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젊음이 아니라 찬란한 시절이다

장편소설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의 작가 김동영을 만나다

20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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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후 1950년대 중반이 되었을 무렵,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중심으로 보헤미안적인 문학가와 예술가를 중심으로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이라는 그룹이 생겨났다. 이들은 현대의 산업사회로부터 이탈하여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고, 무정부주의적인 색채가 짙으며, 원시적 빈곤을 감수하는 무리였다. 이들을 대표하는 작가로는 잭 케루악, 윌리엄 버로스, 앨런 긴즈버그, 그레고리 코르소 등이 있다. 이후 미국에는 이 계보를 잇는 작가가 없었는데 1970-1980년대에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등장하여 비트 세대의 뒤를 잇고 있고, 2013년의 한국에서는 김동영이 그 계보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여백이 있는 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김동영이 소설가로 데뷔했다는 소식에 그가 운영하고 있는 홍대 근처 커피숍 ‘생선 카페’를 찾아갔다.

 

 

비평가이자 작가인 수전 손택은 “19세기에는 폐결핵, 20세기에는 암과 에이즈, 21세기에는 고도의 발전된 사회에서 오는 공허함으로 생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불치병”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몸의 병이 아닌 마음의 병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어쩌면 이 역할은 우리 시대의 작가들이 해줘야 하는 몫이다. 삶의 공허함으로부터 의미를 찾아내고, 인생의 찬란한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일. 작가 김동영은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에서 사랑니를 통한 줄기세포 이식을 하면 젊은 외모를 유지한 채 나이 들어가는 사회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개인이 자신의 찬란한 순간을 발견하길 독려한다. 작가 자신도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을 통해 독자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김동영의 소설 속 세상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져 여권 없이 어디든 갈 수 있고, 늙은 노인들을 위한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며, 종교가 권위를 잃고, 120년 정도는 누구나 거뜬히 살아내게 되었다. 수명이 늘자 사람들은 자신만의 행복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런 이유로 진정한 어른은 없는 그런 세상이 된 것이다. 여행 에세이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와 <나만 위로할 것>을 통해 10만 독자와 만났던 김동영은 왜 소설을, 그것도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을까?

 

“올해 3월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여행 에세이를 쓰던 2010년에는 62세의 젊은 나이로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글을 쓰며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 하게 됐고, 이 주제는 에세이로 풀기엔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소설로 풀어내고 싶어졌다. 소설은 내가 가야 할 종착역이라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고 있었고 선배인 이병률 시인(달 출판사의 편집장) 역시 나에게 소설 쓰길 권유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막상 무병장수의 시대가 되면 또 다른 질병들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도 몸의 질병은 의학의 발달과 함께 치료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지만 다양한 마음의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마냥 행복해질 것 같진 않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청춘일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젊음이 아닌 찬란한 시절일 것이란 생각이 이 소설의 주제다.”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아졌지만 소설의 주인공은 그 일자리에서마저 밀려나게 된 90세 노인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90세 노인과는 다르다. 젊은 시절 줄기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50대 아저씨의 외모를 하고 있고 모두들 그를 ‘아저씨’라고 부른다. 외모는 젊어졌지만 그에겐 더 이상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노웨어(Nowhere)’라는 커피숍을 찾게 되고 이 공간을 통해 고양이 같은 눈을 한 고등학생 소녀와 J라는 카페 주인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삶의 새로운 희망을 조금씩 발견해 나간다. 젊음을 갈망하는 것은 작가의 자의식이 반영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나는 자연스럽게 사는 게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정확하게 나이 들어야 한다. 젊은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웃음). 난 이름보다 닉네임이 더 유명한데, ‘생선’이라는 닉네임은 전에 책에서 썼던 것처럼 눈을 감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며 살겠다는 나의 다짐과도 같은 것이다. 생선은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감지 않는다. 또 생선은 물고기라는 단어와 달리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 있어서 더 와닿는다. 나 역시 어떤 일이 있어도 눈을 감고 싶지 않다. 만약 노인들도 젊은 외모를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하더라도 나는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그 대열에 합류하기보다는 그런 시대를 가만히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지만 세상은 언젠가 젊음을 유지한 채로 머무는 사람으로 가득 차게 될 것 같다. 그 시대가 왔을 때에도 나의 가치관이 변화되지 않고 지켜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동영은 현재 MBC 라디오국에서 라디오 작가로도 일하고 있다. 동시에 여행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며, 이번 소설을 통해 소설가가 되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의 글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작가는 이번 소설에 자신의 99.9%를 쏟아 부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초기에 단편으로 기획되었던 이 소설의 이야기는 짧게 끝내기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장편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1년 반 동안 붙잡고 있었던 이번 소설은 초반 다섯 달은 라오스와 태국에서, 나머지는 서울에 돌아와서 적어 내려갔다.

 

“이번 소설은 개인적으로는 다 쓰는 게 목표였다. 쓰는 내내 몸이 아팠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감정을 꾹꾹 눌러서 일본 영화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었는지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동시에 찾아왔다. 이 때문에 입원을 하기도 했고 홀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나니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전에 출간했던 책 두 권을 쓰게 된 원동력이 슬픔이었다면 이번 책은 나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내 시간과의 싸움, 내 의지와의 싸움이랄까.” 

 

사실 달 출판사의 저자들은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편집장인 이병률 시인(베스트셀러<끌림>의 저자이다)은 물론이고 이석원, 은희경, 곽정은 등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을 열광케 하는 작가들이다. 김동영 또한 여기서 예외일 리 없다. 이번 책이 출간되고 2주 정도가 지났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독자들의 악평을 받는 것에 비해 김동영 작가의 책에 대한 서평에는 기대감만이 가득 차 있다. 심지어 이 소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 내용들이다. 게다가 이미 1쇄가 모두 팔리고 2쇄 인쇄에 들어갔다고 하니 그의 소설 데뷔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따뜻하고 아련한 글인 것 같다. 이전의 책들처럼. 하지만 이번 책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멋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주변 사람들은 ‘읽을 때는 모르겠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김동영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나를 완전히 가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썼어야 하는데 말이다. 다음 소설을 통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동영 작가의 에세이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비어 있는 글과 더불어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장편 소설인 이번 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챕터마다 흐릿한 이미지가 등장하여 독자들이 장면을 떠올리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요즘엔 이미지와 글이 함께 등장하는 에세이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지만 소설에 사진이 쓰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챕터를 더 잘 나누고 싶어서 이미지를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자의 해석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주제 의식이 애매모호한 이미지로 선정했다고 한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물론이고 표지에도 많이 관여했다. 거의 99% 정도? 비 오기 전날 밤의 불그스름한 하늘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핑크색과 회색을 섞어서 표현했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인물은 주인공의 젊은 시절일 수도 있고, 나의 분신일 수도 있고, 독자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주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표지에서 표현했다.”

 

자기계발서나 힐링 서적은 마약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김동영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찬란한 순간을 기억해내길 바란다고 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노인이 J와 고양이 눈 소녀를 통해 다시 한번 생의 활기를 되찾은 것처럼 자신의 인생에 활력소가 되어줄 존재를 찾는 것은 어쩌면 자기 인생에 대한 자기 자신의 책임일 수 있다. 또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는 네 개의 사랑니를 통해 젊은 외모를 간직한 노인으로 늙어갈 것인지, 사랑니를 버리고 자연스럽게 노인으로 늙어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작가는 어쩌면 이 시간 또한 먼 미래에 돌아봤을 때에는 우리 인생의 찬란한 순간이었을 수 있다며 선물 하나를 주겠다고 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그에게 두 시간 가까운 긴 인터뷰는 어쩌면 힘들 수도 있을 시간이었겠지만 찬란한 추억으로 기억해주겠다고 하니 고마울 뿐이었다. 그리고 <The Smiths>의 음악을 커피숍에 틀어주었다. ‘결코 꺼지지 않을 불빛이 여기에 있습니다’라는 노래 가사는 작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끝이 있는 인생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 그는, 어쩌면 언젠가 올지 모를 그 날에 대한 두려움을 글쓰기를 통해 희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누군가가 떠나가게 될지 모를 두려움을 말이다. 

 

 

CREDIT

EDITOR : 김경은PHOTO : 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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