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한여름 밤의 꿈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이 창조한 초현실적인 세계는 현실의 긴장을 무장 해제시킨다. 그가 그려낸 실재 같은 완벽한 꿈으로의 초대.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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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진실을 절대적으로 믿는 시대는 지났다. 사진이 가진 기록물로서의 가치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이미지가 아니라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는 것을 묵인하고 또 용인하는 시대다. 작가 에릭 요한슨이 촬영한 이미지도 실재가 아니다. 그는 사진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품을 만드는 포토그래퍼이자 리터칭 전문가다. 작품의 8할이 CG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작가는 자신이 상상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작품 구상 단계부터 조작을 염두에 둔다. 이른바, 서울 개인전의 전시 제목이기도 한 ‘Impossible is Possilble’. 불가능한 세계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에릭 요한슨 작업의 핵심이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에릭 요한슨은 체코 프라하에 머물며 작업을 한다. 10대 때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 그래픽을 접한 작가의 주된 관심사는 동화나 초현실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를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며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발표해왔다. 덕분에 사진작가로서는 꽤 이른 나이에 주목을 받아 현재 벤 구센(Ben Goosens), 딘 챔벌레인(Dean Chamberlain), 홀거 푸텐(Holger Pooten) 등과 함께 촉망받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한 포토샵 작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들이 한밤중에 달을 나르고, 침대를 이탈한 소녀가 공중 위로 붕 뜬 모습,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이들이 나룻배를 탄 모습 등 에릭 요한슨의 사진은 동화책에서 보았거나, 꿈이나 상상 속에서 한 번쯤 경험해본 듯 친숙함을 준다. 아무리 걸어도 목적지에 닿지 않거나, 계속 같은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 꿈 속 경험은 어렴풋이 악몽으로 남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기억은 우리의 꿈과 상상 속에 머물러 있을 뿐, 실제 현실에서 목격한 적은 없다. 그의 사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심층의 기억을 끄집어내며 묘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상상을 실재처럼 느낄 수 있도록 사실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이미지든 조작이 가능한 시대에 에릭 요한슨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디테일에서 나온다. 작가는 이미 테드(TED) 강연을 통해 자신의 작업 과정을 공개했다. 구상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베이스가 되는 배경과 인물 컷을 직접 촬영하고 이들을 합성하는데, 인물과 오브제의 각도 등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한 작업은 무척 정교하고 치밀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 보니 작품 한 점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지 않다. 한 해에 제작하는 작품이 6~7점뿐이라니 그에 들이는 공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세밀하게 촬영된 이미지의 한 부분을 확대한 컷들이 업로드돼 있다. 스마트폰으로 확인되는 이미지에는 그림자의 결까지도 무척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다는 듯, 작가는 더 큰 사이즈의 이미지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남기고 있다. 

 


사실 그의 작품은 웹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에스키스와 촬영, CG까지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메이킹 필름도 있다. 복제가 쉬운 사진 분야에서 공개적으로 작업 현장까지 노출하는 부분이 무척 의아할 정도인데, 작가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보다, 자신의 머릿속 상상을 어떻게 하면 실재처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서일 터다.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그의 작품을 픽셀로만 감상하고 그치는 것은 작가 입장에서 무척 허무한 일이다. 그가 상상한 초현실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직접 눈으로 프린트된 사진을 보는 일이 필요하다. 미세한 그림자의 변화와 인물의 표정 등 아주 디테일한 표현에서 신선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INTERVIEW Q&A
서울 개인전을 앞두고도 작품 제작과 해외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보냈다. 꼼꼼하게 써내려간 답변과 더불어 2017년에 발표한 작품 ‘Fool Moon Service’의 에스키스와 제작 현장 사진까지 보내왔다. 그로부터 스웨덴의 작은 산과 동화작가들의 작품까지 찾아보는 멋진 시간을 선물받았다.  

 

테드(TED) 강연에서도, 이번 전시 타이틀에도 ‘Impossible’이라는 단어를 썼다. 내가 하는 작업은 주변의 매일 보는 풍경과 비슷하지만 초현실적 반전이 있는, 불가능한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Impossible is Possible>은 관객이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잘 묘사해주는 말이다. 


이미지를 상상하고 계획해 관련 이미지를 촬영 후 합성하는 작업의 전 과정 중 어느 부분을 가장 좋아하는가? 작업의 전 과정을 좋아하지만, 제일 선호하는 파트를 고르자면, 필요한 이미지를 촬영할 때다. 이것은 최종적으로 어떤 이미지로 완성될지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때니까. 


핫셀블러드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는? 내 작업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어떤 장면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것은 실재처럼 보여야 한다. 나는 리얼리즘이 디테일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핫셀블러드는 디테일을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포착해준다. 덕분에 당신은 미술관에서 대형 프린트로 작품을 볼 수 있다. 

 


스웨덴과 체코 프라하에서 체류하며 작업을 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는가?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는 프라하의 작은 카페 ‘아이 니드 커피(I need Coffee)’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산책할 때마다 들러서 커피를 마시곤 한다. 아담한 규모이지만 매우 정겨운 곳이다. 7년여 떠나 있기는 했지만, 내가 태어나고 성장한 스웨덴에도 좋아하는 곳이 많다. 집 근처에 키네 쿨(Kinne-Kulle)이라는 작은 산이 있다. 작품 중에 ‘The Cover-up’ 등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의 자연은 내 인생과 작업에 큰 영감을 주었다.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 도시가 있는가? 고향에서 프라하로 옮기기 전에 베를린에 잠깐 머무른 적이 있다. 현재까지는 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아마도 베를린이 아닐까 싶다. 


당신은 종종 사진보다 순수 미술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작업에 영감을 준 작가가 있다면? 사진작가보다 화가들로부터 더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서 그렇게 말해왔다. 순수 미술가가 창조적인 작업 과정을 더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다. 또 스웨덴의 동화책 작가, 이를테면 스벤 노르드크비스트(Sven Nordqvist), 얀 루프(Jan L v) 그리고 엘사 베스코브(Elsa Beskow)의 작품을 좋아한다. 


당신은 왜 캐나다 만화 <사우스파크>의 랜디와 샤론 마쉬를 좋아하는가? 아마도 그들과 동질감을 느껴서이기도 하겠지만, 때때로 매우 극단적인 부부의 말과 행동은 나를 웃게 한다.  


작품을 보다 보면 두려운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구상 단계에서 그런 감정을 의도하는가? 그렇지 않다. 내가 창조하는 세계가 가져오는 내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인생이 그렇듯 사진에서 공포나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매번 상상하고 표현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주로 어떻게 극복하는가? 종종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 작업과는 완벽하게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산을 오르거나 암벽 등반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산책을 한다. 그러다 보면 다시 작업하고 싶은 영감이 떠오른다. 그럴 때는 내 자신에게 강요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것 같다.  


‘판타스틱’, 환상적인 것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를테면 음악가나 공예가처럼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에 매우 몰두한 사람을 보는 것. 


작품들은 이미 온라인상에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 SNS에선 메이킹 필름도 볼 수 있다. 왜 당신의 작품을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보는 것과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인화지 프린트가 훨씬 더 풍부하다. 내 작품들을 진정으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비록 디지털 툴로 작업을 하는 작가이지만, 나는 늘 최종 작업물은 프린트로 본다.  


작품 감상에 있어 프린트와 디지털 스크린 중 어떤 것을 더 선호하나? 망설일 필요가 없다. 당연히 프린트다. 언제나!  


이번 전시에 온라인상으로 공개된 작품 외에 아카이브나 필름이 있을까? 물론이다. 서울에서 처음 공개하는 2019년 신작과 비하인드 신 필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전시를 위해 서울을 방문할 때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일정이 여의치 않겠지만, 최대한 많이 보고 무엇인가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음식의 팬이기도 한데, 한국 바비큐와 비빔밥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다. 또 서울 밖에서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는가? 지금은 발표하기 어려운 흥미진진한 프로젝트가 있다. 곧 새 작업을 보게 될 것이다. 

 

에릭 요한슨이 포토샵으로 작업하는 작가들과 차별되는 점은 필요한 이미지를 모두 직접 촬영하는 데 있다. 포토샵 작업을 염두에 두고 촬영해야 하므로 작품 구상 단계에서 스케치는 최종 이미지에 가까워야 한다. 

 

 ‘Full Moon Service’의 본격적인 촬영은 2016년 늦여름 스웨덴에서 이뤄졌다. 커다란 조명등과 전기 발전기, 차량, 두 명의 모델이 등장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까지 작가는 오브제의 위치와 포즈 등을 조율하며 결정한다. 

 

아름다운 스웨덴의 들녘에서 이뤄진 밤 촬영의 막바지 현장. 에릭 요한슨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3분짜리 메이킹 필름을 업로드해두었다. 스케치, 촬영, 최종 구성까지 생동감 있는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 <Impossible is Possible>
에릭 요한슨의 서울 개인전은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 전시다. 스웨덴 출신 사진작가의 비범한 상상력과 넘치는 기지를 즐길 수 있는 자리다. ‘어릴 적 상상, 꿈꾸던 미래’, ‘너만 몰랐던 비밀’, ‘조작된 풍경, 어젯밤 꿈’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대표작 50여 점은 물론 설치, 아카이브, 비디오, 포토존 등이 함께 한다. 6월 5일부터 9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더네이버, 전시, 에릭 요한슨 사진전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에릭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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