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BETTING 2015

‘누가 빠를까’라는 궁금증은 내기가 됐고 내기의 승패를 가리기 위해 실제로 경주가 열렸다. 지금의 모터스포츠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2015년 혁신적인 내기가 벌어졌다. 여섯 명의 모터스포츠 전문가들이 2015 시즌 F1 챔피언 맞히기 판돈으로 원고료를 내걸었다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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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메르세데스가 시즌을 지배했다. 19번의 그랑프리 중 16번 우승했다.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은 일찌감치 결정됐고 드라이버즈 챔피언을 두고 메르세데스의 두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과 니코 로즈베르크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2015 시즌은 어떻게 될까? 알론소, 페텔 등 챔피언들의 이동이 있었다. 더불어 새로운 엔진 서플라이어 혼다가 가세했다. 막스 베르스타펜(토로로소), 펠리페 나스르(포스 인디아) 같은 좋은 루키들도 들어왔다. 올 시즌도 지난해만큼이나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다. 그래서 모터스포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호주 개막전을 보고 누가 시즌 챔피언이 될지 예상해달라고.” 다만 흥미의 변수를 더했다. 바로 내기다. 판돈은 원고료. 맞힌 사람이 모든 원고료를 가진다. 여러 명이 맞히면 원고료를 나누고 맞힌 이가 없으면 모든 원고료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된다. 그래서 원고료 지급은 12월까지 미뤄졌다. 이 모든 내용을 설명하자 여섯 명의 필자 모두 화통하게 ‘GO’를 외쳤다. 

 

이제 2015년 F1은 그들에게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된 것이다. 돈을 걸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또는 판돈을 따기 위해 더 많이 조사하고 분석할 것이다. 수치로 계산하기 어렵지만 그들의 챔피언 예측 신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올 한 해 F1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관전하게 될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돈이 걸렸으니까.
 

1 제바스티안 페텔(페라리) 4년 연속 챔피언, 페라리 이적, 적응 잘해? 급늙음, 살도 빠짐, 우승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없지 않음. 2 키미 라이쾨넨(페라리) 알론소와 헤어져서 좋아 보임, 37세, 저 모자는 스냅백인가? 알론소가 없는 지금이 챔피언에 오를 절호의 기회. 3 니코 로즈베르크(메르세데스) 메르세데스 터줏대감, 챔피언 경험 없음, 해밀턴보다 느림, 이러다가 ‘만년 2위’ 아이콘 되는 거 아냐? 4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 디펜딩 챔피언, 호주 GP에서 여유롭게 우승, 최고의 차에 최고의 기량, 전 여친이 질척거리지 않으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5 다니엘 리카도(레드불) 지난해 3번 우승, 급성장, 슬퍼도 기뻐도 언제나 웃음, 기량은 좋으나 경주차 엔진이 별로. 6 다닐 크비야트(레드불) 토로로소에서 이적, 2년 차, 1994년생, 러시안, 유망주, 7 펠리페 마사(윌리엄스) 킹메이커, 불운의 아이콘, 좋은 차에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 보타스는 어디다 흘리고 혼자 왔냐? 8 젠슨 버튼(맥라렌) 알론소의 이적으로 팀을 떠날 위기에서 겨우 살아남음, 알론소의 부상으로 다시 입지가 단단해짐, 타이어 관리의 귀재, 무난한 성격. 9 케빈 마그누센(맥라렌) 알론소 때문에 리저브가 됨, 알론소 부상으로 대타 출전, 지난해 루키답지 않은 기량 선보임. 10 니코 훌켄베르크(포스 인디아) 기량은 좋으나 기회를 잡지 못함, 운도 없음, 포디엄 피니시 없음, 점차 좋아지고 있음. 11 세르히오 페레즈(포스 인디아) 훌켄베르크에 비해 약간 떨어지는 듯하지만 4번의 포디움 피니시가 있음, 90년생, 아직 어림. 12 막스 베르스타펜(토로로소) 1997년생,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최연소 F1 드라이버. 13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토로로소) 부전자전, WRC 챔피언 사인츠의 아들, 데뷔하자마자 포인트 피니시(9등), 14 로만 그로장(로터스) 한때 파괴지왕으로 불림, 최근 기량이 좋아졌음, 뭔가 세련된 맛이 부족함. 15 파스토르 말도나도(로터스) 차에 붙은 PDVSA가 말도나도의 스폰서, 우승 경험이 있음, 아주 오랫동안 포텐셜이 터지지 않고 있음, 없을지도 모름. 16 마르커스 에릭손(자우버) 2년 차, 존재감 없음. 17 펠리페 나스르(자우버) 루키, 저 모자가 페이 드라이버라는 걸 말해줌. 18 윌 스티븐스(마노 마루시아) 도대체 너희는 누구냐? 19 로베르토 메르히(마노 마루시아) 잘생긴 듣보잡. 

 

 

페라리 영광을 위해, 페텔에 올인

내기라니. 신성한 스포츠를 놓고, 그것도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인 F1의 1년 경기 결과에 대한 것이라니 이런 불경스러운 일이 다 있단 말인가. 그런데 개막전 경기를 보고 나니 우승자를 점치는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질 듯싶었다. 이건 내기를 이기고 지고의 문제나 상품이 걸려 있어서가 아니다. 진짜로. 완전 진심으로.

 

사실 내기가 걸리면 우승자를 이성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나 가장 좋아하는 F1 레이스에서 우승자를 뽑는다는 것은, 내기에서 이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니까. 당연히 확률로만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적지 않은 부분에서 다양한 기대와 믿음이 뒤섞인, 지긋한 애정의 베팅(?)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요일의 예선과 일요일 결선 결과를 봐서 알겠지만, 작년 원투 피니시로 시즌을 휩쓸었던 메르세데스 듀오 해밀턴과 로즈베르크는 역시나 강력했다. 아부다비 우승으로 작년 시즌을 끝냈던 해밀턴이 다시 포디엄 정상에 오르며 왕좌를 유지했다. 게다가 매 랩을 돌 때마다, 뒤에 따라오는 팀(페라리와 윌리엄스 등)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럼에도 나의 선택은 저들이 아니다. 이건 잘나가는 팀이 그냥 싫어서 생기는 ‘마이너 부심’이 절대 아니다. 약간은 감정적이지만 그래도 나름 이성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페라리 파워트레인의 경쟁력이 꽤 많이 회복된 것 같아서다. 작년 같으면 구경도 못할 상위권에서 계속 페라리 파워트레인을 쓴 경주차가 보이기 때문이다. 페텔이 벤츠 파워트레인의 윌리엄스 마사를 확실히 앞선 것과, 라이쾨넨도 몇 번의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했다. 

 

게다가 자우버의 신예 펠리페 나스르가 5위를 기록하고, 같은 팀 에릭슨이 르노 파워트레인을 쓰는 토로로소의 사인츠를 무섭게 뒤쫓아 앞지르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이건 페라리의 파워트레인이 몇 년 동안의 수렁에서 벗어나 충분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3위로 포디엄에 오른 페텔이 페라리 경주차의 경쟁력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페텔 자신이 가장 큰 선택 이유다. 2010년부터 무려 4년을 종합 우승했던 그 환희에다 포디엄의 가장 높은 자리에 13번이나 올랐던 2013년의 정점과 비교할 때, 2014년은 비참했다. 어떻게든 점수를 쌓아서 종합 5위로 마치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었다. 그게 개인의 부상이나 실력이 아니라, 파워트레인에서 기인한 경주차의 경쟁력 때문이었기에 더욱 아쉬웠을 것이다. 게다가 역시 페텔만큼이나 승리에 굶주린 팀원들과 만났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포스를 발휘할 것이다. 2015년 F1 포디엄은 페텔과 페라리의 차지가 될 것이다. 제발. 

글•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F1에 순리는 없다. 고! 키미!

처음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별 고민이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올 시즌 예상은 너무 쉬웠으니까. 디펜딩 챔피언 메르세데스에서 올해도 드라이버 챔피언을 배출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 조금 무리해서 숫자로 얘기하자면 적어도 80퍼센트 이상? 그렇다면 두 명 중 하나를 찍기만 해도 산술적 확률은 40퍼센트! 이보다 쉬울 수는 없다. 

하지만 두 가지 고민이 생겼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 연발하는 F1에서, 단순히 상식적인 예상을 하는 게 옳은가 하는 것이다. ‘차만 빠르면 이기는 F1’이라는 단순 접근이라면 고민이 적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올해 메르세데스는 지난해보다 더 압도적이고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예측하기에는 F1의 역사에 대한 얕은 지식이 발목을 잡는다.

둘째 고민은 나는 과연 그런 ‘당연한 결과를 원할까?’ 하는 것이었다. 해밀턴이나 로즈베르크 중 한 명을 고르면 쉽다. 그런데 내가 정말 ‘순리대로의 결말’을 원하는 걸까? 아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애초에 F1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를 좋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좀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5년 전 TV 해설 입문 직후 모 잡지와 인터뷰에서 누가 챔피언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합리적인 예상이라면 웨버나 알론소지만 그러면 재미없을 것 같으니 페텔을 택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과가 정말 그렇게 되긴 했지만, 다른 결과가 나왔으면 또 어떤가? 재미있으니 성공이었다.

물론 도저히 가능성 없는 아무 생각 없는 선택은 의미가 없다. 개막전까지 차를 굴려보지도 못한 마노 마루시아, 완주에 급급한 맥라렌은 제외다. 포스인디아와 토로로소는 포디엄을 노리기도 힘들고 자우버와 로터스는 지난해보다 나아졌지만 챔피언까지는 무리다. 레드불은 르노 파워 유닛의 총체적 문제로 시즌 후반 반등도 장담하기 어렵다. 

남은 것은 메르세데스, 윌리엄스, 페라리뿐이다. 메르세데스는 재미없으니 그냥 포기다. 그렇다면 최후의 선택지는 윌리엄스와 페라리의 네 명의 드라이버다. 최근 실적대로라면 2014 시즌의 스타 발테리 보타스(윌리엄스)나 4년 연속 챔피언 페텔(페라리)의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런 식이면 해밀턴을 골라야지. 

남은 것은 2007 챔피언 라이쾨넨과 불운의 아이콘 마사다. 페라리와 윌리엄스 모두 전통의 강팀이지만 챔피언에 오른 지 너무 오래됐다. 현역 최고령 라이쾨넨과 그에 못지않은 나이의 마사가 은퇴를 얼마 앞두지 않은 노장이라는 것도 뭔가 드라마가 된다. 이 중 한 명이 올해 챔피언이 된다면 뭔가 의미 있지 않은가? 그리고 둘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나는 라이쾨넨이다. 마사도 좋지만, 라이쾨넨에게 순정을 바쳤던 팬심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해밀턴의 포인트 절반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도, 원래 응원하던 드라이버를 챔피언 후보로 예상이라도 해봐야 재미있지 않겠나? F1은 즐기는 스포츠다.

글•윤재수(F1 해설가)

오래가는 놈이 쎈 놈이다. 니코가 그렇다 

‘레이스는 도박판’이라는 말이 있다. 도박판에서 승자는 판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전문적인 타짜도 아닌 경우가 많다. 판이 크든 작든 있는 듯 없는 듯 실속을 챙기고 박 터지는 경쟁자들의 싸움을 관망하는 이가 끝까지 간다. 사실 터보 엔진이 도입된 작년 시즌부터 F1은 도박판 같은 짜릿함이나 화끈함을 잃었다. 메르세데스의 독주가 이어질 것을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2014년은 그게 전부였다. 올해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챔피언 맛을 보고 포디엄에 올라가는 방법을 알게 된 메르세데스 듀오의 강세는 변함없을 것이다. 

처음에 꼽았던 올 시즌 챔피언 후보는 작년 시즌을 장악한 해밀턴과 로즈베르크 그리고 유일하게 우승컵을 따낸 레드불의 리카도였다. 마음 같아서는 젠슨 버튼이 한 번 더 챔피언이 되기를 바라지만 혼다 엔진에 대한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알론소까지 개막전에 불참하면서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터보 시대가 열리기 전부터 터보 엔진에 대해 큰소리 빵빵 치던 레드불은 한 시즌 만에 페텔이 페라리로 자리를 옮겼고, 겨우 체면 유지해주던 리카도는 호주 GP에서 좋은 패를 꺼내지 못했다.

남은 후보는 해밀턴과 로즈베르크다. 나는 로즈베르크에 베팅하기로 했다. 우선 메르세데스의 파워 유닛이 객관적으로 가장 강하다는 전제가 있었고, 나머지 경기 운영을 고려했을 때 해밀턴보다 로즈베르크의 스타일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근거 없는 ‘뻥카’가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F1에서의 활동을 보면 이제는 챔피언에 오를 만한 자격을 갖추었고 조용히 야금야금 실속을 챙기는 모습은 도박판에서 마지막에 남는 승자의 모습과 비슷하다. 경기 운영 면에서도 로즈베르크는 해밀턴과 달리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도발하는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 분명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 개막전에서도 안정적이고 약간 소심한 경주 운영을 보였다. 개막전만 놓고 보면 팀 메이트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해밀턴에게 좋은 패가 들어온 것 같은데, 해밀턴은 이를 잘 숨기지 못하는 천성이다. 반면 로즈베르크는 어떤 패라도 숨길 줄 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로즈베르크에게 더 많은 행운이 있지 않을까.

많은 이가 해밀턴에게 베팅할 것이다. 그 말은 배당금(원고료)이 적어진다는 말이다. 이게 로즈베르크에게 모험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글•황욱익(KSF 해설위원) 

 

 

해밀턴이 우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호주 개막전을 보면서 올 시즌을 예측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일 군단 메르세데스와 전설적인 페라리의 2강 구도’로 흘러가겠지만 3, 4위 팀, 더 나아가 중위권 팀들의 전력이 예상보다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부문에선 디펜딩 챔피언 해밀턴과 로즈베르크 듀오의 원투승으로 올 시즌을 시작한 메르세데스의 우세가 점쳐진다. 

반면 드라이버스 부문은 상상을 초월하는 지독한 전투가 벌어질 전망이지만 개막전에서 안정적으로 우승을 차지해 앞으로 남은 19라운드 전망을 밝게 한 해밀턴을 유력한 월드 챔피언 후보로 꼽을 수 있다. 사실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장벽을 한 번 깨고 나면 두 번째 우승은 쉽고, 세 번째는 더 쉽다. 그리고 그런 일이 저절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월드 챔피언 자리에서 시즌을 맞이하는 해밀턴에게 챔피언십 우승은 더욱 쉬운 일이 될 것이다. 자신감이 더 커지고 다시 성공하고자 하는 의욕도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경력을 쌓는 내내 노려왔던 챔피언 타이틀 목표를 두 차례나 이루었으니 그가 올 시즌에는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레이싱 드라이버들이 반드시 그런 식으로 일하지는 않는다. 고카트 드라이버로 활동하는 시절, 뛰어난 이들은 그곳에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는 데 전념한다. 만약 그가 우승을 거듭하고 충분한 실력이 있다면 마침내 F1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2015년은 해밀턴에게 정면으로 부딪쳐야 할 또 한 번의 챔피언십일 뿐이다. 스스로 말했듯이 그는 타이틀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러 가는 것이다. 

그러나 해밀턴이 개막전에서 개인 통산 34번째 우승을 손쉽게 차지했다 하더라도 아직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 그렇다면 지난해보다 고생을 줄이기 위해 해밀턴이 바꾸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 해밀턴에게 있어서 2015년을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피드가 아니다. 그는 의심할 필요도 없이 빠른 드라이버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일관성, 그리고 실망스러운 성적들을 잘 관리해 남은 경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사실 해밀턴은 가끔씩 열의가 지나쳐 첫 코너에서 대회 우승을 거머쥐려고 하다가 낭패를 보곤 했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며 그 덕분에 드라이빙도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만 조심하면 해밀턴이 우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글•김병헌(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뻔한 결과가 될 것이다. 또 해밀턴이다 

2015 시즌 F1에서 가장 강력한 팀은 메르세데스다. 개막전 호주 그랑프리에서 보여준 디펜딩 챔피언 해밀턴의 압승 역시 어찌 보면 지루할 만큼 뻔한 일이었으니까. 

규정을 통째로 뒤흔든 2014 시즌 이후, 즉 1.6 터보 시대의 수혜자는 분명 메르세데스이고 아직 흐름이 달라질 징조는 없다. 개막전과 테스트 시즌의 성과를 종합해보면, 메르세데스가 압도적일 것이냐, 아니면 근소한 우위일 것이냐의 관점 차이는 있겠으나 경쟁자보다 앞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직은 붉은 옷이 어색한 페텔, 천재성을 확인시킨 리카도, 그리고 지난해 주가가 급등한 윌리엄스가 팬심을 담은 희망적 대안이 될 수는 있겠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과거 터보 엔진으로 숱한 전과를 올린 혼다와 맥라렌의 조합에도 기대를 가졌으나 이는 80년대의 추억 효과일 뿐 현재는 분명 심각하게 위태로운 상태다. 

그랑프리는 차칠인삼(車七人三)의 머신 놀음이다(물론 3할의 사람이 승부를 가른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결국 타이어와 공기를 조련하는 싸움인 만큼 올 시즌 피렐리의 성격이 돌변하지 않는 한 메르세데스는 비교적 편안하게 왕좌를 지킬 수 있겠다. 

메르세데스의 해밀턴과 로즈베르크 중 한 사람을 고르는 후보 압축은 그래서 이 시점에 가장 현명한 판단이다. 뻔한 베팅이라는 질타가 있겠지만 해밀턴에 내기를 걸어본다. 현재의 메르세데스가 해밀턴 최적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쟁자 로즈베르크는 올해 개인 통산 10번째 F1 시즌을 맞이해 경험치에서 물이 올랐으나 아직은 10승(현재 8승)도 넘기지 못했다. 보여준 것이 없다는 말이다. 34승을 기록 중인 해밀턴은 맥라렌에서 데뷔해 커리어 기간 동안 로즈베르크에 비해 경쟁력 있는 머신을 몰았다. 그렇다 해도 마인드 컨트롤이 가져다준 승리의 유전자를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 팀 동료보다 우위에 있다. 유일하게 불리한 정황은 최근 5시즌 동안 호주 개막전 우승자가 그해 챔피언이 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글•김재호(한국자동차경주협회 사무국장) 

 

 

해밀턴은 우승후보 0순위다 

사실 답은 너무나 쉽게 나왔지만, 삐딱한 성격을 가진 나는 왠지 그 답을 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답안을 고려했다. 우선 쿼드러블 챔피언 제바스티안 페텔.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호주 GP에서 보여준 페라리 SF15-T의 퍼포먼스는 알론소가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였다. 지난해 페라리는 개막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해 시즌 내내 지독한 출력 부족에 시달렸다. 게다가 그동안은 그나마 믿을 수 있었던 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겼고, 결국 수많은 티포시 관객들 앞에서 페라리맨 알론소의 차가 리타이어를 하고 말았다. 명백한 명가의 몰락이었고, 그해 페라리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그 후로 그들은 완벽한 리빌딩을 위해 저명한 인사들을 가차 없이 밀어냈고, 새로운 사람들로 그들의 모터홈을 채웠으며 그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실버애로 팀과는 격차가 크며, 페텔은 레이스 내내 그들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물론 라이쾨넨이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그게 페라리가 진정 빨라서라기보다는 두 대의 메르세데스가 워낙 여유롭게 달렸던 탓이라고 본다. 그래도 페라리는 분명 빨라졌고, 적어도 한두 번의 우승은 거둘 수 있겠으나, 챔피언십은 아직 그들의 것이 아니다. 

다음 후보는 누구인가? 지난해 유일하게 실버애로 팀으로부터 우승을 빼앗아온 경험이 있는 레드불의 리카도. 적어도 나는 이 팀이 지난해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르노는 그들의 VVIP이자 협력사인 레드불의 눈치를 보고는 마리오 일리엔(F1 엔진 전문가)까지 영입하는 무리수(난 그렇게 생각한다)를 두었다. 하지만 호주 GP 기간 중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진보가 아닌 퇴보였다. 예선에서는 페라리와 윌리엄스에게 밀렸고, 레이스 내내 리카도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아예 적수가 아닐 것이라 생각했던 자우버의 펠리페 나스르에게도 겨우겨우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정말 지배자 레드불의 모습인가? 하고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들이 준비한 솔루션은 이번에도 르노의 파워 유닛에 발목이 잡힌 것 같았고, 급기야 토로 로소를 르노에 매각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르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그들을 믿었던 레드불은 더욱 힘든 시즌을 보내야만 한다. 아드리안 뉴이의 마지막 F1 카일지도 모를, RB11에게 더 이상은 믿을 만한 솔루션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리카도의 스타트는 마크 웨버만큼이나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챔피언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윌리엄스는 어떨까? 지난해 극적인 부활을 했고, 올해 개막전 예선에서는 메르세데스 다음으로 강력했다. 하지만 이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꼼꼼하지 못한 타이어 전략이 레이스를 방해했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페라리와 함께 몇 번의 우승을 가져갈 수 있을 정도는 되는 듯하나, 역시나 압도적인 면이 부족하다. 따라서 윌리엄스도 제외. 그렇다면 결국 답은 메르세데스다. 

해밀턴은 지난해 또다시 오랜 연인 니콜 쉐어징어와 결별했다. 만약 몇 년 전이었다면 이 사건이 그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세 번이나 결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다 보니 그도 무뎌진 듯하다. 그는 여전히 투지에 넘쳤고 날카로우며 로즈베르크를 긴장시켰다. 단 한 번의 경주만 치렀을 뿐이지만, 올해도 로즈베르크에게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해밀턴을 둘러싸고 이적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의 눈치를 봐야 하는 메르세데스는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줄 것임이 틀림없다. 물론 로즈베르크가 지난 겨우내 해밀턴을 뛰어넘을 수준의 트레이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보다 많이 긴장한 듯하며, 더 눈에 띄게 해밀턴을 경계하고 있다. 힘이 바짝 들어갔다는 뜻이며, 그게 그를 힘들게 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답은 어쩔 수 없이 루이스 해밀턴이다. 외면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그는 완벽한 월드 챔피언 0순위 후보다. 

글•박종제(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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