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할랄 뷰티에 대하여

신이 허용한 화장품은 대체 무엇일까?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 할랄 뷰티에 대하여.

202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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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세계
인정한다. 내가 이슬람교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음을 말이다. 이 거부감은 전 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9·11 테러 사건 직후에 생겨났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마주친 건 맥없이 쓰러지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였다. 한순간에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린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에서 벌어진 수많은 분쟁과 전쟁은 이슬람에 대한 특정 이미지를 심기에 충분했고, 무장단체 ISIS의 등장으로 정점을 찍었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슬람에 대한 공포증, 일명 이슬람포비아를 품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7세기,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예언자 무함마드가 절대자의 계시를 받으면서 시작된 이슬람교. 이슬람교도들은 이 절대자, 즉 알라를 섬긴다. 그들의 가치 판단의 기준은 알라이며, 신이 허용해주는 기준에 맞는 행동을 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입해 사용한다. 대중적인 사상이 아닌 종교적인 가치관으로 삶을 영위하는 이슬람교도. 그들의 수는 전 세계 인구의 25%에 육박한다. 이쯤 되면 그들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자 수가 많은 기독교의 뒤를 잇는 종교가 바로 이슬람이다. 기독교, 불교와 함께 세계 3대 종교에 속하는 이슬람교는 신자 수가 2번째로 많은 종교인 동시에 신자 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종교다. 실제로 이슬람 국가는 여성 1인당 3.1명의 높은 출산율을 보이며 모태 신앙으로 태어나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신생아 수가 많을뿐더러, 이슬람교로 개종하는 인구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중동 지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이슬람교 인구수는 현재 16억 명에 달하며, 2022년에 이르면 19억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인구의 3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를 찾는 무슬림(Muslim, 이슬람교도)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잠시 주춤한 사이, 중동 지역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한 해 약 120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것. 이들 모두가 무슬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무슬림의 한국 방문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요즘은 길거리에서 히잡을 쓴 여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포스트 유커(중국인 관광객)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들이 시장의 판도를 바꿔가고 있다는 뜻이다.


길을 가다 우연히 화장품을 구입하는 무슬림을 본 적이 있다. 히잡을 두른 모습이 생소하기도 하고, 화장품을 구입하는 모습 또한 굉장히 낯설어 한동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들은 히잡 아래로 화려한 메이크업이 보였고, 살짝 드러난 히잡 안 의상은 고가의 명품이었다. 쇼핑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이슬람포비아에 사로잡혀 있던 오랜 생각이 흔들렸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그들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가치관이 말이다.

 

 

 

소비의 기준, 할랄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도 우리는 다양한 기준을 적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은 계속 변한다.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이 소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비를 통해 개인의 기호를 충족시키고,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자신의 모습을 구축해 나가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인식이 굳혀지고 있다. 하지만 무슬림의 경우는 이와 많이 다르다. 이들에게 소비란 종교적인 행위다. 이들은 종교적인 기준에 의해 물건을 구입하고 사용한다. 그 기준은 바로 할랄(Halal). 이슬람법에 허용된 항목을 의미하는 할랄은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의미로서 주로 이슬람법상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범위가 최근 음식뿐 아니라 의약품과 화장품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모든 것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할랄은 돼지고기와 동물의 피, 부적절하게 도축된 동물, 알코올성 음료와 취하게 하는 모든 음식, 육식 동물과 맹금류,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품목이 함유된 모든 가공식품을 금한다. 이슬람교의 일원으로서, 종교적 행위를 소비 패턴에도 적용한다는 것이 바로 할랄의 핵심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세계는 이미 할랄이 새로운 레퍼런스로 등장했다. 중동 국가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무슬림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그들의 소득 수준도 올라가고 있다. 특히 유로모니터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0세 미만의 젊은 이가 주로 중동이나 아프리카, 인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무슬림 인구가 급증하고, 구매력이 상승하며, 주요 소비 타깃층인 30대 무슬림 비중이 커지면서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패션, 뷰티에 이르기까지 할랄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할랄은 식품에서 가장 엄격하게 작용한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따르면 무슬림은 알코올 및 돼지고기, 동물의 피로 만든 음식 섭취가 금지되어 있다. 가축을 도살할 때도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기도문을 외워야 하며, 가축에 전기 충격과 같은 물리적 충격을 가하지 않고 경동맥을 단칼에 끊어 고통 없이 죽은 고기만 섭취해야 한다. 조리 설비와 식기 또한 할랄 기준에 맞아야 하며, 도축하고 요리하는 사람은 반드시 무슬림이어야 한다. 이처럼 위생적으로 도축, 가공, 유통되기 때문에 구제역이나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 할랄 식품은 비무슬림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와 함께 세계적 체인인 ‘할랄가이즈’를 비롯해 할랄 식품 브랜드의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도 할랄 패션 아이템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KNY는 이미 2014년 라마단 기간에 맞춰 쿠웨이트 출신 디자이너가 선보인 ‘라마단 라인’으로 할랄 패션에 발을 들였으며, 돌체앤가바나, 망고, 타미 힐피거 등 여러 패션 브랜드가 이 움직임에 가세했다. 유니클로 또한 무슬림 여성을 위한 라인을 출시했으며, H&M은 히잡을 쓴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패션 업계의 할랄 열풍에 힘입어, 히잡과 패셔니스타를 결합한 ‘히자비스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할랄과 뷰티
최근 할랄 열풍이 가장 거세게 부는 곳은 바로 뷰티 업계. 이곳에도 히자비스타는 존재한다. 몸속에 흡수되는 식품과 같이 화장품 역시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할랄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무슬림들. 그들이 차지하는 영역이 커지면서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4번째 글로벌 마켓으로 할랄 뷰티가 떠올랐다. 그런데 할랄 뷰티 시장에 진입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화장품에서 콜라겐과 알코올, 오일 성분을 배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할랄 기준에 따라 할랄 화장품에는 젤라틴이나 동물성 콜라겐, 동물성 오일 등은 물론이고 알코올도 함유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살충제, 발효 과정을 통해 얻은 성분도 제외해야 한다. 환경 오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친환경 가공법을 사용하고, 동물 실험을 금지하는 등 제품 하나 만드는 데 적용되는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으로 인해 최근 비건 코즈메틱이나 유기농 화장품을 찾는 비무슬림 사이에서 할랄 뷰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감지한 국내외 뷰티 브랜드가 할랄 뷰티에 진입하려는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영국 시장 조사 기관인 ‘테크 나비오(Tech Navio)’ 조사 결과, 2022년에 이르면 할랄 화장품의 영향으로 뷰티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해 약 500억 유로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3%를 넘어간다. 이처럼 점차 커져가는 할랄 뷰티 시장,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데에 가장 큰 장애는 바로 할랄 인증이다. 할랄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할랄 인증이 필수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300여 가지의 할랄 인증 기구가 있는데, 이들 인증이 모든 무슬림 국가에 통용되는 건 아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신력을 인정받는 세계 3대 할랄 인증으로는 말레이시아의 자킴(JAKIM), 인도네시아의 무이(MUI), 싱가포르의 무이스(MUIS)가 있다.

 

 

 

K-뷰티와 할랄의 만남
글로벌 뷰티 기업들은 이미 할랄 화장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다국적 기업은 이미 할랄 뷰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존슨앤존슨은 할랄 보디 제품을, 유니레버는 치약으로 무슬림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로레알 그룹은 할랄 뷰티의 선두주자로 동남아시아 무슬림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동남아시아 할랄 인증을 받은 공장을 운영하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에스티로더 그룹과 시세이도 그룹 역시 할랄 뷰티 제품을 선보이며 이쪽 분야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러쉬는 동물성 성분을 제외하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소개하며 할랄 뷰티에 발을 들여놨다. 지난해 3월, 달걀을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기존 제품의 포뮬러를 변경해 재출시한 디 플러프라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 뷰티 브랜드 역시 할랄 뷰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그룹은 바로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자체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은 이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아랍권 7개국에 매장을 80여 개 이상 운영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중동 6개국에 진출한 바 있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와 빌리프는 말레이시아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식물 성분을 주로 사용하는 LG생활건강의 주요 브랜드들이 할랄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무슬림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보다 전문적인 접근으로 할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2016년 이니스프리가 중동 지역에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3가지나 출시했고, 해당 제품 생산을 위해 공장 일부 라인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을 정도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다른 브랜드에 할랄 인증 제품을 확장하려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은 콜라겐, 글리세린 등의 동물성 소재를 화장품에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전용 생산 시설 구축이 필요한 할랄 화장품을 빠르게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해외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국내 ODM(제조자 개발 생산) 브랜드들은 일찍이 할랄 뷰티 업계에 진출할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제품 생산을 도맡아 하고 있는 코스맥스는 이미 무슬림 국가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인도네시아의 현지 할랄 인증 기관인 무이(MUI)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 한국콜마 역시 말레이시아 현지 할랄 인증 기관인 자킴(JAKIM)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고 관련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슬람교 교리를 따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 방식, 할랄. 그들만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먼저 할랄, 그 엄격한 기준에 맞추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게 아무리 까다롭더라도 말이다. 새롭게 알게 된 이슬람, 그들이 사는 세상이 앞으로도 계속 궁금할 것 같다.    

 


 

(왼쪽부터) CLARINS 알코올을 담지 않은 미스트형 토너. 무화과 추출물과 아세로라 씨앗 추출물이 피부 톤을 환하게 밝혀준다. 마이 클라랑스 리-프레시 하이드레이팅 뷰티 미스트 100ml 2만9000원. LUSH 피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셰이빙 솝. 달걀 성분을 배제하고 이집트산 콩가루와 두부, 콩 요구르트, 밀 글루텐으로 대체해 담았다. 디'플러프 150g 3만2000원. LEEYOUNGAE COSMETICS 할랄 인증인 KOSHER를 획득한 100% 순식물성 무방부제 화장품. 피부 장벽을 강화해 탄력을 개선해준다. 크림올 50ml 12만5000원.
Model 김도영, 소유진 Hair 최은영 Makeup 서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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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주혜PHOTO : 이담비(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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