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볼 때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패션을 소화해내는 여성 연기자에 비해 남성 연기자들의 패션은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빛나는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야 누구나 박수를 보내겠지만 그래도 드라마 보는 즐거움 중 하나가 화려한 볼거리인데, 이에 반해 남자 배우의 스타일 지수는 언제나 아쉬웠다. 조금 과해 보이더라도 인물의 성격을 확실하게 살려줄 수 있는 패셔너블한 옷을 입는 남자 배우의 모습을 바라는 것은 아직 이른 기대인지 모르겠지만 서울 패션 위크에서 만난 남성복들은 남배우의 패션 센스를 업 시켜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2013.04.15
MBC 수목극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송승헌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남성을 연기한다.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엄마에게 버려져 조직폭력배에 몸 담게 되고, 사람들의 시기를 받는 2인자 자리에 있었지만 두목을 살해하며 또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기억력이 비상하고 머리가 좋은 덕분에 거친 환경과는 별개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변신하고 한 여자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친다. 송승헌은 캐릭터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패션을 선보이고 시사회장에서는 레오퍼드 문양의 셔츠를 입고 나와 패션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막상 극에서 보여지는 스타일은 정석의 슈트 패션. 하지만 모델 출신의 연기자라는 것과 극중 조폭 출신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좀 더 화려하고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했어도 별 무리가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한태상에게 추천하고 싶은 옷은 디자이너 정두영의 VanHart di Albazar! 파격적이고 신선한 작품을 선보이는 이탈리아의 극작가 카를로 골도니의 아틀리에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위트 넘치고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의 멋쟁이를 대변하고 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배우 조인성. 스키니한 슈트와 멜빵 패션, 알록달록한 코트를 선보이며 패셔너블한 그만의 감각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했다. 디자이너 김서룡의 2013 F/W컬렉션을 보며 드라마 속 오수를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이번 시즌 김서룡 옴므에서 메인 컬러로 내세운 버건디 컬러는 지적인 수컷의 분위기를 풍기기에 충분하다. 또 도트와 스트라이프, 체크 패턴과 골드 컬러 등은 늘 검정색의 정장만을 고집하는 남성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늘씬한 몸매와 멋스러운 애티튜드를 갖고 있는 조인성이라면 당당하게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버건디, 블루 컬러는 물론이고 도트 문양과 스트라이프, 체크 등의 다채로운 프린트로 남성복의 색다른 면을 보여준 김서룡 옴므. ‘신사는 블랙 수트만을 입지 않고 때론 색다른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디자이너의 컨셉처럼 오수를 통해 옷을 입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비밀 조직의 요원이라는 배역 덕분에 그에게 섹시한 스타일을 기대했던 건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싸움닭이었던 과거와 용맹한 형사라는 역할에 너무 충실했던 덕분인지 KBS의 <아이리스 2>에서 보여주고 있는 장혁의 스타일은 대체적으로 무난하기만 하다. 아이리스1에서의 탑은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독특한 스타일링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패션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디자이너 이주영의 레쥬렉션(Resurrection) 컬렉션을 보며 옳다구나 싶었는데, 과거의 강인한 남성성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 2013 F/W컬렉션은 NSS의 강인한 요원들에게 딱 어울릴만한 스타일의 옷이었다. 심플한 라인으로 남성다움을 잃지 않지만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빚어진 다양한 아이템들은 남성들의 매력을 더욱 배가시켜줄 수 있다.
비밀요원 정유건에게 추천하고 싶은 옷은 디자이너 이주영의 컬렉션. 그레이, 블랙, 블루, 다크레드 등 남성성을 부각시켜주는 컬러는 주로 사용하며 울이나 캐시미어 등 고급스러움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또 재킷에 수놓아진 정교한 디테일들은 비밀요원의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오지호가 맡은 역할은 하버드 MBA까지 마치고 온 인재이지만 실력보다는 인맥과 아부로 회사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장규직이다. 김혜수로부터 ‘빠마머리’라고 불리는 곱슬거리는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어서 얼핏 촌스럽고 못나 보일 수 있지만 철저히 ‘갑’의 위치를 유지할 줄 알며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를 철통 같이 지키는 사회형 인간이다. 사실 장규직이라는 인물의 명확한 성격 컨셉트가 서지 않는 이유도 겉모습과 실제 인물 사이의 괴리감 때문이기도 할 텐데, 세련되고 성공지향적인 인물형에 비해 촌스러운 머리 스타일이나 조금은 복고적인 색감의 슈트는 매우 언밸런스하다. 장규직에게는 디자이너 최철용의 옷을 추천하고 싶은데, 최철용의 CY Choi에서는 ‘deux ombres’라는 컨셉 하에 블랙과 화이트 컬러만을 이용하여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남성복을 선보였다. 깔끔함과 고급스러움은 성공지향적인 장규직에게 꼭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최고의 영업맨이 되길 꿈꾸는 장규직에게 추천하고 싶은 옷은 디자이너 최철용의 CY Choi컬렉션. 블랙과 화이트 컬러만을 이용하여 늘 깔끔한 멋을 줄 수 있으며 디테일한 지퍼 장식이나 독특한 라펠 등으로 멋을 내어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