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 이광호 작가는 올해 서른다섯이 되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끊임없이 작업해온 덕에 벌써 활동한지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의 작품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재료에 대한 호기심이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 처음에는 재료에 따라 매듭 방식도 여러 가지로 시도했지만, 현재는 가장 안정적인 두 종류의 매듭만 사용한다. 그의 작업실 곳곳에는 작품에 대한 고심이 남아 있다. 2 이광호 작가는 스케치 작업을 통해 공간에 어울리는 색감과 형태를 구상하는것에 집중한다. 4 그는 여러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얼마 전 국내에 오픈한 디올 하우스에도 그의 작품이 놓여 있고, 삼성미술관 리움의 라운지는 그의 작품만으로 채워졌다.

전선을 꼬아서 사각의 형태를 구현한 의자. 이광호의 작업이 인상적인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소재로 가구를 만드는 생소함, 그러면서도 과시적이지 않은 모양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그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그의 작업은 발표와 함께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뜨겁게 회자됐는데, 명료한 디자인에 자신의 뜻을 담을 줄 알고, 마치 수행하듯 꾸준히 작업하는 성실한 작가의 출현을 반기는 의미도 있었을 테다. 단순히 디자이너라고 하기에는 그가 사용하는 재료와 그의 작업 방식, 다루는 영역도 굉장히 다채로웠다. 그는 소재와 주제에 경계를 두지 않고, 아주 유연한 태도로 작품을 만들었다.

5 그는 점프슈트 형태의 작업복을 입고 작업한다. 얼마 전에는 패션 브랜드 미수아바흐브의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복 스타일의 점프슈트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6 종로에 위치한 원 앤드 제이 갤러리에서 진행한 전시회의 모습. 패턴과 색감이 다른 대리석을 통으로 모양을 내고 연결해 벤치처럼 만들었다.

“전공이 금속 공예였기 때문에 여러 재료를 다루는 데 겁이 없는 편이에요. 금속은 다룰 때 불도 쓰고, 망치도 쓰고, 물도 사용하잖아요. 이것저것 써보았죠. 그래서 작업 소재와 방식이 다양해 보이는가 봐요. 아직 못 써본 재료가 더 많아요. 다양한 작업을 한다고 하기엔 부족하죠, 아직.(웃음)” 그의 작품은 형태는 단순하지만 비범하다. 전선이나 밧줄을 꼬아 연결해 조명과 가구를 만들고, 금속으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칠보나 옻칠 작업을 해서 의자나 오브제를, 각기 다른 패턴의 대리석을 통으로 다듬고 붙여 기다란 벤치나 테이블을 만들기도 한다. “스케치를 하긴 하는데, 작업 특성상 결과물이 똑같이 나오지는 않아요. 스케치는 스케치일 뿐일 때가 많죠. 제 작업은 디자이너로서 표현 방법을 어떻게 다양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인 것 같아요. 제 조명은 조명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전구와 전선이잖아요, 그 재료로 조명 자체를 표현할 수는 없을까 싶어 시작하게 된 작업이고, 전선을 하도 짜고 짜다 보니 이걸로 가구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 가구도 만들게 되었죠.”

7 전선과 소켓 등 조명이라는 물건에 쓰이는 재료만을 활용해 조명 형태를 완성했다. 매듭을 달리해 패턴을 만들고 색감이 다른 전선으로 생동감을 더했다. 8 그의 작품은 단순한 가구가 아닌 설치 미술 작품 처럼 보인다. PVC 소재로 만든 의자는 ‘Obsession 시리즈’ 중 하나로 2013년 작품이다. 9 <세종대왕실록>과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갑의지’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 작품 ‘새로운 갑옷’ 시리즈. 옻과 청동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매듭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이나 물건의 무게를 지탱하거나 작품 본래의 형태가 유지되려면 형태가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매듭 시리즈는 자연스레 네모난 구조물이 많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형태를 이루는 면의 패턴이 다름을 알아챌 수 있다. 매듭의 방식을 달리하여 패턴을 만드는 것인데, 이광호 작가는 어느 면이 더 많이 보일지 미리 생각하고 패턴을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어요. 재료를 보고, ‘아 매듭 패턴을 만들면 예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짜고 나면 안 예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재료를 계속 찾는 것 같아요. 이 과정이 저의 또 다른 도전이자 새로운 자극제가 된 셈이죠. 모르겠어요. 재료에 대한 깊이는 시간이 쌓여야 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재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특화된 형태를 구현할 수 있으려면요. 저도 아직 그 과정 중에 있어요. 20년, 30년은 해봐야 결론이 나지 않겠어요?”

이광호 작가는 해외 디자인 업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에 역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창 짜임 시리즈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디자인 전문 사이트 ‘디자인붐’ 같은 해외 사이트에 그의 작품에 대한 내용이 소개됐다. 그 후, 해외 언론을 비롯하여 업계에서 연락이 왔고 개인 전시를 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갔다. “그들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좋으면 왜 좋은지, 궁금한 건 그냥 편하게 물어보죠. 어떻게 이 재료를 썼고, 왜 이 재료를 사용했는지, 형태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