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전통에 빠진 남자, 마크 테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외국인 셀렙들. 그들 틈에서 마크 테토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 여전히 이른 아침 출근길에 오르고, 주말에는 강연을 하고, 해외에 반출된 한국 문화재를 사들이기도 한다. 사는 집 역시 북촌한옥마을. 한옥 마루에 걸터앉은 그의 곁에 검정 고무신이 정겹게 자리한다.

20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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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연예인’이라는 독보적인 영역(?)에서 이제는 매니저까지 두고 활발히 활동 중인 외국인 셀렙들. 마크 테토. 그는 그 틈에서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한국 문화에 푹 빠진 그는 얼마 전 경복궁 명예 수문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른 아침 회사에 출근하고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스케줄 문의를 조정하는 것 역시 그의 몫. <비정상회담>을 거쳐 간 외국인 셀렙 중 가장 냉철하고 진중한 이미지의 마크 테토가 여백, 자연의 미에 근간을 둔 우리 전통문화에 빠졌다는 사실은 조금은 낯설고 놀라운 일이다. 주말도 없이 바쁜 그가 6월 어느 주말, 그의 북촌 집으로 초대를 했다. 역시나 집 앞에는 한 무리의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물론 이 집의 주인이 마크 테토라는 사실은 모르는 눈치다. “집 안에 있으면 시끄럽지 않고, 관광객이 다녀도 신경 쓰지 않아요.” 넘치는 관광객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과 달리 집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개의치 않는다는 그. “차요? 없어요. 걸어서 출근해요.” 출근길 운동하듯, 걷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공간. 그는 연애하듯 한옥에 푹 빠져 있다.

 

 

한옥, 전과 후
“저 역시 5년 동안 강남에 살았어요. 그때 음식, 놀이 등 한국의 현대 문화를 접했다면, 이곳에 이사 온 후 한국의 전통, 예술, 문화에 대해 배운 것 같아요.” 지인의 소개로 이곳 평행채에 둥지를 튼 지 2년 반째. ‘모두가 나란히 어우러지는 곳’. 평행채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의 한옥은 지상과 지하 1층이 나란히 이어진 구조다. 고가구와 현대 미술 작품이 공존하듯 어우러진 풍경은 또 어떤가. 한옥에서의 삶은 그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옥에 어울리는 가구를 찾다 보니 고가구, 반닫이, 소반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갤러리, 옥션과도 가까워졌죠.” 그는 한지 벽장을 열어 각기 다른 문양이 새겨진 동그란 회색 오브제를 보여준다. “이게 수막새라는 거예요. 원래 미국에 있었는데, 제가 되찾았죠.” 한국인도 잘 모르는 수막새라는 이름이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그 낯섦이란. 한국 고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미국에 반출된 삼국 시대 수막새를 발견하게 됐다. 고민 없이, 그는 미국의 고미술품 수집가로부터 이를 구입했다. 이뿐인가. 일본으로 반출된 우리의 국보급 보물을 손수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우리 문화를 향한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얼마 전 외국인으로는 이례적으로 경복궁 명예 수문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사실 이 고가구를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히는 몰라요. 그런데 이상하게 정이 들어요. 스토리는 많이 몰라도.” 조선 시대의 책장, 감나무 반닫이, 1900년대의 해주 항아리. 그의 집 곳곳에는 고가구와 항아리, 40여 개의 수막새, 천을 인쇄하던 틀 등 한국 문화에 매료된 마크 테토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들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다. 그중에는 현대 미술 작품도 눈에 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고 싶은 작가를 인터뷰하는 칼럼을 한 매체에 1년 넘게 진행 중이에요. 그 덕에 많은 작가를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작품 구입으로 이어졌죠. 그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구본창, 권영호, 김휘원 등 고가구와 어우러진 한국 현대 미술 작품은 더욱 기품 있고 따뜻하게 그의 평행채를 감싸고 있다. “사실 이 집에서 전시도 했어요. 첫 전시가 허명욱 작가였죠.” 그의 주방에는 전시 후 선물 받았다는 허명욱 작가의 그릇이, 양태오 디자이너의 램프가, 하지훈 작가의 의자가 집의 이야기를 품듯 자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관계, 추억을 담은 집’이랄까요. 내 친구와 함께 만들어낸 추억 같은 집이에요.” 사람과 사람에 관한 추억과 스토리가 담긴 그의 평행채는 깔끔하고 냉철한 마크 테토의 삶을 고요히 어루만지듯 따뜻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행   
“6월 말 K옥션에서 조선 시대 초상화를 낙찰받았어요. 무명씨의 초상화인데, 경매 구경 갔다가 얼굴과 한복 디테일에 매료돼 그 자리에서 구입하게 됐죠. 
6월 말쯤 배송될 텐데, 출입문 신발장 앞에 걸어둘 생각이에요.” 갓 컬렉션한 작품을 직접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마크 테토. 사실 그의 이름 앞에 컬렉터란 타이틀은 아직 조심스럽다. 컬렉션 수 역시 시작 단계일뿐더러, 이제 겨우 싹을 틔운 취미에 가깝기 때문이다. “작품을 구입할 때 투자를 생각하고 구매한 적은 없어요. 그저 작품의 특정한 포인트에 반해서? 다른 계산 없이, 이 집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구입해요.” 와인이 그러하듯,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최고라는 게 그의 생각. “미술에 대한 재능은 특별히 없었어요. 미국에 있을 때도 미술관을 구경하는 정도의 관심사였죠.” 굳이 예술적인 재능을 찾자면 글 쓰는 걸 좋아해, 고향 마을 신문에 칼럼을 쓰고, 시 쓰는 걸 좋아했다는 그. 많은 예술가를 만나고,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생기면서 자신 역시 크리에이티브한 마음이 저절로 생겼노라고 살며시 웃는다. “정확히 뭐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아마 접근이 쉬운 사진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 연작에 관한 아이디어도 머릿속에 있기는 해요.” 비록 사진작가만큼 찍을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작은 열망을 내비친다.    
“바쁘긴 하죠. 회사도 다니고 다른 일도 하고, 적어도 80시간 넘게 일하며 저 역시 스트레스를 받지만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니까요. 강의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고요.” 일에 몰두하던 한국 사람들마저 쉼, 워라밸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그는 주말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옥을 알릴 좋은 기회가 있으면 기꺼이 집을 개방하고, 주말이면 주중에 하지 못한 강연, 방송 등 스케줄을 소화한다. 분명 여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 속에서 쉬는 방법을 찾는 것 같아요. 특히 이 집이 큰 도움이 돼요. 여기 가만히만 있어도 힐링이 되거든요.”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철저하고 냉철한 삶의 금융인. 여유와 여백, 자연, 그리고 정이라는 한국 특유의 문화 코드는 이런 마크 테토의 삶에 한 점의 휴식일지 모른다. 나란히 균형을 이루며 어우러지는 평행채처럼, 그 역시 치열함 속에 여유라는 그만의 밸런스를 한국의 전통문화 속에서 찾아낸 것은 아닐지. 
“마치 작은 갤러리 같아요. 창문이 곧 작품이죠. 이쪽 창문으로는 기와 작품이, 저쪽은 소나무 작품, 앞쪽은 마당 작품.” 한지 너머로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 햇빛의 온도, 외국인 마크 테토는 고즈넉한 한옥 안에서 그만의 온전한 힐링과 한국의 미학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 중이다. “이건 마치 저만의 여정 같아요.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행.” 한국에 온 지 8년. 마크 테토의 여정은 이제 봉오리를 틔웠다. 더욱이 혼자 즐기기보다 나누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그를 더 바쁘게 만들 듯하다.   

 

 

고가구와 도자기를 담은 구본창의 현대 사진이 원앙처럼 보기 좋은 궁합을 이룬다. 

 

마크가 가장 좋아하는 부엌 공간으로, 세 면의 창으로 각기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 1900년대의 해주 항아리. 2 지하 1층의 침실과 지상 1층을 잇는 계단으로, 창문 너머로 들어온 빛이 운치를 더한다. 3 미국으로 반출된 국보급 보물인 수막새를 마크가 직접 사들였다. 

 

 

 

 

더네이버, 인터뷰, 마크 테토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김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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