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핸드백 대신 작품 사는 MZ세대_노재명 & 박소현 컬렉터

BTS의 RM과 GD 등 아이코닉한 K-Pop 스타들을 비롯해 요즘 MZ세대의 관심은 아트로 집중된다. 옷과 신발, 백을 사는 것보다 작품 한 점을 품에 안을 때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영 컬렉터들을 만났다.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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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만난 노재명, 박소현 부부 컬렉터. 두 사람의 뒤편에 위치한 벤치 형태의 조각은 레베카 아크로이드, 두상 조각은 데이비드 알트메이드의 작품. 왼편의 회화는 줄리언 세칼디(Julien Ceccaldi)의 작품이다.

 

 

‘촬영은 저희 수장고에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데 수장고가 있다고? 1990년생 노재명과 1992년생 박소현은 부부 컬렉터다. 수장고까지 갖출 정도면 두 사람 모두 미술계에서 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노재명은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계에 종사하고 박소현은 피아니스트다. 부부의 아트 컬렉팅 역사는 남편의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주변에 카우스(KAWS)의 아트 토이를 수집하는 친구가 많았어요. 처음엔 ‘이걸 왜 사?’ 싶었는데 어느새 ‘나도 한번 사볼까’로 바뀌었죠.”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우표, 동전, 티켓 등을 모았고 청소년기엔 한정판 신발과 패션 아이템 등을 본격적으로 수집한, 태생적으로 수집가 DNA를 타고난 사람이다. 그러나 유행을 타는 수집품을 모으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고, 이때 다시 눈을 반짝이게 만든 게 아트 토이였다. 그는 20대 초반에 들어서 판화와 프린트를 모으기 시작하고 6~7년 전 첫 유니크 피스를 구입하며 컬렉팅 범위를 차츰 넓혀갔다. 아내 박소현은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아트 컬렉팅에 큰 관심이 없었다. “연애 시절 만날 때마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아트 토이를 한두 개씩 선물해주고 컬렉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스며들 듯 차츰 관심이 생겼죠.” 결혼 후 부부의 컬렉팅 속도는 가속이 붙었다. 수입의 대부분을 작품 수집에 쏟다 보니, 이렇게 많이 모아도 되나 고민한 날도 있었다. 몇 달 동안 고심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아, 돌아가기에 이미 너무 늦었어. 그냥 계속 모아야 해.’

 

 

수장고의 캐비닛 위에 세워둔 라이언 슈나이더(Ryan Schneider)의 회화. 2 랙에는 다양한 작품이 보관되어 있다. 왼쪽 위부터 그라플렉스(Grafflex), 조슈아 네이선슨(Joshua Nathanson),오른쪽 최지원 작가의 작품. 

 


수장고까지 갖출 정도면 보유한 작품 수가 상당할 거 같아요. 몇 점 정도 모았나요? 유니크 피스로만 80~90여 점 되는 것 같아요. 판화나 아트 토이는 세기 힘들 정도로 많고요. 


재명 씨는 굉장히 이른 나이에 아트 컬렉팅을 시작했어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아트 컬렉팅의 문턱을 높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작품을 소유한다는 행위를 낯설게 느껴서인 거 같아요. 저의 경우 이모와 이모부가 화가시다 보니 미술품을 돈 주고 사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어요. 다만 학생 때는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 많이 살 수 없었을 뿐이죠(웃음).


부부가 컬렉션을 함께 꾸려가고 있어요. 두 사람의 취향이 어긋날 때는 없나요? (소현) 둘 다 스트리트 아트와 팝아트를 좋아해서 대체적으로 잘 맞아요. 다만 저보다 남편이 취향의 범위가 더 넓어요. 예를 들면 지금 수장고에 있는 데이비드 알트메이드(David Altmejd)의 조각 작품의 구입을 두고 의논할 때도, 저는 ‘너무 그로테스크하지 않나?’라 생각했어요.
(재명) 의견이 엇갈릴 땐 제가 많이 설득해요.
(소현) 설득을 잘 당하는 편인데, 막상 그 작품이 집이나 수장고에 오면 마음에 쏙 드는 경우가 많아요. 앞서 말한 데이비드 알트메이드의 작품도 그렇고 그 앞에 배치한 레베카 아크로이드(Rebecca Ackroyd)의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내부에 설치된 작품들. 왼쪽의 대형 회화와 입체 작품은 메간 루니(Megan Rooney)의 작품, 오른쪽의 작품은 스타니슬라바 코발치코바(Stanislava Kovalcikova)의 작품. 

 


개인이 수장고까지 둔다는 건 쉽지 않은데, 어떤 계기로 마련했는지 궁금해요. 작품을 계속 모으다 보니 집에서 보관하는 데 한계가 왔어요. 어느 순간 구입을 결정할 때 이 작품이 얼마나 좋으냐를 따지기보다 어떻게 보관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공간의 제약 때문에 원하는 작품을 들이지 못하는 게 싫어 수장고를 마련했죠. 


공간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컬렉팅 중인데, 정말 많은 공을 들여 수집한 작품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데이비드 알트메이드의 작품요. 벨기에에 위치한 자비에 후프켄스(Xavier Hufkens) 갤러리를 통해 구입했는데, 사실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의 작품을 사려는 경쟁이 치열하고 그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해본 적이 없어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아트페어를 다니며 몇 번 마주친 정도가 다였죠. 그런데 그곳에서 데이비드 알트메이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에 아트페어에서 명함을 받아둔 갤러리 디렉터에게 진심을 담아 메일을 썼어요. 제가 가진 컬렉션의 리스트를 파일로 보내주며 저에 대해 소개하고 마지막엔 이런 이야기까지 했어요. ‘나는 30대 초반의 컬렉터고 계속해서 컬렉팅을 할 것이기에 긴 시간이 남았다. 물론 내가 평생에 걸쳐 너희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한 금액을 한 번에 사용할 만큼 메가 컬렉터도 많은 걸 안다. 하지만 계속해서 너희 갤러리를 통해 훌륭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좋은 관계를 오랜 시간 만들어가고 싶다’고요. 


어떤 작품은 단순히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네요. 해외 갤러리 중엔 작품 구입 의사를 밝히면 제가 가진 컬렉션의 리스트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처음엔 ‘내 돈 주고 사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이제는 미리 제 컬렉션의 리스트를 파일로 만들어놓고 갤러리에서 요청하면 보내요. 앞서 말한 케이스처럼 정성 들여 메일을 쓰기도 하고요. 

 

 

옥승철 작가의 조각과 코테 에스크리바(Cote Escriva)의 아트 토이. 

 


예술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유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재명)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점이 매력이라 생각해요.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어요. 차별은 소수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지 않을 때 생기죠. 전에는 제가 해당되지 않는 소수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도 아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죠.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입할 땐 작가의 이력이나 삶에 대해 많이 공부해요. 최근 마누엘 솔라노(Manuel Solano)의 작품을 소장했는데, 작가는 논바이너리(non-binary,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예요. 이전에는 한 번도 논바이너리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지만 컬렉팅을 계기로 생각해보게 되었죠. 물론 제가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노력하는 과정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소현) 매일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찬찬히 들여다보며 처음에 보지 못했던 요소를 보기도 하고 감정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죠.  


곧 2세가 태어나죠.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작품이 있을까요? 사이먼 후지와라(Simon Fujiwara)의 곰돌이 푸우를 모티프로한 조각과 앞서 말한 마누엘 솔라노의 회화 작품요. 지금의 푸우는 얼핏 보았을 때 성별이 모호한 것 같지만, 처음 캐릭터 설정을 할 때는 여자였다고 해요. 사이먼 후지와라도 성 소수자인데, 푸우의 모습에서 본인을 발견했고 이를 작업에 투영했죠.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말해주는 작품이지만 푸우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보기에도 예쁘고 편안해요. 마누엘 솔라노는 앞을 보지 못하는 화가예요. 에이즈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었는데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죠. 캔버스에 핀, 끈, 테이프 등으로 윤곽을 표시하고 손으로 이를 만져가며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물감을 칠하는 방식으로요. 처음엔 그저 그림이 예뻐서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이런 스토리가 있더라고요. 눈으로만 세상의 전부를 바라볼 순 없잖아요. 비가시적인 가치가 많은데, 저희 아이가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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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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