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이토록 만개한 소설

그간의 울분과 그리움을 토해내듯, 문학계는 지금 ‘소설꽃’이 만발했다. 편애할 수밖에 없는 소설 6권을 펼쳤다. 끝과 시작을 어루만지듯.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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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현실적인 악몽 

기자 출신의 소설가, 장강명. 애초에 그의 이력을 밝히는 건 그의 소설이 지닌 태생적 뿌리 때문이다. ‘우리 시대를 다루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장강명의 소설은 시대를 빠르게 캐치하고, 취재, 분석하는, 저널리즘 정신과 맞닿아 있다. ‘표백 세대’라 명명한 젊은 세대의 자살을 다룬 <표백>이 그러했고,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한 <댓글부대>가 그러했다. 그가 이번엔 북한으로 눈을 돌렸다. 김씨 왕조 붕괴 이후의 북한을 배경으로 사흘간 사투를 벌이는 근미래 액션 스릴러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다. 역시나 철저한 자료와 취재를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마치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는 듯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그는 저널리즘 대신 문학의 시선으로 되묻는다. 

 

2 욕망과 욕망 사이 

최고의 문장가. 불행히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유일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작가 자신이다. 넘치는 창작력으로 단편 160여 편과 장편 5편을 발표했지만, 늘 자신의 재능을 의심한 존 치버. 그의 마지막 장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나이도 많고, 두 번의 이혼 경력까지 있는 주인공 시어스. 그는 비즐리 연못이 타락한 세상에 남은 유일한 천국이라고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천국이 사라지고 만다. 더 이상 사랑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싸인 그에게 찾아온 르네라는 여자까지. 욕망과 또 다른 욕망이 들끓는 그곳에 과연 천국은 존재할까. 이성애와 양성애, 글을 쓰려는 욕망과 알코올 중독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던 치버와 시어스는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삶의 끝에서 그는, 또 어떤 문장을 남겼을까. 

 

3 낯섦과 마주하는 일 

단편 8개로 이루어진 황정은의 세 번째 소설집 <아무도 아닌>. ‘오제’와 함께 시골에 내려가 고추를 따고 서울로 올라가는 이야기, 조용한 집을 찾아 이사했지만 소음에 시달리며 무서운 이웃을 체험하는 이야기. 그의 내러티브는 얼핏 평범해 보인다. 하나 황정은의 힘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그는 이 평범함을 낯섦의 세계로 몰아세우는 조용한 힘을 가졌다. 촌철살인의 문장 대신 특유의 단정함을 무기로 한 채. 캐릭터 역시 ‘웃고 싶지 않은데 웃는’ 증상을 호소하는 백화점 판매사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짐승처럼 칩거하는 남자 등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다. 작가는 그들의 상처와 현실을 그저 묵묵히 따라간다. 희망보다는 어둠에 가까운 황정은의 소설 세계. 하나 그는 그 속에서 끝끝내 작은 빛 하나를 길어 올린다. ‘아무도 아닌’ 우리를 위로하듯. 

 

4 뮈소와 스릴러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 그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외국 작가 중 톱 순위에 꼽힌다. 자국인 프랑스는 물론 한국에도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한 기욤 뮈소가, 이번엔 <브루클린의 소녀>와 함께 돌아왔다. 그의 소설은 늘 ‘사랑’에 기반을 둔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라졌다. 그의 소설에서 볼 수 없던 완벽한 스릴러다. 주인공인 작가 라파엘과 소아과 여의사 안나는 결혼식을 3주 앞두고 있다. 그런 그녀가 돌연 사라졌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 흔한 스릴러 영화의 진부한 타이틀을 쓰고 싶진 않지만, 이 소설을 설명하는 가장 정직한 수식어일 것이다. 전직 형사와 안나를 찾아 나서는 과정. 벌써부터 심장이 쫄깃해지고 호기심이 스멀스멀 배꼽 부위를 간질이지 않는가? 그 후 이야기는 <브루클린의 소녀>에 넘긴다. 

 

5 문제적 배명훈 

그는 분명 과학을 전공했을 것이다. 아니 마땅히 그랬어야 옳다. 그런데 그는 뜬금없게도 국제정치학 전공자다. 배명훈. 그의 이름 앞에는 소설가라는 타이틀보다 SF 작가라는 소개 문구가 더 많이 붙는다. 그의 소설은 여느 작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걷는다. 그는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을 가로질러 섭렵하고 활용하는 독보적 작가다. 소설가 정세랑은 서평을 통해 친절하게 그의 해박한 지식과 활용 범위를 나열했다. “‘유물위성’에는 고고학, ‘스마트 D’에는 언어학, ‘예언자의 겨울’과 ‘조개를 읽어요’에는 생물학, ‘티켓팅 & 타겟팅’과 ‘예술과 중력가속도’에는 대중음악과 무용에 대한 지식이 스며 있다.”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SF적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반전과 여운. 10편으로 된 이 소설의 중간을 채 넘기기도 전에 그의 뇌 구조가 궁금해질 것이다. 

 

6 남자, 남자, 그리고 사내 

그가 <고래>를 들고 왔을 때부터 나는 그의 완벽한 팬이다. 그런 그의 4년 만의 신작 장편 소설이니. 천명관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고래>의 기발한 상상력과 <고령화 가족>의 사회 비판적 리얼리즘을 넘어 그는 또 어떤 세계를 우리에게 펼쳐놓을까. 제목에서 유추되듯 이 소설은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다. 그것도 인천 뒷골목 건달들의 한바탕 소동을 다룬 블랙 코미디. 수컷들의 세계. 자연스럽게 ‘구라’와 허세가 판치고, 전쟁 같은 수컷들의 거친 삶이 난무한다. 그런 이들에게 치명적 허점이 한 가지 있으니.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처럼 ‘하지만 여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페이지’ 사전 연재를 고려한 탓일까? 이번 소설은 전작에 비해 대중적이고 영화적이다. 지금 당장 영화로 만들어진대도, 손익 분기점은 너끈히 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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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설미현PHOTO : 김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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