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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부터 수많은 고전 뮤지컬에 가차 없이 조롱을 보내는 메타 뮤지컬 <썸씽로튼>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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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유래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1893년 공연된 <거리에서(In Town)>가 최초의 뮤지컬이라고 한다. 반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그보다 26년 앞서 1866년 제작된 <흉악한 사기꾼(The Black Crook)>이 뮤지컬의 시초라고 주장한다. 한편, 1728년 영국에서 초연된 발라드 오페라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에서 뮤지컬의 기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


뮤지컬 <썸씽로튼>은 16세기 말, 17세기 초에 공연된 <오믈렛(Am-lette)>에서 뮤지컬의 기원을 찾는다. 16~17세기는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발표했다고 알려진 연대에서 추정한 시기다. <썸씽로튼>의 작가 캐리 커크패트릭과 작곡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는 <오믈렛>이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당시 대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극작가는, 물론 셰익스피어였다고. 많은 작가들이 그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좌절을 맛보았다고 한다. 이처럼 셰익스피어는 흠모의 대상인 동시에 시기의 대상이었는데, 그런 이들 중에 닉 바텀과 나이젤 바텀 형제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닉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인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가 셰익스피어의 차기작과 미래에 인기를 끄는 장르를 물어보게 된다. 이쯤에서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면, 정확한 느낌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상으로 꾸며낸 허구니까. 그런데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꽤나 재미있다.
닉이 찾아간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는 하필이면 예지력이 부족한 예언가였다. 핵심적인 내용은 보지 못하는 토마스는 닉에게 <햄릿>의 지엽적인 정보만 들려주는데, 이로 인해 아주 이상한 공연이 탄생하게 된다. 덴마크(Danish) 왕좌를 두고 벌어지는 이 비극은 아침 식사용 데니시(Danish) 브레드를 소재로 한 왕위 다툼 희극으로 변모한다. 제목의 ‘오믈렛’(Am-lette)은 햄릿(Hamlet)에서 ‘H’를 빼먹은 결과다. 뮤지컬 <썸씽로튼>은 셰익스피어에 맞선 바텀 형제의 인류 최초 뮤지컬 <오믈렛>의 좌충우돌 제작기이다.

 


이 뮤지컬의 흥미로운 요소는 <오믈렛>의 내용에만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닉이 뮤지컬을 제작하기 위해 투자를 받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의 이름이 ‘샤일록’이었고, 결국 이 일로 소송이 걸려 사형 선고를 받자 닉의 부인이 변호인으로 ‘남장’해 변호했다는 사실 등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패러디한 것이다. 심지어 닉의 재판에는 셰익스피어가 참고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작품만 보면, 마치 셰익스피어가 이 경험으로 <베니스의 상인>을 쓴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커크패트릭 형제는 셰익스피어가 다른 이의 작품을 베꼈다고 은연중에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뮤지컬 <썸씽로튼>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길 거리가 풍부한 아주 지적인 코미디다. 평소 뮤지컬을 자주 관람하였다면 더욱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에 대한 뮤지컬, 이른바 메타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뮤지컬 <썸씽로튼>에는 <레미제라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코러스라인> 등 고전이 된 뮤지컬부터 <렌트>, <위키드>, <애비뉴 Q>, 그리고 <드림걸즈>까지 다양한 뮤지컬 음악이 삽입되어 있다.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풍자하듯, 커크패트릭 형제는 고전 뮤지컬도 가차 없이 조롱한다. 


<썸씽로튼>은 2014년 첫 워크숍을 거쳐, 2015년 3월 프리뷰로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이다. 초연 당시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썸씽로튼>은 토니상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비록 수상의 영광은 남우조연상에 그쳤지만. 그런데 이 뮤지컬, 초라한 수상 결과에 대해서마저 ‘Loser’라고 당당하게 희화한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6월 9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엠트리뮤직, 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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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일송PHOTO : 썸씽로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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