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창고의 화려한 부활, G340

지난봄 무렵, 완주의 삼례문화예술촌에 다녀왔다. 일제 강점기의 낡은 양곡창고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그곳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낯선 감흥을 남겼다. 최근 부여에 오픈한 G340. 이곳 역시 쌀창고를 개조한 이색 공간으로, 계백로 340번지에 의미 있는 둥지를 틀었다. 과거의 빛나는 역사를 뒤로하고 이제는 그 용도를 상실한 양곡창고. 용도 폐기된 오래된 창고는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에 의해 ‘문화 공간’이라는 새 생명을 얻어 부활했다. 김영석이 컬렉팅한 가구와 예술품이 공간의 깊이를 더하는 G340. 이곳의 메인은 카페지만 주인장이 수집한 빈티지 가구와 한국 고미술품, 골동품이 어우러진 전시장으로, 파티와 공연, 문화 클래스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자유롭게 탈바꿈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먼저 시골의 쌀창고를 개조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웅장하고 화려한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대한 공간을 채운 많은 좌석과 화려한 인테리어,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작품들 앞에 서면, 이곳이 충청도 부여가 맞나 싶어진다. 관광객은 물론 지역민이 편안하게 들러 커피를 마시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사랑방. 오픈 초기라 손님이 없을, 지금 이때가 방문하기 좋은 때일지도 모른다. 최첨단 시대에 더욱 빛나는 ‘오래된’ 것들의 힘. 우리가 본 것은 분명 용도를 다한 쌀창고의 씁쓸함이 아니었다. 21세기가 원하는 새로운 공간의 해석, G340은 그것이었다.
ADD. 충남 부여군 부여읍 계백로 340 TEL. 041-834-5544

차이나타운의 새 역사, 하슬라 인천

‘해’와 ‘밝음’을 뜻하는 순우리말 ‘하슬라’는 강릉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2003년 강릉 정동진에서 부티크 호텔 겸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시작한 하슬라아트월드가 차이나타운에 ‘하슬라 인천’을 오픈했다. 하슬라 인천은 해안성당 교육관을 리모델링 한 것으로,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근대화 시대의 건축물이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다른 건물이 모두 불탄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유서 깊은 건물이기도 하다.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 공간인데, 1998년부터 직접 로스팅을 시작한 하슬라 커피, 5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작센 지방의 브루어리에서 비법을 전수받은 수제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다. 연극,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공연도 물론이다. 현재와 과거, 한국과 외국 문화가 공존하는 차이나타운. 하슬라 인천은 이 서로 다른 것들의 이야기를 문화라는 거대한 상 위에 보기 좋게 차려놓는다. 현대식 건물의 세련됨은 없지만, 오랜 역사와 시간을 담아낸 하슬라 인천은 새로운 ‘가치’라는 길 위에 서 있다.
ADD.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59번길 3 TEL. 032-772-9411

공장의 무한 변신, F1963

부산 수영구 망미동. 이곳에 ‘Green+Art’를 콘셉트로 한 복합 문화 공간 하나가 들어섰다. 그 이름은 F1963. 원래 이곳은 부산을 모태로 한 고려제강의 첫 공장이 있던 자리로,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한 곳이다. 지난 9월이 공장이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됨을 계기로, 공장과 기계 중심에서 그린과 예술, 사람과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나 무작정 허물고 짓는,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지 않았다. 옛것과 새것을 조화시킨 재생 건축. 옛 공장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바닥은 조경석과 디딤돌로, 지붕을 받치던 나무 트러스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벤치로 재탄생했다. 전시, 공연, 교육, 그리고 레스토랑과 아트 숍이 어우러진 상업 공간 등 F1963은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전시장은 11월 30일까지 부산비엔날레의 현장으로 쓰인 뒤 도서관, 서점 등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ADD. 부산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TEL. 051-760-1812

담양에 흐르는 예술혼, 담빛예술창고

이번에 둘러볼 곳은 전라남도, 그것도 담양이다. 메타세쿼이아 길로 유명한 담양. 그 지척에 담빛예술창고가 위치한다. 버려진 양곡창고의 전성시대라 해야 할까? 330㎡ 규모의 카페와 갤러리로 구성된 이곳 역시 원래는 1960년대에 지은 양곡창고였다. 문 앞에 당도한 순간, 벽에 새겨진 ‘남송창고(南松倉庫)’라는 한자 이름이 그 자취를 말해주는 듯하다. 붉은색 양곡창고의 외형 역시 그대로다. 담빛예술창고는 방문객이 휴식을 취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문예 카페, 문화와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체험실, 복합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이곳 카페에는 여느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물건 하나가 자리한다. 국내 최초의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이 그것. 토요일 4시, 일요일 4시 30분, 각 20분씩 연주되는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거대한 통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관방제림의 아름드리나무도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하다.
ADD.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TEL. 061-380-3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