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프랑스 예술의 낭만

마젠타를 이끄는 공간 디자이너 권순복 대표는 프랑스 예술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요즘 대중의 미니멀한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긴 시간 구축해온 그녀의 프렌치 감성을 따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이 또한 하나의 스타일이다.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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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소월길의 비탈진 골목에 자리한 마젠타 쇼룸은 파리의 어느 티룸을 연상케 한다. 스피커에서는 샹송이 흘러나오고, 키가 높은 AV 장에 놓인 스크린에서는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가 상영되고 있다. 천장과 벽, 커다란 문에 양각으로 새긴 문양을 비롯해 화려한 시대를 거쳐온 가구와 디자인 소품이 한눈에도 프랑스 예술 사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특별한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과하지 않다. 마젠타의 권순복 대표는 로코코 양식에서 차용한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고 모던하게 재해석해 공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다. 직선보다 곡선이 많은 로코코 스타일을 그대로 사용하면 자칫 화려한 웨딩홀처럼 보일 수 있다. 사람이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은 그보다 편안해야 한다. 최대한 심플하게, 덜어낼 것을 덜어내고 현재에 맞게끔 작업을 한다. 마젠타가 추구하는 스타일 키워드는 바로 모던 프렌치다.

 

 

 

프랑스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 잔. 2 나무로 제작된 루이 비통의 모자 케이스. 3 샤넬 에나멜 파우치 백. 4 지미추의 뮬.

 

인스타그램에서 ‘#마젠타스럽게’라는 해시태그를 자주 봤습니다. ‘마젠타’라는 사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2002년 파리 메종&오브제를 관람했어요. 지금처럼 한국에서 참석하는 디자이너들이 별로 없던 때였어요. 마젠타가 무척 파워풀하잖아요. 마젠타를 이용한 그들의 디스플레이가 가슴에 크게 와닿았죠. 핑크가 페미닌한 성격의 컬러라면, 마젠타는 어떤 색을 매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내요. 블랙을 만나면 무척 시크해지는 것처럼요. 프렌치의 여성성과 모던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간을 목표로 마젠타를 회사 이름으로 삼았어요. 


쇼룸이 특별해요. 통창으로 빛이 들어와 더 로맨틱하게 느껴지네요.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해주세요. 이곳은 프티 트리아농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공간이에요. 베르사유 궁전의 별궁인 트리아농은 본래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을 위해 설계되었죠. 정작 이곳에서 생활한 이는 답답한 궁전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 한 마담 앙투아네트였지만.


로코코 양식에서 차용한 스타일이라고 해도 문에 양각으로 새긴 장식의 도안이 심플해요. 트리아농은 신고전주의 건축물이에요. 로코코 건축보다는 절제미가 있죠. 로코코의 곡선은 자연에서 가져온 것들이잖아요. 로코코 시대의 옛 문양 그대로 사용하면,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무척 부담스러울 거예요. 트리아농을 모티프로 최대한 절제해서 모던하게 풀어내려고 구상했어요.  


프랑스 특유의 화려한 예술 사조에 심취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럽 어느 국가를 여행해도 프랑스만큼 영감을 주는 도시가 없었어요. 저는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유행했던 북유럽 스타일에 별 흥미를 못 느꼈죠. 파리는 예술적 측면에서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한 것들로 가득해요. 가구만 하더라도, 현재까지 과거에 사용한 방식 그대로 제작되거든요. 형태가 왜 이런지, 여기에 왜 이 원단을 사용했는지, 문양은 어디에서 착안한 것인지 계속되는 질문에 프랑스 디자인 역사를 들여다보고 공부하게 돼요. 

 

5 에르메스 스카프. 6 루이 비통 숄더백. 7 파리에 부티크를 둔 엑스 니히로의 퍼퓸. 8 프랑스 아티스트 프룬 누리(Prune Nourry)와 사진가 JR의 협업으로 탄생한 베르나르도의 플레이트. 9 롤모델인 공간 디자이너 앙드레 퓌망(Andree Putman)의 서적. 


평소 입는 옷 스타일 또한 공간 스타일과 상통하는 듯한데, 애정하는 패션 브랜드가 있나요?
샤넬, 루이 비통, 크리스찬 디올, 이브생로랑, 랑방 등의 옷을 고르는 편이에요. 슈즈는 지미추, 마놀로 블라닉 등을 자주 신고요. 


현재 입고 있는 옷 스타일도 독특해요. 맞춤 제작한 옷이에요. 예술의전당에 입점한 무대복 전문 뒤샤(Dusha) 아틀리에에서 제작했어요. 제 몸에 맞게 네크라인 안쪽으로 고무줄 처리를 해서 겉으로는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를 띠면서도 활동은 자유롭죠. 퍼블리카 아틀리에에서도 겨울 코트, 레트로 스타일의 드레스를 의뢰해 입어요.


케이프를 한 옷차림이 눈에 띄어요. 케이프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목에만 하는 케이프를 직접 만들었어요. 코트 속에 항상 블라우스를 입는 것은 아니니까, 목에 스카프를 두르듯 핸드백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제작했죠. 그러다가 어깨에 두르는 케이프를 시도해봤죠. 슬리브리스를 입으면 드러나는 팔의 군살을 케이프가 가려줘요. 한여름에는 카디건을 입는 것보다 케이프가 훨씬 시원하죠. 예쁘고 실용적이어서 하나둘 만들기 시작했어요.


절대 입지 않는 아이템이 있다면?
음… 배기팬츠는 입어본 적이 없네요. 또 신발장에 운동화가 없어요. 저는 현장에 가도 운동화를 신지 않거든요. 누군가 갑자기 등산을 가자고 하면 나서기가 힘들죠(웃음).


파리를 자주 가는데, 항상 들르는 패션 숍이 있나요?
패션 숍보다 생토노레에 있는 향수 부티크 엑스 니히로(EX NIHILO)에 매번 가요. 국내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니치 퍼퓸 브랜드예요. 균형 잡힌 향이 마지막까지도 섬세하게 느껴져요. 쇼핑보다는, 짧은 일정이라도 공연을 챙겨 보려고 애써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공연 프로그램을 살피죠. 밀라노 라스칼라에서 정명훈 지휘 공연을 보기도 했는데 최근 서울에서 공연하셔서 챙겨 봤죠.  


공간 디자이너로서 특별한 인상을 받은 호텔이나 레스토랑이 있었나요?
파리에서 유일하게 성을 개조해 만든 샤토 호텔 세인트 제임스 파리라든지, 부르봉 왕가의 유산인 클레옹 같은 곳요. 두 곳 모두 호텔이기 전에 역사적으로 특별한 장소예요. 


최근 전통 한옥에서 개인 사진 촬영을 진행한 이유가 있나요?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그들에게 동양 문화란 중국과 일본으로 대변되죠. 사실 백자가 아름답지만, 그 단아하고 은근한 미학을 단시간에 알리기 어렵잖아요. 담양 소쇄원이나 성북동 성락원 같은 문화유산에서 프랑스 여자가 한국의 고궁에 놀러 온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고종 황제가 만국박람회 때 프랑스에 들고 간 유물이 아직까지 파리 박물관에 있는데, 언젠가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전시회를 진행하고 싶어요. 

 

 

 

 

 

더네이버, 인터뷰, 권순복 대표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김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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