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복고의 시대

패션부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며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뉴트로 열풍. 뷰티도 피해 갈 수는 없다.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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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RO SYNDROM
“유행은 돌고 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만큼 크게 공감한 문장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예스러운 것이 핫한 것으로, 촌스럽다고 여겼던 것이 힙한 것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고, 일상 속 모든 요소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초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뒤흔든 메가 트렌드가 다름 아닌 복고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 그것도 전혀 새로운 모습의 복고라니, 도무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트렌드 코리아 2019>의 저서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2019년을 강타할 메가 트렌드로 뉴트로를 선정했고,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새로움을 의미하는 뉴(New)와 과거를 의미하는 레트로(Retro), 서로 반대되는 의미를 지닌 두 단어가 만난 뉴트로( Newtro)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일상이 뒤바뀌어버린 것이다. 오래된 것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에 맞게 변형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바로 뉴트로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유행이 그러하듯 뉴트로 트렌드 역시 언제, 어디서부터, 누가 유행을 시켰는지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저 지레짐작을 해보자면 그 시작은 아마도 복고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일 것이라 생각한다. 2012년에 방영된 이 드라마를 기점으로 90년대를 추억하는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익선다다의 공간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죽어 있던 익선동이라는 공간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려 새롭게 재탄생하고, 종로와 을지로의 노포가 힙스터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면서 본격적인 뉴트로 시대가 도래했다. 이윽고 올해 더욱 거세진 뉴트로 트렌드는 패션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그 영향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뉴트로 열풍이 가장 세게 강타한 곳은 바로 패션업계다. 가장 주목해야 할 브랜드는 바로 구찌다. 명품 브랜드라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스트리트 패션 요소를 더해 파격적인 복고 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울어가던 브랜드의 명성을 최고의 브랜드 반열에 올려두는 데 성공했다. 브랜드 고유의 G 로고를 최대한 과장되게 사용한 디자인이라던가, 할머니 옷장 속에서나 볼 법한 벨벳이나 자수 장식이 극대화된 의상, 여기에 80년대 아저씨들을 상징하는 잠자리 안경까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당장 구입하고 싶을 정도로 핫한 스타일로 변주해 선보였다. 구찌의 큰 성공 이후, 디올과 펜디, 루이 비통 등의 명품 브랜드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로고 플레이 디자인의 아이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에서는 최근 헤리티지 라인을 출시했는데, 브랜드를 리뉴얼하며 사라진 갈고리 라인 로고를 부활시킨 제품으로 인기를 모았다. 휠라나 챔피온, 르꼬끄 등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브랜드가 재조명되며 뜨거운 주목을 받는 것도 뉴트로 트렌드 덕분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식음료 업계까지 뉴트로 일색이다. 팔도비빔면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선보인 괄도 네넴띤과 80년대에나 마셨을 법한 디자인의 진로 소주까지 다시 등장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뉴트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토록 거세게 불어오는 뉴트로 신드롬, 뷰티 역시 예외는 아니다. 

 

 

 

WAY BACK TO RETRO
버리고 덜어내는 삶이 아닌, 오히려 꽉꽉 채우고 더하며 지나간 것까지 다시 꺼내서 늘어놓는 것, 그것이 바로 뉴트로다. 과해 보일 정도로 채도가 높고 화려한 컬러를 사용한 메이크업과 빅 사이즈 액세서리, 그리고 오버사이즈 의상을 입는 등 절제되지 않은 패션과 메이크업은 얼핏 불완전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뉴트로의 진면목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생겨난다. 세련된 매력이 아니라 어딘지 촌스러워 보이지만 신기한 매력에 눈을 뗄 수 없는 것. 

 

이번 시즌 런웨이 역시 뉴트로 감성에 푹 빠진 듯하다. 구찌 쇼의 모델들은 가는 갈매기 눈썹을 선명하게 그려 넣었고, 로베르토 카발리의 모델들은 하나같이 텁텁한 갈색의 아이 메이크업과 벽돌색 립 메이크업으로 마치 90년대 브라운관 속 스타를 마주친 듯한 추억에 잠기게 만들었다. 샤넬에서는 어두운 컬러의 아이섀도로 눈두덩을 가득 채우고 뺨과 입술에까지 과장된 컬러를 사용한 글래머러스 메이크업을 연출했으며, 우아하게 웨이브진 헤어스타일과 오버사이즈 액세서리를 함께 매치해 더욱 복고스러운 무드를 자아냈다. 토미 나우 컬렉션은 그야말로 복고 그 자체. 화려한 컬러의 의상과 지글지글 볶아놓은 디지털 펌 스타일, 그린 컬러의 아이섀도와 새빨간 립 메이크업까지 그야말로 과장 그 자체인 스타일링으로 시선을 끌었다. 알렉산더 왕은 흔히 등산용 손수건이라 여기는 붉은색 손수건을 헤어밴드로 연출해 90년대 청년들의 반항적 스타일을 완성했고, 에트로에서는 어머니가 한 땀 한 땀 뜨개질해 만든 것 같은 베레모를, 아크네에서는 손수건으로 머리를 묶어 올린 듯한 헤어 액세서리를 선보여 뉴트로 트렌드에 합류했다. 이 밖에도 거미핀이라 불리던 집게 액세서리와 두툼한 곱창 밴드를 사용한 포니테일 헤어, 실핀과 똑딱핀으로 가르마를 나누던 학창 시절 추억의 헤어스타일까지 지난 시절 유행한 헤어 액세서리가 대거 등장했다. 층을 여러 겹 넣어 거친 느낌을 주는 일명 섀기컷 스타일이 최근 허쉬컷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트렌드로 떠올랐고, 벽돌색이나 말린 장미 컬러 등 과거 유행한 색상 또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한다. 컬러를 눈두덩에 넓게 펴 바르는 스타일의 과장된 아이 메이크업의 유행까지 헤어, 메이크업 영역에 있어 뉴트로의 영향력은 가히 엄청난 수준이다. 

 

 

 

VERSION OF NEWTRO
지금의 뉴트로 트렌드와 기존에 여러 번 등장한 복고 열풍은 큰 차이가 있다. 과거의 복고 열풍은 그때 그 시절을 향유한 기성세대가 추억하는 과거의 것들을 다시 꺼내놓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복고 문화를 소비했던 이들은 3040세대, 혹은 5060세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의 뉴트로를 소비하는 메인 타깃층은 다름 아닌 1020세대. 80년대와 90년대, 더 멀리 나아가 모던걸 시대까지,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않은 과거의 것들에 1020세대가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3040세대가 뉴트로 문화를 즐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1020세대가 뉴트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르다. 그들은 최첨단 시대에 살면서 과거의 아날로그 문화가 주는 낯섦, 그리고 신기함에 매료되는 것이다. TV 프로그램 속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과거의 촌스러운 스타일,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아날로그 시설이 그들에게는 굉장히 새롭게 다가오는 것. 중장년층은 향수를, 젊은 층은 낯섦을 경험하며 뉴트로 감성에 점점 중독되어간다. 기존의 뷰티 브랜드는 젊은 층의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뉴트로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 결과 알루미늄이나 틴케이스, 종이 라벨을 더한 아날로그 디자인의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더 페이스샵에서는 기존의 인기 스킨케어 라인이었던 미감수 라인의 로고를 한글로 적어 넣고, 글씨체부터 패키지 디자인까지 모두 예스럽게 바꾸어 새로 출시했다. 메인 원료인 쌀과 뉴트로의 감성이 맞아떨어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니스프리에서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휠라와의 협업을 통해 체육대회 콘셉트의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였다. 휠라의 로고를 크게 장식하고 복고풍으로 디자인해 뉴트로 감성을 제대로 담아냈다는 평이다. 평소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코즈메틱 브랜드 폴앤조 역시 90년대 화제의 만화, <도라에몽>을 콘셉트로 한 메이크업 컬렉션을 출시했다. 립스틱과 블러셔에 도라에몽 캐릭터가 각인되어 소장 가치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를 사용한 디자인은 복고 무드를 더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돌체앤가바나의 립 래커는 온통 장미 그림으로 장식돼 복고 무드를 장착했고, 불리1803이나 이솝, 르 라보 등의 브랜드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제품의 아날로그 디자인이 다시 한번 재조명받으며 뉴트로 트렌드에 편승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다시 한번 출시해 눈길을 끄는 브랜드도 있다. 1993년 케이트 모스의 손끝에 들려 있던 CK의 옵세스드 향수를 들 수 있다. 그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오리지널 패키지에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담아 재출시된 CK 옵세스드는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3040세대와 새로운 향에 궁금증을 지닌 1020세대까지 모두 아우르며 관심을 얻고 있다. 이처럼 뉴트로 감성을 접목해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이거나 과거 인기 제품을 재출시해 주목받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아예 처음부터 뉴트로를 콘셉트로 출시된 브랜드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아모레퍼시픽에서 선보인 레어카인드다. CD 세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녹여낸 디자인의 블러셔와 하이라이터, 셰이딩이 모두 담긴 메이크업 팔레트, ‘미니앨범’ 1집을 출시하며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는 메이크업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셀프 젤 네일 스티커 브랜드인 오호라는 뉴트로 스타일의 페디를 선두로 하여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종이 라벨을 붙여 직접 만든 화장품 같은 느낌을 더한 베이식 패키지 디자인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사계절의 향을 담아낸 향수 브랜드 소울시즌스 역시 심플한 종이 라벨 디자인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이끌어낸다. 

 

 

사실 레트로 열풍이 불어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유행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이를 통해 잠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레트로 트렌드의 매력. 그런 의미에서 지금 뉴트로가 하나의 신드롬처럼 거센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이 이끄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싫증과 피로가 뉴트로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지며 아날로그를 새로운 문화로 인식하는 1020세대부터 옛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가 잠시나마 숨을 돌리는 3040, 5060 세대까지 모두 아우르는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뉴트로 신드롬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당분간은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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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주혜PHOTO : PR,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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