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1세기 클래식

클래식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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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한 지인은 클래식을 종교처럼 신봉했다. 진주 귀고리에 트위드 재킷, 잘 재단한 투버튼 재킷과 주름 치마를 교복처럼 입고 다녔고, 샤넬의 2.55백과 까르띠에의 탱크 시계, 지금은 단종된 둥그스름한 앞코의 구찌 홀스빗 로퍼는 그녀의 페르소나였다. 몇 년 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오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날렵한 라스트의 홀스빗 로퍼를 세상에 내놓았을 땐 ‘진짜 클래식’이 아니라며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과연 그녀가 말하는 클래식이란 무엇일까? 물론 앞서 언급한 그녀의 룩과 아이템을 포함해 펜디의 바게트백이나 버버리의 트렌치코트, 페라가모의 바라 슈즈 등은 모두 클래식이라는 수식이 뒤따르는 아이템이며 클래식이라는 카테고리를 장기 집권 중인 것이 맞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유연해지면서 클래식을 대하는 태도 역시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계를 정해놓고 테두리 밖으로 나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건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모순적인 보수성일지도 모른다. 요즘 사람들이 일컫는 클래식이란 무엇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과거에서 물려받은 유산을 좀 더 젊고 세련되게 해석하는 것, 진부하지 않되 품위가 있는 것, 자꾸 뭘 보태려는 식보다는 더는 덜어낼 것이 없는 것. 그것이 요즘의 클래식이란 생각에 다다랐다. 


지금 보테가 베네타의 컬렉션을 살펴보면 위의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킨 듯 보인다. 장인 정신과 헤리티지, 이 두 가지 정신은 보테가 베네타에서 가장 중히 여기는 요소다. 과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니얼 리는 이 철옹성 같은 클래식 브랜드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했고, 그의 여성복만을 보아왔기에 컬렉션 전체를 어떻게 꾸릴지 우려를 가진 채 지켜봤다.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보테가 베네타의 2019 프리폴 컬렉션, 그야말로 팡파르가 터졌다. 브랜드의 본령인 인테르치아토 기법을 개량해 전혀 다르지만, 그렇다고 브랜드의 본질은 지우지 않은 채 새로운 시선으로 컬렉션을 창조해냈다. 이 단 한 번의 컬렉션으로 대니얼 리는 인스타그램에 ‘뉴보테가’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채 모든 피드를 점령했다. 뒤이어 나온 F/W 컬렉션과 얼마 전 발표한 2020 S/S 컬렉션까지, 사람들이 원하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듯 동시대적이면서 클래식의 한 조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면면을 기막히게 선보였다.  

 

 


셀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셀린을 완성한 피비 파일로는 셀린 그 자체이자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고, 현대의 클래식을 확증했다. 그녀가 떠난 지금도 여전히 ‘올드 셀린’이라 불리며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 자리를 메울 후임에게 아마 납덩이 같은 압박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에디 슬리먼이 공개한 새로운 셀린은 앞으로의 방향을 밝히는 일종의 선언문 같았다. 그의 장기인 빈티지와 웨스턴 테마를 셀린 고유의 색과 접목해 클래식의 새로운 문을 연 것이다. 


리카르도 티시의 버버리도 빼놓을 수 없다. 버버리는 참으로 클래식했고,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무려 17년 동안 일군 일종의 왕국이었으니 그의 후광을 쉽게 떨쳐내기는 힘들었을 터. 티시는 본인의 급진적인 색을 온전히 드러내기보다는 먼저 브랜드의 아카이브와 DNA를 차분히 살피며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선로를 택했다. 클래식한 타탄체크와 모노그램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하고 상징적인 체크 패턴을 은밀하게 바꿨으며, 창립자 토머스 버버리의 이니셜 T와 B를 조합해 만든 새 로고는 그의 버버리를 암시했다. 이로써 클래식의 대명사격인 버버리는 새로운 클래식으로 재정립되었다. 
이 밖에도 차분하고 모던한 의상을 추구하는 메리 케이트 올슨과 애슐리 올슨 자매의 더로우, 일상적이지만 자연스러운 우아함과 동양적인 실루엣을 결합한 르메르, 고급스럽고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며 클래식의 영원 불멸을 외치는 가브리엘라 허스트 등 클래식의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조형해가는 주인공은 꽤 많다. 


이처럼 클래식의 조건은 브랜드 아카이브와 과거의 영광과 별개임이 분명하다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이 달라도 ‘고전적이고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사전적 정의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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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홍혜선PHOTO :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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