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매우 사적인 이청아

배우 이청아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명확한 시선을 지녔다. 사소한 오늘의 행복을 찾고, 지금을 사유하는 기쁨을 안다는 건 이처럼 멋진 일이다.

2021.12.30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브라톱과 볼레로는 알렉산더 왕, 다이아몬드 귀고리와 반지는 모두 불가리, 데님 팬츠는 이자벨 마랑, 부츠는 오프화이트.

 

 

최근 화려한 비즈 드레스에 두 겹의 데님을 매치한 멜론뮤직어워드 의상이 화제였어요. 사실 조금 더 자유로운 바이브를 뽐냈어야 하는데, 옷이 상할까 주머니에 손을 꽂지 못해 아쉬워요(웃음). 요즘은 어떻게 옷을 입어야 편하고 자신감이 채워질지를 살펴요. ‘나다운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입으려는 편이에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셀러브리티> 촬영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태어나 단 한 번도 꽃가마에서 내려본 적 없는 안온한 인생을 산 명문가 영애’라는 캐릭터, 윤시현의 설명이 흥미로워요. 명예와 욕망, 그리고 그것을 두고 갈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요즘은 자신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홍보하면서 사는 시대잖아요. 누구나 셀러브리티가 될 수 있는 요즘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대본을 다 보진 못해서 이 인물이 어떻게 성장할지 저도 기대돼요. 넷플릭스를 좋아하고, 김철규 감독님께서 메가폰을 잡으신다는 점에서 신뢰가 컸어요.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앤디 워홀의 말이 생각나네요.요즘 시대 SNS를 지배한 인플루언서인 셀러브리티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고요. 대본에도 있어요! 그는 훌륭한 작가이지만, 당시 체계화되지 않았던 마케팅의 귀재였다고 생각해요. 그가 만든 팩토리에 모두가 열광하며 합류하고 싶어 했잖아요. 

 

 

꽃 모티프 목걸이는 잉크.

 

 

그렇죠! 김철규 감독님을 신뢰한다고 했는데, 특히 어떤 부분인가요? 드라마 <황진이>부터 최근 <마더>, <악의 꽃>까지 감독님의 작품을 꾸준히 봐왔어요. 뭐랄까, 어려운 주제를 굉장히 서정적으로 풀어내세요. 그래서 꼭 한 번 작품으로 뵙고 싶었어요. <셀러브리티>는 감독님의 전작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에요. 미팅했을 때, 감독님 또한 이번 작품이 도전이란 말씀을 하셔서 무척 설레요. 


작품마다 목표를 세우는 편인가요?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현장에서 즐겁길 바라고요. 맡은 몫을 잘하자고 늘 되뇌죠. 작품마다 해내야 할 것이 조금씩 다른데, 이번에는 ‘여유’인 것 같아요. 부드러운 외유내강 모습이 필요한 역할이에요. 


작품에 들어가면 캐릭터에 맞춰서 일상에서도 변화를 꾀하나요? 드라마 <VIP>의 이현아나<뱀파이어 탐정>의 요나를 촬영할 때는 집에 깨끗한 하이힐을 두고 슬리퍼처럼 신었어요. 평생 하이힐만 신은 친구들인데, 제가 촬영 때만 신으면 걸음걸이나 자세도 달라지니까요. 연기할 때 배우가 놀러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캐릭터에 익숙해지려고 해요.  

 

지금까지 연기한 장면 중에서 가장 많이 봤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하나만 꼽지는 못하겠어요.작품을 모니터하면서 단점을 찾아내기는 해요. 더 좋은 연기를 위해서 분석하는 편이에요. 가끔 유튜브 보는데 며칠 전 <VIP>의 앞부분 동영상이 올라왔어요. 그때 복근이 좋았구나, 새삼 어디로 사라졌나 살펴봤죠(웃음). 

 

 

울 소재의 코트와 니트 치마, 로고 타입의 스타킹과 뮬, 귀고리는 모두 펜디.

 

 

이름을 치면 수많은 글과 영상이 뜨죠. 지나간 시간을 보면 다양한 감정이 올라올 것 같아요. 맞아요. 정말 웃겨요. 잘했다고 생각했던 연기를 2년 뒤에 봤더니 너무나 어설픈 거예요. 그때 왜 잘했다고 생각했나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요. 또 연기를 못했다고 생각해서 절대 들여다보지 않은 작품을 어느 날 봤는데 너무나 예쁜 거예요. 그 시절에는 그 연기가 맞았구나 싶어요. 당시에는 더 대단한 걸 하고 싶었나 봐요. 연기는 주관적이니까,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그 시기에 느낀 것을 진실하게 표현하려 해요.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예상하고 준비한 연기와는 다르게 현장이 흘러갈 때가 있어요. 그때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제가 상상하지 않았던 연기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면 기쁘고 뿌듯해요.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다음 연기를 준비할 정도로요.    


EBS FM 라디오 <이청아의 뮤지엄 에이로그>의 진행을 맡은 지 2년이 다 되어가요. 미술관을 산책하듯 전시와 작품을 읽어주는 형식인데, 제안을 받았을 땐 어떤 마음이었나요? 드디어 돈만 쓰던 취미가 일이 되었다고 좋아했죠. 영화나 책, 공연은 사람들이 서로 감상을 나누며 즐길 수가 있는데, 미술은 주관적인 감상을 나누기 애매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미술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장이 펼쳐지고, 같은 취미를 가진 분들과 그걸 공유하고요. 아주 행복하게 임하고 있어요.  

 

 

크리스털 장식의 원피스와 퍼 부츠는 모두 미우미우.

 


지난해 가을에 다녀온 스위스 <아트바젤>은 어땠나요? 한동안 SNS에 업로드된 사진을 보니 정말 행복해 보였거든요. 꿈 중 하나가 <아트바젤>에서 직접 작품을 보는 거였어요. 팬데믹으로 행사가 가을로 밀렸고, 전 촬영이 없는 데다, 백신을 다 맞은 참이었죠. 시기적으로 완벽했어요. SNS에는 최대한 요약한 행복만 업로드했어요. 너무나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음원으로만 듣다가, 실제 공연에서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발견했을 때 놀라서 눈물이 찔끔 나왔을 정도였으니까요. 도록으로만 본 마를렌 뒤마의 작품을 실제로 보니, 여태 회색이라고 알고 있던 색이 실제로는 빛나는 은색임을 알게 되었을 때도 감동이었죠. 제게 2021년은 안식년이었어요. 작품을 10개월이나 쉰 건 처음이었거든요. 지쳤고, 초조했던 마음을 그곳에서 회복하고 왔어요. 


특별히 미술에 더 끌리는 이유가 있나요? 책과 영화는 스토리가 있고, 음악도 가사나 선율이 있어요. 창작자의 의도가 투영되죠. 그런데 미술은 설명을 보기 전까지, 작품과 저 단둘만의 이야기가 펼쳐져요. 그만큼 상상의 여지가 많아요. 마음이 단단할 때는 거대하고 폭력적인 미술 작품을 봐도 신나지만, 지쳤을 때는 부드럽고 따듯하게 표현된 작품을 보면서 마음을 기대고 싶죠. 같은 작품도 보는 시기에 따라 감상이 달라져요. 미술 작품을 본다는 건 그 순간의 저를 마주하는 거울 같아요. 그때그때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듯, 작품마다 각기 다른 에너지를 줘요. 


꾸준하게 트위터에 기록한 여러 글귀도 기억에 남아요. 제게 트위터는 일종의 메모장이에요.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행복하게 만드는 것, 해야만 하는 것, 지양할 것, 기억할 것. 이런 것들을 자유롭게 적곤 해요.  


철학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훗날 이청아 배우가 쓴 에세이가 책으로 나오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철학을 좋아해서 한동안 철학책만 읽었어요. 어떻게 하면 ‘게으르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반성하길 즐겨요.  

 

 

퍼 장식의 니트 카디건 블루마린, 다아몬드 세팅의 목걸이는 불가리.

 


 “일흔여덟 살에서 돌아온 지금이라면, 나는 무엇을 향해 움직일까?”란 트윗도 썼던데, 물음의 답은 찾았나요? 일흔여덟 살의 반을 나누면 지금의 제 나이가 돼요. 미래에서 과거로 온 나라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을 거예요. 건강한 몸으로 신나게 뛰고 싶을 거고, 고기도 마음껏 씹고 싶고요. 오늘이 제일 예쁘고 젊은 날인데 사진도 찍고 싶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오늘 하루가 너무나 신날 거예요. 마음을 리프레시해줄 수 있는 마법의 주문 같아요.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는 방법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소소한 행복에 귀 기울이는 사람 같았거든요. 드라마 <단짠 오피스>의 도은수처럼요. 스스로 선물을 많이 해요. 일부러 예쁜 찻잔을 꺼내 티를 마시는 것처럼, 하루를 좀 더 멋지게 보낼 수 있는 걸 찾아요. 행복한 하루를 만들려면 내가 선택해야 해요. 상황에 등 떠밀리는 선택이 아니라 그 순간 날 위한 선택을 하죠. 빠르게 판단하는 습관도 생각의 훈련을 요해요. 실행해보고 느껴보고 후회도 하고, 더 나은 방향을 빨리 찾아가죠.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변화라는 건 ‘딱 하나의 선’을 넘어야 하는 행동 같아요. 우리는 늘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길 꿈꾸잖아요. 펜을 손에 쥐고 언제 선을 그을지 엄청나게 고민한단 말이에요. 완벽하게 긋고 싶어서 주저하지만 사실 완벽한 때는 없어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많은 걸 느꼈어요. 미뤄서 해보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걸 크게 깨달았어요. <이청아의 뮤지엄 에이로그>를 진행하며 나눈 김상욱 물리학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 물리학에서는 실패가 헛되거나 슬픈 것이 아니라고 해요. 되려 정답에 가까워지는 훌륭한 시도인 거죠. 가고자 하는 목표만 있다면 실패의 경험도 충분히 귀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2022년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궁금해요. 마구 달리다가 맞이한 안식년이 폭풍처럼 지나갔어요.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전 사람을 사랑하는 낭만주의자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2022년에도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때때로 상처받겠지만 더 많이 마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STYLIST 임지윤 MAKEUP 이숙경  HAIR 김귀애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박소현PHOTO : 고원태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