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글로우 고진희 공동 대표(왼쪽), 고인희 공동 대표. 

에글로우 | 고진희, 고인희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에 진출하며 큰 사랑을 받은 슈즈 브랜드 ‘헬레나&크리스티’를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한 고인희 대표는 2년여 전 브랜드를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마침 20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언니 고진희와 많은 시간을 보낸 그는 올 초 두 사람이 함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지 고심한 끝에 슈즈 브랜드 ‘에글로우(egglow)’를 론칭하게 되었다. 외모부터 스타일, 취향까지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핵심적인 사항에서는 유독 교집합을 이룬다는 두 사람은 트렌디하면서도 편안한 에글로우 슈즈를 출시하며 자매만의 돈독한 파트너십을 발휘하고 있다. 

고인희 대표 하면 아직 헬레나&크리스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에글로우 슈즈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고인희) 10년 동안 한 브랜드를 이끈 것은 보람 있는 경험이었고 신발 사업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알 수 있게 되었다. 헬레나&크리스티가 신발 자체의 디자인, 조형성에 중점을 둔 글래머&트위스트 콘셉트라면, 에글로우는 현재 유행하는 것을 반영하면서도 신기 편안한 신발을 만드는 트렌디&데일리 콘셉트를 추구한다. 

10년 동안 신발 브랜드를 운영했다면 다른 분야를 시도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겠다. (고인희) 우리가 나아가려는 방향이 신발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언니가 트렌드에 민감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 보니 이런저런 방향을 모색했는데 결국 스타일의 완성은 신발이지 않나. ‘우리 스타일은 이것’이라고 강조하기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스타일에 맞춰 누구나 멋지고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는 신발 디자인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에글로우라는 브랜드명은 고진희 대표가 지었다고 들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고진희) ‘Every Girl is Glow’에서 따온 이름이다. 문법상으로 딱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여자들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멋진 신발을 신고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만든 이름이다. 

1 패션 피플에게 인기를 모은 ‘지니슬라이드 스터드’. 2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이니로퍼 블랙’. 3 감각적인 디자인의 ‘이니로퍼 콤비’.

패션 업계에서 종사하지 않은 고진희 대표가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것도 인상적이다. (고진희) 어려서부터 옷과 신발, 가방에 관심이 높고 쇼핑도 많이 했다. 이사할 때마다 빼곡한 드레싱룸과 신발장을 정리하는 것은 전문가도 못하고, 나만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니까(웃음). 동생이 특정 분야와 스타일에 집중하는 편이라면 나는 백화점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두루 살펴보며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는 타입이다. 이런 패션이 주목받고 있으니 우리의 신발도 이런 방향으로 가자고 의견을 제시하면 동생은 그걸 구체화해 어떻게 제작할지,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부분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홈페이지를 보면 두 사람이 직접 신발의 무게를 달아 공개하는 영상도 있다. (고진희) 이런 거 한번 해볼까 하고 생각난 김에 찍어서 제대로 편집도 안 하고 올렸는데, 재미있게 봐주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보통 패션 브랜드에서 나오는 신발은 아름다운 디자인에 혹하지만 발이 편하지 않아 몇 번 신지 못하고 보관만 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러했던 터라 동생에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게 되었다. 잘 갖춰진 차림부터 캐주얼한 복장까지 두루 어울릴 수 있는 아름답고 편안한 슈즈를 만들고 싶다. 

사업을 진행한 속도가 남다르게 빠르다. 두 사람의 합이 유독 잘 맞아서 가능했던 건가?  (고인희) 올 초에 언니가 처음 이야기를 꺼냈는데, 디자인과 제작, 온라인 판매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성격이나 취향이 많이 다른 편인데도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이 있고, 그걸 해결하는 방식에 망설임이 없다. 사업 초기니까 별도의 역할 분담 없이 소재 개발부터 디자인, 제조 모두 두 사람이 직접 참여한다. 유통 과정을 생략해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지금은 SNS 등 온라인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데 집중한 다음 차츰 오프라인 매장도 시도해볼 계획이다. 

로퍼와 슬라이더 두 가지 타입의 제품으로 브랜드를 론칭했다. (고인희) 신발 하나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스타일링에 집중해 2가지 디자인의 5가지 모델 모두 고른 인기를 얻었다. 오늘 입은 룩, 요즘 유행하는 옷에는 어떤 슈즈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올겨울 신제품은 화이트, 그린 등 밝은 컬러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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