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알프스 산세를 품은 이탈리아 코모

푸른 하늘과 호수 그리고 알프스 산세를 품은 이탈리아 코모 호숫가. 오랜 시간 이곳에 방치된 19세기 공장이 고급 휴양 저택으로 거듭났다.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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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산 그리고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실내. 주방에는 야외 테라스로 나갈 수 있는 통창이 설치되어 있다. 높은 천장의 장점을 살려 주방 기구를 설치한 벽면 상부에 메자닌을 만들어 작은 서재를 들였다. 

 

거실은 물론 침실과 주방, 집 안의 모든 공간에서 아름다운 코모(Como) 호수의 풍광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저택. 집을 둘러싼 대형 유리 창문을 열면 선베드와 파이어 플레이스를 갖춘 휴양지 콘셉트의 야외 테라스가 펼쳐지는 가운데 테라스 한쪽 끝으로 요트 선착장이 이어지는 풍경은 이 저택의 럭셔리한 이미지에 방점을 찍는다. 어디가 하늘이고 호수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푸르디푸른 코모 호숫가에 자리한 이 저택은 그 존재감을 세상에 드러낸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거실 한쪽 끝에 자리한 테라스는 이국적인 무드의 휴식처로 꾸몄다. 원목 테이블과 등나무를 엮어 만든 소파는 열대 지방의 리조트에 온 듯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디자인이다. 


알프스 산맥의 빙하가 녹아 모이면서 생긴 코모 호수 일대는 오늘날 할리우드 스타의 별장이 즐비한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탈리아 국내에서는 1900년대 견직물을 비롯한 산업 생산 기지로 명성이 높았던 곳.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이 저택의 태생은 꽤나 흥미롭다. ‘작정하고’ 최대한 자연환경에 어울리게 지은 주변 주택과 달리 기하학적인 흰색 육면체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이 저택은 1921년 산업 생산 기지로서 지어진 건물로, 이탈리아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 알파 로메오의 엔진을 탑재한 보트를 생산하던 조선소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 공장이 다른 곳으로 이주한 후 이 건물은 반세기 동안 빈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건물 주인은 바뀌지 않았지만 이곳을 의미 있게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활용 방안을 두고 오랫동안 숙고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건물주는 이곳을 가족의 보금자리로 개조할 것을 결심했고, 이탈리아 건축가 마시밀리아노 누트리카티(Massimiliano Nutricati)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다리오 투라니(Dario Turani)를 섭외해 주변 경관을 실내로 끌어들이되 외형은 자연 속에 동화된 겸손한 자태로 남아 있도록 디자인해줄 것을 의뢰했다.   

 

 

그랜드 피아노를 놓은 라운지는 주방과 그 뒤로 이어지는 거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조선소였던 공장의 모습은 완전히 잊어야 할 만큼 실내 구조는 새롭게 재구성했습니다. 건물의 볼륨은 그대로 유지하되 내부는 건물주가 요청한, 다양한 스타일을 지닌 휴식처로 바꾸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건축가 누트리카티는 외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서 출발, 3층으로 구성된 공간을 단차를 두고 메자닌을 삽입해 여러 층으로 구성된 듯한 다이내믹한 구조를 만들었다. “호숫가의 풍경을 실내에 끌어들이기 위해 건물 사방을 파노라마 유리창으로 처리했습니다. 이를 위해 시선을 방해하는 기둥을 일부 없애고 1층 중심부에 벽을 만들었습니다. 이 벽을 중심으로 거실과 주방을 나누는 동시에 메자닌 층을 마련해 개방형의 작은 2층을 만들어 공간을 좀 더 짜임새 있고 역동적으로 구성했습니다.” 건축가 누트리카티가 텅 빈 상자 속 같던 실내에 각각 특정 기능과 명분이 있는 공간을 창조했다면 인테리어 디자이너 투라니는 각 공간에 개성을 부여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남성적인 취향으로 꾸민 취미 공간. 어둡고 터프한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기둥은 모두 울퉁불퉁한 돌로 마감하고 천장과 바닥은 짙은 오크 우드로 마감했다. 당구대는 영국의 윌리엄 벤틀리 경(Sir William Bentley)이 제작한 것이고, 벽에 걸린 붉은색 닭 그림은 ‘코즈모폴리턴 치킨 프로젝트’로 유명한 벨기에 출신의 아티스트 쿤 판 메헐런(Koen Van Mechelen)의 작품이다. 

 

“집주인은 이곳에서 온전하면서도 다채로운 휴식을 즐기고 싶어 했어요. 거실은 코모 호수의 탁 트인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게끔 하되, 지역 특유의 이탤리언 스타일보다는 열대의 이국적인 정취가 깃들게 함으로써 휴양지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돋보이길 원했습니다.” 반면 외부 풍경이 잘 드러나지 않는 오락 및 라운지 공간은 클래식한 남성미와 야성미가 느껴지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과 알프스 산장 같은 분위기로 확실한 개성을 표출한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스피디한 보트와 요트 등을 생산하는 조선소를 운영하는 특성상 집주인은 남성적인 여가 생활을 집 안에서도 즐길 수 있길 바랐습니다. 당구대가 있는 1층 오락실은 벽면 한쪽으로 밝은 채광이 들어오는 구조지만, 의뢰인은 이곳을 가능한 한 어두운 지하 비밀 공간처럼 만들어주길 원했어요. 천장과 바닥은 짙은 톤의 스테인드 오크 우드로, 기존에 있던 기둥은 거친 질감이 살아 있는 회색 돌로 마감하니 감쪽같이 남자를 위한 아지트로 변모했습니다.” 

 

스테인드 오크 우드로 마감한 벽면과 바닥으로 구성된 휴식 공간에 건 빈티지 포스터는 집주인이 오랜 시간 수집한 것 중 하나다.

 

이 집은 방을 옮겨 다닐 때마다 색다른 휴양지를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역 특성을 반영해 알프스 깊은 산속에서 만날 법한 산장 콘셉트의 라운지 공간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이런 다양한 스타일의 공간은 집주인이 평소 즐기는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산장 스타일의 라운지는 집주인이 사냥을 하며 모아 온 헌팅 트로피에 맞춰 공간의 색감을 선정했고, 당구대가 있는 오락실 역시 섹시한 여성과 자동차를 모티프로 한 노란색 톤의 빈티지 포스터를 걸어놓음으로써 특유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지요. 여기저기서 구매해 모은 빈티지 포스터 컬렉션 역시 의뢰인의 확고한 취향이 깃든 것입니다.”

 

휴식을 위한 저택인 만큼 방마다 다양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디자인한 것이 포인트. 이 공간은 알프스 고급 산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차분한 색감과 벨벳 등 따스한 소재를 조합한 것이 특징. 모듈 소파는 피엣 분 디자인 제품이고, 커튼은 로로피아나 원단을 사용했다. 벽면의 대형 흑백 사진은 팀 러틀리지(Tim Rutledge) 작품이다. 

 

침대에 누우면 유리 도어 너머로 그림 같은 절경이 펼쳐지는 2층 게스트룸. 침대 위 빨간색 블랭킷은 로로피아나 제품, 게스트룸 데크에 놓인 아웃도어 가구는 이 집을 위해 건축가가 주문 제작한 디자인이다. 


이 집은 3개 층을 합쳐 7개 침실이 있는 규모를 자랑하며, 특히 호수와 근접한 1층 테라스는 그 면적만 무려 350㎡ 에 달한다. “테라스는 집주인이 별도의 집으로 생각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소예요. 호수와 집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온전히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곳을 테라스라고 생각하죠.” 인테리어 디자이너 투라니는 테라스를 세 영역으로 나눠 디자인했다. 침실에서 바로 이어지는 테라스는 리조트처럼 데크를 깔고 작은 정원을 만들었으며, 그 아래 선큰 수영장을 마련했다.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테라스는 낮은 돌담을 쌓고 돌길을 조성해 자연 산책로를 내고 그 중간에 원형의 고대 화로를 모티프로 한 파이어 플레이스를 만들어 낭만적인 밤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녹음이 우거진 정원이 보이는 깔끔하고 단아한 욕실. 커튼은 로로피아나 캐시미어 원단으로 제작했으며, 바닥은 방수를 위해 레진으로 마감했다. 

 

코모 호수와 산세를 품은 야외 테라스는 이 집의 보석과 같은 존재다. 테라스 근처에 바로 요트를 정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이어 플레이스를 만들어놓아 낭만적인 저녁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이 집에 머물면 그야말로 계절에 맞게, 취향에 따라 원하는 무드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이런 기회를 지인과 공유할 수 있도록 2층을 게스트를 위한 공간으로 할애하고 독립적인 동선을 확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요. 아름다운 경관과 여가 시간을 여럿이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배려한 마음을 담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제게도 뜻깊은 작업이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되살린 재생 건축, 그 안에 삶의 흔적과 개성을 가감 없이 담아낸 호숫가 저택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생을 아름답게 즐기는 사람의 진심이 깃들어 있어서겠다. 

Architect Massimiliano Nutricati Interior Design Dario Tur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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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Mattia Aqu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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