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작품 속에서 찾은 삶의 태도

근현대 여성 미술가 열다섯 명의 작품과 생애를 담은 책 <여자의 미술관>. 그들의 작품과 생애를 좇다 보면 이들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자기다움을 완성했는지 발견하게 된다.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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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예술의 효용 가치가 무엇일까? 지식을 늘려주는 것도 아니고,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없는 시간을 쪼개어 미술관에 가거나, 혹은 어렵게 모은 목돈을 헐어 그림을 사기도 한다. 성급한 이라면 사치스러운 취향 정도로 치부할 법도 하다. 그러나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넓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주목한다면, 울림은 더욱 깊어진다. 삶을 뒤흔들 만큼. 


이 책은 근현대 여성 미술가 열다섯 명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작가와 그의 작품을 모아놓은 대부분의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예술가의 생애를 들려주며 작품을 설명한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의 부제는 ‘자기다움을 완성한 근현대 여성 미술가들’이다. 포인트는 작품의 뒷이야기에 있지 않다. 그들이 예술을 통해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삶을 살아갔는가. 저자는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말한다. “평소에 작품을 분석할 때, 미술가의 개인적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특히 여성 작가의 경우, 작품과는 별로 관련 없는 개인사들이 평론에 사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에 더욱 경계하고는 해요.”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저어함을 내려놓는다.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거나 자신의 삶을 치유해간 이야기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는 작품만큼이나 독특한 삶으로 유명한 작가다. 저자는 그를 ‘고통의 아이콘’이라고 말한다. 골반기형을 가지고 태어나서 열아홉에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간절히 원했던 아이를 유산하고 사경을 헤매는 사이 남편과 동생이 불륜을 저지르는 등 그의 고통의 역사는 길고도 끔찍하다. 뒤집어 말하면 그의 인생은 고통을 극복해온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낱낱이 그림으로 남겼다. 저자는 말한다. “그의 그림은 자신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어요. 그 삶을 다루지 않고서는 프리다의 그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숨기고 싶을 수도 있는 자기 이야기 모두를 작품에 온전히 쏟아부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프리다의 그림은 프리다의 인생 자체가 되지요.”


쿠사마 야요이도 자신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본 작가다. 그는 어릴 때부터 환각 증세에 시달렸는데, 자신의 병인 ‘이인증’을 매일 반복해서 재생산하며 작품화한다. 그는 “병을 다스리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 작품을 만드는 일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정신 질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쿠사마 야요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작품이 매일 크고 작은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니키 드 생팔은 작품을 그리면서 자신의 고통을 치유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오브제를 붙인 나무판자 위에 물감 주머니를 매달고 실제 총으로 사격해서 물감 주머니를 터트려 작업한 ‘사격회화’ 시리즈는 그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억압한 모든 것에서 그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그는 “‘사격회화’를 했던 2년 동안 나는 단 하루도 아프지 않았다. 그것은 내게 훌륭한 치료였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자신의 고통을 극복한 이가 다다를 수 있는 한 경지를 그는 보여준다. 


조지아 오키프, 오노 요코, 루이즈 부르주아, 정찬영…. 저자는 그들의 삶을 더듬어보며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지켜야 할 태도를 발견한다. 꼭 예술이 아니어도 괜찮겠지만 예술이어서 더 좋은. 그러니 예술이 효용 가치가 없다는 말은 접어넣을 일이다. 삶 전체가 그 안에 있다.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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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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