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핸드백 대신 작품 사는 MZ세대_이소영 컬렉터

BTS의 RM과 GD 등 아이코닉한 K-Pop 스타들을 비롯해 요즘 MZ세대의 관심은 아트로 집중된다. 옷과 신발, 백을 사는 것보다 작품 한 점을 품에 안을 때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영 컬렉터들을 만났다.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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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제이슨 마틴(Jason Martin), 강동호, 리스 크랄(Lies Kraal), 박경률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걸린 거실의 한쪽 벽 앞에 앉아 있는 이소영.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
이소영 컬렉터

전 세계 상위 아트 컬렉터의 데이터를 보유한 ‘래리스 리스트(Larry’s List)’는 2021년 초 전 세계 40세 미만 아트 컬렉터 150명을 소개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미술 교육인이자 미술 에세이스트, 그리고 미술 유튜버이기도 한 이소영은 이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983년생인 그가 컬렉팅을 시작한 때는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공부하던 스물여섯 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일 처음 산 작품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작품 ‘For the Love of God’의 프린트예요. 대단한 결심 끝에 구입한 건 아니에요. 좋아하고, 열심히 공부한 작가의 작품을 나도 한번 사보자 싶어 덜컥 구입했죠.” 당시 작품 가격은 500만원. 이 돈을 갖고 있다고 한들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명품 가방이나 사치품을 구입하는 게 작품을 사는 것보다 만족스러울 거 같지도 않았고. 손안에 작품이 도달한 후 처음 든 생각은 ‘우와, 신기하다. 작품은 이렇게 사는 거구나,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였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부유한 소수만이 미술품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작품을 살 때 엄청난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때부터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고, 현재 200여 점에 이르게 되었다. 

 

‘수집’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죠. 어떤 작품들이 컬렉션의 주를 이루나요? 특정 취향에 국한되지 않으려고 하지만 더 주의 깊게 살피는 작가군은 있어요. 잊혀진 할머니 작가, 저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1980~90년대생 한국 작가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많이 모아요. 예를 들면 할머니 작가로는 로즈마리 캐스토로(Rosemarie Castoro), 리디아 오쿠무라(Lydia Okumura), 에텔 아드난(Etel Adnan),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 등이 있어요. 젊은 한국 작가로는 박민하, 이은새, 정이지, 이서윤, 박경률, 오희원 작가 등이 떠오르네요.


이들에게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할머니 작가들의 나이는 대개 80~90세 정도예요. 현재는 돌아가신 분도 있고요. 활동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또래 남성 작가보다 저평가된 경우가 많아요. 재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젊은 작가는 저와 같은 시대를 공유하기 때문에 마음이 가요. 이른바 거장들은 대부분 저보다 전 세대 작가들이죠. 물론 그들을 존경하지만, 나와 다른 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작품과 같은 시대를 공유하는 작가의 작품 중 더 많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은 아무래도 후자거든요. 또 미술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성장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에 주목하지 않으면서 국내 미술계가 발전하길 바란다는 건 모순이라 생각하고요. 

 

 

동갑내기 동양화가인 이은실 작가의 작품. 동양화는 서양화에 비해 보관이 어려워 구입을 망설였지만 작품과 작가의 작업 태도에 반해 소장하게 되었다. 2 거실의 코너 한편에는 정이지, 에텔 아드난, 파트리시아 페르난데스(Patricia Fernandez), 파리다 엘 가자르(Farida El Gazzar) 등의 작품이 모여 있다.  3 재작년에 구입한 배혜윰 작가의 작품. 컬렉팅한 작품의 작가가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기쁨을 느낀다.  그가 소장 중인 최하늘 작가의 조각. 현재 리움미술관의 기획전에 대여 중이다. 5 힘들게 손에 넣은 작품으로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작품을 꼽았다. 설치에만 8시간이 걸렸다고. 

 

 

소위 말하는 블루칩 아티스트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겠어요. 맞아요. 주변 선배 컬렉터들은 제게 ‘그렇게 많이 수집했으면 이젠 신진 작가의 작품 몇 점 살 돈을 모아 블루칩 아티스트의 작품을 1점 사라’는 조언도 해요. 한때 그래야 하나 고민도 했는데, 저는 남들이 잘 모르는 좋은 작가의 작품을 직접 찾아내고 모으는 게 재밌더라고요. 또 제가 작품을 사는 행위는 앞날이 기대되는 작가에게 응원을 보내는 방법이기도 해요. 아티스트도 분명 자신의 작품이 팔릴 때마다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고 다시 작업할 에너지를 얻겠죠. 저 역시 그 작가가 다음 전시에서 또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미술계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요.


그런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 작가 중엔 누가 있나요? 최근 갤러리 휘슬에서 개인전을 연 배혜윰 작가가 생각나네요. 재작년쯤 그의 작품을 구매했어요. 2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금호미술관에서 진행한 <2021 금호 영 아티스트 – 2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젊은 모색 2021> 등 굵직한 전시에 참여했죠. 물론 이러한 발전 뒤엔 소속 갤러리 갤러리스트의 노력도 있었고요. 작가와 갤러리스트 모두 저와 나이대가 비슷한데, 또래 친구들과 운명 공동체가 되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작품을 손에 넣는 순간은 컬렉팅의 끝이 아니라 되려 새로운 시작일 수 있겠네요. 그럼 반대로 나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 같은 작품도 있을까요? 사무실에 걸려 있는 이은실 작가의 작품요. 저와 동갑인데, 미술 시장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작업을 해나가요. 제가 몸담고 있는 문화예술계에서 30~40대는 내적 갈등을 크게 겪는 시기라 생각해요. 아직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건 아닌데 능력 있는 신진 인력은 계속해서 올라오거든요. 미술계도 거장의 반열에 오르거나 이제 막 데뷔해 두각을 보이는 어린 작가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죠. 그러다 보니 이 나이대 작가들이 세간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고 작품을 하기 쉽지 않은데, 뚜렷한 가치관을 유지한 채 자신만의 속도로 작업을 계속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특히 같은 나이라서 그 울림이 크게 다가왔어요. 


좋은 작품이라고 무조건 구입할 수는 없죠. ‘이건 사야 해’라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티스트와 제가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다고 판단될 때요. ‘남들은 안 하는 생각인 줄 알았는데, 이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 싶은 작품을 보면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대죠.


스스로가 MZ세대 아트 컬렉터이기도 하고, 주변에 동년배 수집가도 많죠. 이전 세대의 컬렉터와 비교해봤을 때 MZ세대 아트 컬렉터에게 두드러진 특징이 있을까요? 저를 비롯해 주변 MZ세대 수집가를 보면 작가에 대한 미술계와 주변의 평판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더 중시해요. 남들이 뭐라 하건 자신의 마음에 들면 사죠. 모두에게 인기 있는 작품의 대중성보다 나와 취향을 공유하는 소수만 아는 듯한 특별함을 더 선호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컬렉션의 개성이 뚜렷해요. 또 전체 수입에서 미술품 구입에 사용하는 돈의 비중이 이전 세대 컬렉터에 비해 높아요. 매달 혹은 매주 작품을 구입하는 영 컬렉터가 꽤 많아요. 


이제 막 아트 컬렉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재테크 목적으로 접근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컬렉팅하는 경우를 종종 봐요.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얼마에 샀는데, 지금은 얼마나 올랐지?’ 혹은 ‘이 작가의 작품 가격이 오르기 전에 빨리 사야 하는데’ 등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작품을 즐길 여유가 없는 거죠. 하지만 작품의 금전적 가치는 부가적인 것이지 그것이 컬렉팅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 곁에 있는 작품을 충분히 탐구하고, 발견하고, 감탄하고, 느끼고, 향유하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박재현, 사진 제공 이소영(이은실·최하늘·앤 베로니카 얀센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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