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기본을 잃지 않는 전수경 음악감독

키이츠서울 전수경 음악감독의 패션 스타일은 기본에서 출발한다. 기본을 잃지 않는 디자인을 고르는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것 역시 삶의 기본인 의식주다.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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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 음악감독이 내민 명함의 두께를 보곤 놀랐다. 매트하고 딱딱한 종이에 짙은 녹색을 입힌 명함은 그녀의 이미지처럼 단단하고 빈틈없는 모양새다. 이는 전수경 감독이 평소 즐기는 옷 스타일과도 일맥상통한다. “사실 저는 불편한 옷을 좋아해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다. 편안한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불편한 옷을 입는 사람보다 많을 테니까. 더군다나 밤 늦게까지 일하는 광고인에게 불편한 옷이란 참 어려운 선택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편해 보이는 옷차림에 곱게 메이크업하고 출근한 전수경 감독을 본 선배들은 그녀가 3개월도 못 버티고 회사를 그만둘 거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15년간 광고업계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냈고, 현재 인정받는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맥심 아이스커피, 맥도날드, 롯데칠성 칸타타, 배스킨라빈스, P&G 다우니 등의 광고 음악을 비롯해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제곡 작곡, 뮤지컬과 드라마 등 음악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타고난 체력과 열정이 그녀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데 핵심 동력이었다면, 스타일은 그녀에게 마음가짐을 다지는 바탕이 되었다. 박시한 티셔츠보다 몸에 꼭 맞는 재킷을 좋아하고 스커트보다 팬츠를 좋아했는데, 이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시각적인 소통의 힘이 돼주었다. 

 

 승마복 콘셉트의 이탈리아 브랜드 미아수키의 재킷.  넉넉한 크기의 클러치는 보테가 베네타. 3 어머니가 물려주신 시계. 바이올렛 컬러 가죽 스트랩으로 교체했다.  파리 앤티크 숍에서 발견한 1960년대 제작된 골드 브로치. 

 

불편한 옷을 좋아하는 사람의 옷장엔 어떤 옷들이 채워져 있을까요? 재킷과 팬츠가 많아요. 팬츠와 스커트의 비율은 7 대 3 정도죠. 20대에 한창 일할 땐 질 샌더 슈트를 자주 입었어요. 9부 팬츠에 몸에 꼭 맞는 재킷이 좋았어요. 


아무리 좋아해도, 밤샘 작업하는데 편할 리는 없을 텐데요. 그런데 일할 때 더더욱 불편한 옷이 맞아요, 저에게는. 15년 가까이 회사 다니면서 슬리퍼를 신은 적이 없어요. 지금도 제 옷장에서는 오버사이즈 재킷을 찾아볼 수 없죠. 


광고업계 일이 무척 고되잖아요. 회사에 남녀 샤워실을 갖추고 있을 정도니까요. 이런 직업을 가졌다면 보통 머리도 못 감고 메이크업도 전혀 안 한 사람을 떠올리죠. 하지만 자유로운 예술가라고 해도 밥도 먹고 옷도 예쁘게 입을 수 있잖아요. 또 클라이언트를 만나 설득하는 입장에 서야 하니까, 옷차림은 중요해요.


특별히 좋아하는 색이 있나요? 바이올렛 컬러요. 어느 날 옷과 가방, 구두 모두 보라색 계열로 구비한 적도 있죠. 그래도 제일 즐겨 입는 옷은 거의 블랙, 무채색 계열이에요. 


옷장 속 컬렉션이 있다면? 스카프, 시계, 브로치가 많아요. 심플한 의상에 변화를 주는 아이템이거든요. 

 
최근 보석 같은 브랜드를 발견했나요? 지난 4월 밀라노 페어에 참석했는데, 한 골목에서 미아수키(Miasuki)라는 숍을 발견했어요. 승마 콘셉트의 의류 브랜드인데, 소재는 물론 완성도가 꽤 높아요. 이탈리아 남편을 둔 홍콩 출신 디자이너임을 알고 다음 날 다시 숍으로 찾아가 그녀를 만났어요. 몸에 딱 맞는 셔츠와 재킷 등이 마음에 쏙 들어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있죠. 


기억에 남는 쇼핑은? 물건에도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프랑스 생투앙 거리의 앤티크 숍에서 브로치를 하나 발견했어요. 아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바로 숍 문을 나서야 했는데, 서울에 와서도 그 브로치가 떠오르는 거예요. 파리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해 그 숍에 가보라고 했죠. 시간이 오래 지나서 없을 줄 알았는데,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5 자주 매치하는 스카프가 100여 장이 넘는다. 에르메스 스카프. 평소 사용하는 킬리안 향수.  7 중요한 계약이 있는 날 착용하는 블루 사파이어 링은 미네타니. 8 보테가 베네타의 스퀘어 토 뮬.  1년에 1~2번 중요한 모임 참석 시 착용하는 골드 네크리스. 가족의 선물이다. 

 

젊은 시절 패션 디자이너였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아이템이 있나요? 새것보다 과거의 것이 좋을 때가 있어요. 베젤 전체가 골드로 제작된 샤넬 시계는 본래 어머니 것이죠. 가죽 스트랩만 교체해 사용하고 있어요. 


과거와 지금 헤어스타일도 비슷했을 것 같아요. 단발 스타일을 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결혼 전에 좀 길었고. 생각해보니 대학생 때도 단발머리이긴 했네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속 보이는 집이 정말 깔끔해요. 옷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 말릴 때도 소형 청소기를 옆에 둬요.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것이 싫어서. 집을 늘 정돈해요. 


기존 아이템 정리도 주기적으로 해야 할 텐데요? 버리기도 하고, 지인에게 나눠주기도 하죠. 최근엔 윤영미 아나운서와 플리마켓을 진행했어요. 많은 분이 와주셨죠. 


육아와 살림, 직접 요리까지 하면서 커리어를 유지하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체력요. 저는 아침형 인간이에요. 오늘도 새벽에 깬 아이에게 감자전을 해줬어요. 체력 하나는 타고났다고 생각해요. 


직접 구입하는 아들의 옷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댄디한 스타일. 이탈리아에 오래 산 남편의 취향이기도 해요. 


옷만큼 강렬하게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음악 작업 외에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고르라면 옷과 요리예요. 제가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먹는 것이 정신과 연결된다고 생각해서예요. 한 끼를 먹어도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해요. 요리는 음악 작업과 흡사해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과 비슷하죠. 요리를 꾸준히 배웠고, 또 손님이 오면 직접 요리하는 것을 즐겨요. 


옷과 요리 말고도 창작에 영감을 받는 부분이 있다면? 결국엔 의식주인 것 같아요. 패션 디자이너의 최신 옷을 사서 입을 수는 있죠. 그런데 이 옷이 어느 공간에 놓이느냐, 무엇을 하느냐, 누구를 만나느냐 따져보니 패션의 종착지는 결국 라이프스타일이더라고요. 


가장 최근 진행한 작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게임 광고인 테라 클래스요. 이순재 선생님이 등장해요. 드라마 <미생>을 닮은 스토리에 붙인 곡인데, 어떤 마음의 동요가 있었는지 직접 가사까지 붙여서 작업했어요. 배스킨라빈스 시리즈는 계속하고 있고, 이니스프리, 롯데면세점, P&G의 다우니 등의 영상 음악 작업을 하고 있어요. 

 

 

더네이버, 스타일 인터뷰, 전수경 음악감독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김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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