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조커의 탄생

설명 불가능한 미치광이 조커가 ‘왜 미쳤는지’, 그의 근원을 찾아 나선다는 건 조커의 신화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영화 <조커>는 이 위험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한다. 마치 조커처럼.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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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영화제는 토드 필립스가 연출하고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한 <조커>에 8분간의 기립 박수와 함께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코믹북 영화로는 최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카드 게임에서 조커가 게임의 룰을 어지럽히는 혼돈의 존재이듯, <조커>는 지금껏 코믹북 영화가 지켜온 게임의 룰을 벗어던진다. 1억 달러를 훌쩍 넘는 마블 영화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5000만 달러 제작비에, 흥행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R등급(한국의 ‘청소년 관람 불가’)에 맞춰 기획, 제작되었으며, 심지어 단 한 컷도 CG를 사용하지 않고 영화를 완성했다. 정말이지 ‘조커’에 어울리는 제작 방식이지 않은가. 

 


DC코믹스의 간판인 배트맨과 대결하는 안티히어로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이제 조커는 배트맨을 넘어서는 신화적 존재가 되었다. 그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한 인물, 그것이 바로 조커다. <조커>는 그런 조커의 탄생 신화다.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코미디언이 되기를 꿈꾸지만, 누군가를 웃기기보다 비웃음을 사기 일쑤다. 짝사랑하던 싱글맘 소피 두몬드(재지 비츠)의 외면과 토크쇼 진행자인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의 무시와 조롱이 겹치면서, 아서 플렉은 자신이 맨정신으로는 도무지 버틸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서 플렉은 자신을 짓밟는 세상보다 더 미친 광인이 됨으로써 이 미친 세상을 돌파하려 한다. 


토드 필립스는 코믹북 영화가 곧잘 집착하는 화려한 스펙터클 대신에 조커가 되어가는 아서 플렉의 황폐화된 내면과 광기 어린 몸짓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토드 필립스가 “코믹북의 내용이 아닌 우리만의 조커를 만들고, 그 인물에 주목하는 영화”라고 <조커>를 소개하듯이, <조커>는 코믹북이 아닌 영화를 위해 완전히 재창조된 오리지널 스토리를 통해 ‘조커의 기원’을 탐색한다. 코미디언을 꿈꾸던 아서 플렉이 미치광이 조커로 돌변하게 된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혼돈 그 자체인 조커의 신화를 훼손할 위험을 동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절대 악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던 까닭은 그의 행동에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악행에서 더 큰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법이고, 조커는 인간의 그러한 심리를 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그 위험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호아킨 피닉스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조커>는 그 기원을 향해 가면서도 “심리학자조차 규정할 수 없는 인물”로 조커를 그려냄으로써 그 위험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조커>가 제아무리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완성된 영화라 할지라도, 자신의 뿌리인 <배트맨>의 기본 설정과 인물을 배제할 수는 없다. <조커>는 조커에 대한 독창적인 스토리를 구현하면서도 고담시,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 알프레드 집사, 아캄 정신병원 등을 통해 <배트맨>과 연결 고리를 만든다. 하지만 <조커>는 <배트맨>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들을 반복하는 영화가 아니다. 배트맨의 시선을 통해 우리에게 소개된 것들을 조커의 시선에 여과시킴으로써, 익숙한 것들의 또 다른 낯선 면모를 드러내는 것이 <조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조커>를 이야기하면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중복 수상을 금지하는 베니스영화제의 원칙에 따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20kg 이상 감량하며 아서 플렉/조커의 모든 것을 담아낸 호아킨 피닉스는 그의 영화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호평을 얻었다. 호아킨 피닉스와 함께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인 재지 비츠, 마크 마론, 브래트 컬렌, 그리고 무엇보다 로버트 드 니로의 존재감은 <조커>가 “눈부시게 대담”(가디언)한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일 것이다.

※ 이 글을 쓴 안시환은 영화 평론가다.

Cooperation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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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안시환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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