 주인공으로, 이는 코코 샤넬의 캉봉 아파트에 있는 것과 닮았다고. “밀 짚단 황동 조각 위에 오벌형 유리를 올리니 멋진 테이블이 되었죠.” 
캐롤라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피렌체 최고 장인들의 협력으로 전통을 복원해낸 집은 세상 하나밖에 없는 맞춤 패션과 같다. 그러나 캐롤라인은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말한다. “물론 충분한 예산과 시간이 있기에 실현할 수 있었던 개조 작업이죠. 하지만 이 집이 낭만적인 휴식처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나와 가족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공간 속에 풀어낸 노력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집요함(?)이 있다면 당신도 세상 유일무이한 맞춤형 집을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 

WRITER LEE JUNG MIN 

 

 

 

1 세계 그 어느 리조트보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고성에서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캐롤라인. 반층 위에 자리한 거실에서 내려오면 정원과 이어지는 라운지 공간이 나타난다.   2 침실과 이어지는 2층 테라스는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자연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굴뚝이 있는 파이어 플레이스에 나무를 넣고 불을 지피면 쌀쌀한 밤에도 아늑하고 낭만적인 휴식처로 즐길 수 있다.

 

 

1 사방에 경계석을 별도로 만들지 않아 깔끔하고 확장되어 보이는, 에메랄드 빛깔의 물이 눈길을 사로잡는 수영장. 집주인 부부와 건축가 모두 심혈을 기울인 공간이다. 2 남편 아르노가 야외 공간 중 가장 사랑하는 곳. 모로칸 스툴과 브러시우드 라운지 체어는 모두 발리에서 가져온 것이다. 리넨 쿠션은 메종 드 바캉스 파리 제품. 

 

오랜 시간 폐가로 남아 전기도 물도 공급되지 않았던 고성은 집주인이 2014년 매입 후 20개월간 장기간 개조해 한 가족의 휴식처로 탄생했다. 건물 세 곳 중 하나는 무려 9세기에 축조되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성의 외관과 이를 둘러싼 나무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 자연미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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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Gaelle Le Boulica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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