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생 목재 패널로 주변과의 어울림을 고려한 트리 하우스. 2 S자형의 독립적인 게스트 하우스 뒤편으로 기존의 별장 공간이 자리한다. 3 어머니가 휠체어를 타고도 산책할 수 있도록 집 주변으로 산책로를 정비했다.

묘한 오라를 풍기는 거대한 나무보다 아기자기한 나무숲이 선사하는 친근한 풍경을 꿈꾼다면. 런던 중부의 타워 햄리츠(Tower Hamlets)에 자리한 트리 하우스다. 6a 건축 사무소(6a Architects)에서 설계한 트리 하우스의 면적은 57㎡로, 아담한 편이다. 이 트리 하우스는 건축주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설계되었다. 그녀는 바쁜 가족 틈에서 휠체어에 의존한 채 싱글 룸 안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집 안에, 또는 휠체어 위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자신을 찾고 싶었다고. 그녀의 집은 1830년대 벽돌 공장이 있던 자리로, 1970년대 (도시의 황폐화를 막기 위한) 도시 정주(定住) 장려 정책과 함께 삶의 공간으로 흡수됐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내부 천장은 공장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모양새다.

4 백색 인테리어와 창문 너머의 초록이 한 폭의 그림 같다. 5 집 중앙의 옻나무 주변으로 S자 곡선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트리 하우스는 별장과 게스트 숙박 시설로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두 개로 구성되는데, 1층 공간과 정원 뒤 층계 위의 또 다른 공간이 그것이다. 경사진 1층 공간은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에 안락한 습식 룸과 부부 침실, 그리고 정원 뒤쪽 1층 공간까지 이어진다.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구조는 역시 집 가운데에 떡하니 서 있는 옻나무다. 옻나무 주변으로 S자형(뱀형) 곡선을 가미한, 독창적인 디자인의 게스트 하우스가 탄생했다. 제법 무성한 초목이 있는 정원과 이에 어울리는 재생 목재 패널을 사용해 아늑함까지 끌어들였다. 집 내부는 백색 인테리어로 외부의 초록과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활처럼 휜 목재 통로로 이어진 덕에 게스트 하우스로서의 프라이빗함도 느껴진다.

이 집의 곳곳에는 어머니에 대한 배려가 촘촘하게 깃들어 있다. 모든 층의 객실과 정원은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정원을 따라 휠체어로도 무리 없이 산책할 수 있도록 산책로를 재정비했다. 장미와 재스민이 외벽 목재 위를 타고 올라 산책길의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나무와 꽃이 가득한 정원, 무엇보다 잎이 많은 포도나무를 두어 풍성한 초록의 숲을 이뤘다. 부엌과 침실 너머로 이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 이제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과 식사를 하며, 집다운 공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곡선미가 넘치는 매끈한 디자인의 트리 하우스. 이곳은 단순히 나무를 수용한, 휴식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속엔 가족이 있다.

ALL PHOTOGRAPHY CREDIT: JOHAN DEHLIN/6A ARCHIT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