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땅에 콘크리트 교각을 박고 그 기둥 위에 집을 얹은 구조다. 2 내부는 개방형 구조로, 가구와 부속품을 최소화했다.

Moose Road Residence

자연 그대로의 대지를 만나는 것. 이는 모든 건축가의 꿈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크 울네스 건축 사무소(Mork Ulnes Architects)는 기분 좋은 프로젝트 하나를 맡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유카이아(Ukiah) 시에 자리한 무스 로드 레지던스. 이 집의 용도는 별장주택. 무엇보다 환경과의 조화에 가장 신경을 썼다. 건물의 크기라야 165㎡로, 50평이 조금 넘는 크기다. 평방피트당 190달러라는 적은 예산은 건축가에게 첫 번째 고민을 안겼다. 그는 조립식 주택이라는 명민한 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대지 가운데를 가르는 거대한 떡갈나무. 기존 대지의 이 떡갈나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보통 나무는 룸의 탁 트인 전망을 위해 제거됨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떡갈나무는 오래되었고, 클라이언트에게도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아름다운 경치가 이 부지를 구입한 결정적인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립공원의 명소로 꼽히는 이글 록(Eagle Rock)과 아름다운 산맥, 포도밭 아래 골짜기까지. 주변의 아름다운 지형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가 건축가의 고민으로 남았다.

건축가는 각기 다른 방향의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세 개의 튜브 구조를 떠올렸다. 세 개의 튜브는 손가락처럼 각각의 대지 방향을 향해 서 있다. 나무뿌리를 피해서 이 튜브를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 무엇보다 나무뿌리가 전체 부지에 걸려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고, 그것은 도전이었다. 분명, 기존의 콘크리트 기초는 나무뿌리를 죽이고 절단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나무와 나무 사이 정확한 지점을 찾아 암반 교각을 고정해야 했고, 이를 위해 수목 전문가와 측량사까지 투입되었다. 우선 콘크리트 교각을 땅에 박아, 그 기둥 위에 집을 얹는 구조로 설계했다. 의외로 나무뿌리가 건물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까지 해주었다. 룸 두 개와 거실, 부엌, 그리고 포도밭 아래 풍경과 함께할 수 있는 화장실까지. 무스 로드 레지던스는 본질적으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피난처로, 심플하고 시원한 개방형 구조 아래 가구와 부속품을 최소화했다. 떡갈나무 아래에서의 휴식, 건물 외벽 스틸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의 운치는 덤이다.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 주말주택의 풍경이다.

3 세 개로 된 튜브 구조는 이글 록, 포도밭 골짜기 등 각기 다른 방향의 풍경을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4 나무 그 자체가 인테리어가 된 무스 로드 레지던스. 5 스틸 외벽의 나무 그림자가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PHOTO CREDITS: BRUCE DAMO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