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아버지의 바이올린

샤갈의 작품을 무대 위에 옮겨놓은 듯한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어버이 세대와 자식 세대의 갈등과 사랑부터 유대인의 민족적 아픔까지 다룬다.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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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느낌의 화풍으로 유명한 화가 마르크 샤갈의 작품 중 ‘The Deceased(The Death)’가 있다. 노란 하늘과 회갈색 땅이 대비를 이루는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건, 작품명과는 달리 망자가 아니다. 하늘과 땅의 경계인 지붕에 위태롭게 앉아 한가롭게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한 남자다. 마치 이 화폭을 옮겨놓은 듯한 장면으로 시작되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다. 


타이틀곡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으로 명성이 자자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964년 제작된 뮤지컬이다. 작품은 숄렘 알레이헴(Cholem Aleikhem)의 소설 <테비에의 딸들(Tevye’s Daughters)>을 원작으로 한다. 이디시어(동유럽 출신 유대인이 사용하는 언어)로 글을 써 유대인의 마크 트웨인이라 불리는 숄렘 알레이헴은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소설을 여럿 발표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페르소나로 테비에라는 인물을 내세워 일련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테비에의 딸들>도 그 하나다. 소설은 1919년 희곡화 작업을 거쳐 연극으로 먼저 공연되었다. 영화화는 1939년, 1968년, 1971년, 그리고 2017년, 총 네 번에 걸쳐 이루어졌다(텔레비전 시리즈로도 각색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이란 이름으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과 1971년에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일 것이다. 특히 영화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의 출연으로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뮤지컬은 1964년 임페리얼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3242회나 무대에 오를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8년간 공연됐다. 평단의 평가도 높았다. 뮤지컬은 1964년 토니 어워즈 10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려, 최우수상을 포함해 총 9개의 상을 석권했다. 영화 역시 1972년 아카데미 어워즈에서 3개 부문을, 골든글로브 어워즈에서 2개 부문을 수상했다(뮤지컬 이후에 재공연되면서 토니 어워즈와 올리비에 어워즈 등을 수상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명망 있는 상들을 석권할 수 있었을까.

 

 

 

작품은 크게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작게는 전통을 중시하는 어버이 세대와 이에 반기를 든 자식 세대가 겪는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사랑을 노래한다. 더 크게는 제정러시아 시대에 추방당한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를 그린다. 


배경은 우크라이나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이다. 보통의 농촌이 다 그렇듯, 이들은 전통을 중시한다. 우리의 주인공 테비에 역시 그렇다. 우유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테비에에게는 수다스러운 아내, 그리고 혼기에 든 세 딸이 있다. 이웃들 역시 모두 가난하지만, 신앙이 깊은 선량한 사람들이다. 전통에 따라, 혼기가 찬 딸의 혼처를 정하려는 테비에에 맞서 세 딸이 자신이 직접 짝을 정하려는 게 작품의 주된 사건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자 부잣집에 시집을 보내려 했던 큰딸은 가난한 재단사를 데려와 혼인하겠다고 한다. 나아가 둘째는 이렇다 할 벌이도 없이 혁명 운동에 투신한 학생과 결혼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셋째는 유대인을 핍박하는 러시아 군인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테비에는 조상이 정해놓은 전통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는 딸들의 선택에 손을 들어준다. 그러나 더 큰 고난은 민족적 수난이다. 축복을 받아야 할 첫딸의 결혼식이 러시아 정부군에 의해 아수라장이 되더니, 작품 끝에 이르면 유대인 추방 명령이 떨어져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작품은 눈 내리는 겨울, 달구지에 짐을 싣고 정든 고향을 떠나는 테비에의 뒷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첫 장면에서 보았던 바이올리니스트가 등장하여 쓸쓸한 그 길의 동행이 되어준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단 6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고전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다시 알려줄 예정이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서울시뮤지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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