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일 년의 동면, 그리고의 삶

오테사 모시페그의 소설 <내 휴식과 이완의 해>의 주인공은 공허한 삶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동면을 택한다. 고단한 삶 속 휴식과 이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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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고달플 때마다 아름다웠다면, 똑똑했다면, 돈이 많았다면 좀 더 삶이 수월했을 텐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아름답고 날씬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 얼마나 쉽게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지는 경험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시험과 경쟁으로 점철된 사회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힘들이지 않고 차례차례 정상을 차지하는 것은 누구나 볼 수 있다. 돈이 많다면… 말해 뭣하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어느 조건도 충족되지 않아 매일 애쓰며 무거운 삶을 밀고 나간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름답고 똑똑하고 돈이 많다. 어머니에게는 아름다운 미모를 물려받았고, 아버지에게는 과학자의 두뇌를 물려받았다. 
거기에 더해 두 분에게 많은 돈까지 물려받았다. 명문대에 쉽게 합격했고, 딱히 취직할 생각도 없었지만 뉴욕의 갤러리에 면접 보러 간 자리에서 채용되었다. 어려운 일을 할 필요도 없었다. 힙한 장식물처럼 앉아서 ‘누가 질문해도 잘 모르는 척하라는 지시’만 충실히 따르면 되는 일이다. 시골에는 돌아가신 부모님 소유의 집이 아직 남아 있고, 뉴욕의 고급 아파트는 현금으로 샀다. 월급이 적어도 상관없다. 일해서 버는 돈은 주인공에게 그야말로 푼돈이다. 


그러니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주인공의 고뇌가 사치스럽다. 아름다운 몸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유일하게 챙겨주는 친구를 경멸하고, 깨어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야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거짓말을 늘어놓고 신경정신과 약물을 챙기다니. 오랫동안 잠들었다 깨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기대하며 온갖 종류의 약물을 섞어 먹고 커피와 술을 들이붓는다. 그러다 직장에서 잘리지만 주인공에게는 딱히 시련이랄 수도 없다. 간간이 친구가 찾아와 잔소리하는 게 짜증 날 뿐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독백이 이어지면서 천혜의 삼단 조건 너머, 공허한 삶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난다. 집 안에서도 가족과 남처럼 지내며 소파에서 잠들던 존재감 없는 아버지. 덜컥 임신한 탓에 떠밀려 한 결혼으로 인생을 망치고, 술과 약물에 절어 결국 제 발로 파국으로 걸어 들어간 이기적인 어머니. 세련된 외모와 사회적 지위를 가졌지만 비열하고 인정머리 없는 남자.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질투가 전부인 친구. 의미도 보람도 찾을 수 없는 직업. 그 속에서 주인공은 살기 위한 자구책을 찾아낸다. ‘동면’은 주인공 찾아낸 기이한 방법이다. 


주인공은 말한다. “내가 자살을 하려 했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그건 자살과 정반대였다. 나의 동면은 자기 보존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 생명을 구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럴까? 아니 그전에, 가능하기는 한 걸까? 인간은 원래 동면하는 동물이 아니고, 인간이 만들어낸 약은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깨어날 때마다 잠결에 저지른 일을 다급히 수습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심하고 답답하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말대로 “비호감 여자 주인공 가문에 탄생한 신랄하고 웃기고 어두운 새 식구”에게 호감을 주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주인공이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호기심은 점점 더 성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바뀐다. 


문제는 잠이 아니다. 휴식과 이완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푹 쉬고 깊이 잘 수만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는 바람은 혹사당하는 우리 모두의 공통 소원이지만, 그러한 휴식과 이완이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에까지는 생각이 가 닿지 않기 십상이다. 주인공은 그러한 우리를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까.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면, 분명 보일 것이다.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등으로 국내 문학계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김금희 작가의 첫 산문집. 등단한 지 11년 만이다. 바다 내음 나는 작가의 유년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때론 흘러갔고, 때론 견뎌냈던 지난날을 특유의 내밀한 목소리로 담아냈다.
저자 김금희
펴낸 곳 문학동네

 

떠도는 땅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받은 김숨 작가의 새로운 장편 소설. 인간 존엄의 역사를 문학으로 복원해온 그는 이번 소설 속에 고려인의 150년 역사를 담아냈다. 격월간 문학 잡지 <Axt>에 2년 6개월 동안 연재한 작품으로 구상부터 탈고까지 총 4년의 시간을 들였다. 
저자 김숨
펴낸 곳 은행나무

 

 

 

 

더네이버, 북, 내 휴식과 이완의 해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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