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집단지성으로 완성한 SF 연극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 <렛 뎀 잇 머니>. 사회, 정치, 경제, 과학, 예술, 환경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일반 시민 250명이 함께 그려낸 미래 사회는 기존 SF 영화들이 묘사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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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간의 지능을 능가한 로봇이 인류의 삶을 개선할 것인가, 인류를 지배할 것인가? 기상이변으로 인해 슈퍼 토네이도나 해일, 홍수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혹은 빙하기가 와서 지구가 얼어버리거나 반대로 극심한 가뭄으로 황폐해지지는 않을까? 그래서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설마 외계인이 침공하는 일은 없겠지? 시간 여행은 가능할까? 수많은 SF 영화의 익숙한 설정이다. 미래 사회를 다룬 SF 영화들은 대체로 저 범주 안에 있다.


이번에 소개할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 Which Future?!) 또한 미래 사회를 다룬 SF 작품이다. 그러나 <렛 뎀 잇 머니>에는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 혹은 존속시키기 위해 미래 세계에서 온 로봇 전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자연재해로 인해 서로의 생사조차 알 수 없던 가족이 기적같이 상봉하는 장면도 없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가족과 생이별하고 저 멀리 외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 우주인도 없다. <렛 뎀 잇 머니>에서 그리는 미래 세계는 앞선 SF 영화들의 미래와 사뭇 다르다. 

 


<렛 뎀 잇 머니>는 독일을 대표하는 극단 도이체스 테아터 베를린의 최근작이다. 1883년에 설립되어 136년의 전통을 이어온 도이체스 테아터 베를린은 국내에서는 2014년 공연한 <도둑들>을 통해 알려진 극단이다. 그들이 이번에 선보이는 <렛 뎀 잇 머니>는 독일의 훔볼트 포럼과 합작한 작품으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다룬다. 작품 설명을 위해 아무래도 훔볼트 포럼을 먼저 소개해야겠다. 훔볼트 포럼이란 9월 개관을 앞둔 독일 베를린의 복합문화공간이자, 독일의 문화, 예술, 학문의 중심 기능을 수행할 조직이자 공간을 의미한다. 독일에서는 2009년 6억2000만 유로, 우리 돈 약 7900억원을 투입해 유럽 최대의 건축 프로젝트인 베를린 궁전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궁전의 복원과 함께 독일 정신도 함께 복원하기로 하고 출범시킨 게 훔볼트 포럼이다. 포럼명은 19세기 유럽에서 나폴레옹 다음으로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되는 자연과학자이자 인문학자인 훔볼트 형제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이렇듯 훔볼트 포럼은 문화, 예술은 물론, 과학, 인문학, 나아가 정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이 연구와 포럼을 열면서 독일 지성의 한 축을 담당한다. 


<렛 뎀 잇 머니>는 바로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연극이다. 훔볼트 포럼에서는 2028년 근미래 사회를 주제로 사회, 정치, 경제, 과학, 예술, 환경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일반 시민 250명이 함께 지난 2년간 다양한 화두에 대해 연구 조사 및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난민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민주주의는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로봇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인가? 유로존은 붕괴되지 않을 것인가? 많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혹은 누구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등등. <렛 뎀 잇 머니>는 2년간 이어온 조사와 토론의 결과물이다. 

 


<렛 뎀 잇 머니>는 ‘참여형 연구 및 연극 제작 프로젝트’로, 유럽에서는 몇 해 전부터 이러한 공연 제작 방식을 실험 중이다. 먼저 작품의 기획 단계부터 시민이 참여하여 각자 자신이 중시하는, 혹은 당면한 문제들을 꺼내놓는다. 이후 투표 등의 방법으로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연구 조사와 토론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실험하는 작업이다. 말하자면, 예술 분야에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다. 


독일의 집단지성이 내놓은 미래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렛 뎀 잇 머니>에서 앞선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거기까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작품이 던지는 화두나 제작 방식 등이 우리 (예술)사회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e LG아트센터

 

 

 

 

더네이버, 공연, 렛 뎀 잇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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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일송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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