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오직 나를 위한 춤을

존재에 대한 확인을 받고 싶은 듯, 로맨스를 찾아 나서는 중년의 글로리아. 그의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삶의 지표.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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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글로리아 벨(줄리앤 무어). 50대 중반의 그는 12년 전 이혼했고, 층간 소음이 심한 집에서 혼자 산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이가 있지만,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각자의 버거운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영화는 글로리아가 한 클럽에서 춤을 추며 주변을 둘러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직 자신의 삶에 로맨스가 남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듯, 자신이 혼자이지 않게 해줄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만 같다. 중년의 글로리아는 새로운 사랑을, 오래된 외로움을 가져가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여기까지만 보면 <글로리아 벨>은 한 여자가 중년의 로맨스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리아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아놀드(존 터투로)를 만나고 그와 중년의 로맨스를 시작하면서부터, 영화는 연애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찾는 이야기 그 너머로 나아간다. 두 사람은 분명히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고 공유하지만 제대로 된 관계 맺기는 여전히, 혹은 젊을 때보다 어렵다. 이미 한 번의 이혼을 경험했고 자녀가 있는 이들은 과거의 관계와 완전히 분리되지도 못하고, 새로운 관계에 대한 확신도 없는 채 로맨스를 이어간다. 자신의 삶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개인에게 삶은 더는 연애로만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을 닫아두어도 자꾸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이름도 주인도 알 수 없는 고양이 한 마리처럼, 삶에는 사소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이 자꾸만 벌어진다. 

 


<판타스틱 우먼>으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은 보통 인물의 평범한 일상을 아름답고 특별한 방식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글로리아 벨>이 렐리오 감독이 칠레에서 연출한 영화 <글로리아>의 리메이크작이기 때문이다. 칠레 산티아고를 배경으로 했던 <글로리아>는 미국 LA로 배경을 옮겨, 원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의 시선 아래에서 다시 태어났다. 2013년 작품인 <글로리아>를 인상 깊게 보고 주인공에게 깊은 공감과 사랑을 느꼈던 배우 줄리앤 무어는,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을 만나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홀로 살아가는 중년 여성의 평범한 일상과 감정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해낼 수 있는 두 사람이 만난 셈이다. 렐리오 감독은 줄리앤 무어가 다시 탄생시킨 인물 글로리아에 대해 “본인의 복잡함과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더했다”고 표현했다. 줄리앤 무어는 탁월한 연기로 엄마이고 딸이며 연인이고 친구이며 때로는 그보다 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관계 속에 살아가는 한 사람인 글로리아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지난해 북미에 영화가 공개된 후, 수많은 언론이 줄리앤 무어의 연기에 보낸 찬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줄리앤 무어를 통해서 글로리아는 고독하고 피곤한, 하지만 계속 삶을 살아나가려고 하고,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춤을 추기를 원하는, 평범하지만 그래서 특별한 사람으로 분명히 존재한다. 이 영화가 말하는 ‘우리는 모두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는 그러니 오늘 최선을 다하라거나, 오늘을 충실히 보내라는 격언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오늘, 오직 나를 위한 춤을 출 것. 자신이 짓는 미소를 바라보며 행복한지를 묻는 이에게, 글로리아는 이렇게 대답한다. “행복한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어요. 남들처럼.” 누구나 그러하듯이. 하지만 그게 인생이고, 그런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혼자서도 가장 사랑하는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이 사실을 깨달은 사람의 인생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적어도 첫 장면의 글로리아와 마지막 장면의 글로리아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며, 중년 여성이 그런 방식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은 드물고, 그렇기에 소중하다. 6월 6일 개봉.

Cooperation 소니 픽쳐스

 

 

 

더네이버, 무비, 글로리아벨

CREDIT

EDITOR : 윤이나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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