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가죽 라이닝 트렌치코트 가격 미정.

남자의 옷은 역사적인 사건과 함께 등장하고, 시대의 필요에 맞춰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중 대표적인 옷이 바로 트렌치코트다. 이 클래식한 아이템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장교가 착용한 우비에서 유래한 옷임은 유명한 사실. 버버리가 최초의 트렌치코트를 만든 브랜드인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부터다. 디자이너들은 아카이브가 탄탄한 옷이나 군복에서 유래한 옷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데, 이번 2015 봄/여름 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트렌치코트는 이번 시즌 키 아이템으로 떠올랐고, 원형에 가까운 클래식한 디자인부터 자유자재로 변형된 것까지 그 범주도 다양해졌다.

트렌치코트라 불릴 만한 아우터의 가장 큰 특징은 큼직한 더블 칼라와 가슴 위쪽에 붙은 네모난 탭, 허리를 야무지게 조이는 벨트일 것이다. 디자인이란 것이 본래 더하기와 빼기에 근거해 발전하는 터라, 위의 특징을 기본 골조로 여긴다 하더라도 변형을 가미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두 줄 단추 대신 한 줄로 간소화시킨 것, 혹은 아예 숨긴 것, 엉덩이를 살짝 덮는 캐주얼한 길이부터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를 거쳐 로브를 연상시킬 정도로 드레시하게 변형된 발목 길이의 트렌치코트까지. 이번 시즌 트렌치코트의 변주는 일반화시킬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다양한 소재의 등장에 있다. ‘시즌리스’라는 화두는 이제 사계절을 막론하고 패션계가 늘 고민해야 하는 포인트. 이번 봄/여름도 마찬가지다. 스웨이드, 가죽, 데님, 실크 등의 소재를 입고 런웨이에 등장한 트렌치코트의 모습에서 ‘우비’ 용도로 만들어진 개버딘 소재의 트렌치코트의 원형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컬러도 예외는 아니다. 기본적인 낙타색은 물론이거니와 그레이, 네이비, 화이트 같은 모던한 컬러부터 옐로, 블루, 오렌지 등 과감한 팝 컬러의 트렌치코트도 많이 등장했다.

더불어 이번 시즌 트렌치코트를 입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다행히도 올봄 남자들은 몸 만들기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덜어도 좋을 것이, 대부분 컬렉션에서 극도의 ‘헐렁함’을 강조하는 실루엣을 선보였다. 트렌치코트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슈트, 팬츠 등 런웨이 위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코트 자락과 바지 자락을 휘날리며 (심지어 편안한 슬리퍼까지 끌며!) 유유자적 우아하게 걷는다. 그러니 이번 봄에는 트렌치코트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조금 바꿔봐도 좋을 것이다. 먼저, 트렌치코트는 각 잡힌 ‘사나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클래식한 액세서리가 완벽히 갖추어져 있지 않아도 이번 시즌만큼은 얼마든지 트렌치코트를 멋있게 입을 수 있다는 것. 오히려 조금 헐렁한 자세로 이 옷을 대한다면 더 좋은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매너는 남자를 만들고, 트렌치코트는 스타일을 만들어주니까.

BELTED

트렌치코트의 어깨 탭이나 소매 스트랩을 생략해 좀 더 캐주얼하고 웨어러블해 보이는 벨티드 트렌치코트. 그레이 컬러라 젊은 느낌이 강하다. 이너로 스태디움 점퍼나 데님 블루종 등을 레이어드하면 한층 안정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 LEIT by KUD 벨티드 트렌치코트 32만9000원.
1 BURBERRY PRORSUM 레터링 백팩 겸용 토트백 370만원. 2 ALDEN by UNPAIR 레이스업 탱커 부츠 가격 미정. 3 BELL & ROSS 스틸 브레이슬릿 워치 416만원.

PATTERN

시즌을 반영한 프린트 트렌치코트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봄/여름 시즌이면 빼놓을 수 없는 화사한 플로럴 프린트부터 카무플라주를 연상시키는 나비 프린트도 눈여겨봐야 한다. 프린트가 강렬한 아우터를 입을 땐 비슷한 톤의 소품을 매치하는 것이 안전하다. VALENTINO 카무플라주 더블 코트 367만원.

1, 2 BURBERRY PRORSUM 프린트 스카프 100만원대. 플레어 해트 49만원. 3 GUCCI 로키 레더 팩백 458만원.

HIDDEN

덜어낼 수 있는 모든 디테일을 덜어낸 심플한 디자인의 트렌치코트에는 의외로 스포티한 스타일링이 어울린다. 백팩이나 캡, 스니커즈 등을 매치하면 지루하지 않게 트렌치코트를 스타일링할 수 있다. 이너웨어 역시 스웨트셔츠나 후드 집업 등을 매치하면 젊고 캐주얼한 스타일이 완성된다, BALENCIAGA 가죽 벨트 포인트 트렌치코트 300만원대.
1MCM 로고 프린트 블루 캡 30만원대. 2 VALENTINO 스터드 장식 가죽 백팩 350만원. 3 PRADA 벨크로 스니커즈 가격 미정.

CLASSIC

트렌치코트 고유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클래식 버전에는 그 무드에 맞는 액세서리를 매치하는 게 좋다. 영화 <식스맨>의 요원이 떠오를 정도로 우아한 절제미를 강조해보자. 뿔테 안경, 페니 로퍼, 태슬 장식 가방 같은 것이 잘 어울린다. 페도라와 긴 우산을 들어도 좋다. BURBERRY HERITAGE 클래식 트렌치코트 200만원대.
1 HERITAGE REGAL 브라운 페니 로퍼 35만원. 2 TOM FORD by SEWON I.T.C 반뿔테 안경 가격 미정. 3 DR.MARTENS 태슬 장식 클러치 1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