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이 시대의 피노키오

사회적 의제를 현대인의 행동 양식에 대입해 독특하게 풀어내는 데 능한 안무가 야스민 바르디몽. 그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바로 디즈니가 자신의 최대 걸작이라고 칭하는 <피노키오>다.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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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영상 해석보다 훨씬 더 풍부한 영감을 주었다. 나는 이 소설의 스토리에만 매료된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사회가 철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교육의 본질에 관한 중요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 이야기가 쓰인 것을 알고 흥미를 느꼈다. 소작농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의 자녀가 학교에 가서 ‘진짜 소년’이 될 수 있을까 또는 ‘당나귀’처럼 단순 노동력이 될 운명일까? 나는 인간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의 가정을 탐구하게 해주는 이 고전적인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야스민 바르디몽의 무용극 <피노키오>가 5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바르디몽은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로, 현재는 영국을 근거지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는 영국 현대 무용계에서 명성 높은 안무가 중 하나인데, 바르디몽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아무래도 친숙한 <피노키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나을 듯싶으니.


사람들이 피노키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피노키오의 모습일 것이다. 노란 펠트 모자를 쓴 작고 귀여운 목각 인형. 그 앙증맞은 모습에 월드 디즈니는 <피노키오>를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수익은 전작인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배 이상 올렸지만, 디즈니는 <피노키오>가 자신의 최대 걸작이라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피노키오>가 그가 추구하는 당대의 윤리 규범을 충실히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피노키오>의 첫 번째 교훈은 ‘정직’이다. 상식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교훈이다. 그러나 이는 <피노키오>가 품은 교훈의 일부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 속 피노키오는 악당에게 걸려들어 인형 극단에서 학대와 착취를 당하고, 사기꾼의 꾐에 빠져 돈을 잃고, 나중에는 당나귀로 변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피노키오가 노력하지 않고 놀기 좋아해 벌어진 일이다. 어른의 표현으로는, ‘노동은 하지 않고 손쉬운 성공을 거두려고 해 벌어진’ 일인 것이다.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교훈은 ‘성실’이다. 애니메이션 <피노키오>를 개봉한 1940년은 대공황 후 대량 실업과 빈곤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대두된 시기로, 디즈니는 바로 이 ‘성실’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러나 카를로 콜로디의 원작은 조금 복잡미묘하다. 원제인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알 수 있듯 원작은 모험 소설로서,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한 피노키오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좌충우돌하는 모험담이다. 거짓말에 대해서는 클로디가 디즈니보다 더 관대한 편이었으나, 전반적으로는 클로디의 원작이 더 잔혹하다 할 수도 있겠다. 일례로 클로디는 피노키오를 죽이기도 하고, 당나귀로 변하게 만들어 가죽을 벗기려 하기도 했다. 이는 클로디가 작품을 쓴 1880년대 이탈리아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안무가 바르디몽이 주목한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바르디몽은 사회적 의제를 현대인의 행동 양식에 대입해 독특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안무가다. 특히 그는 묵직한 화두를 인간 신체의 한계를 넘나드는 유쾌한 안무로 표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 <피노키오>도 그 자장 안에 있다. 인용했듯, 바르디몽은 “소작농(제페토)이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의 자녀(피노키오)가 학교(노동 인력 양성 기관)에 가서 ‘진짜 소년’이 될 수 있을까, 또는 ‘당나귀’처럼 단순 노동력이 될 운명이었을까? (종국에) 나는 인간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에 관심을 가지고 <피노키오>를 만들었다. <피노키오>는 이런 질문에 대한 그의 깊은 성찰이다. 일례로 그는 피노키오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 학교에 가지 않은 것으로 새로 썼다. 당시 농민을 상징하던 당나귀는 지금 시대의 노동자로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주제를 매혹적으로 아름답게 무대가 꾸며낸다는 사실이고, 분명한 점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감동, 아니 성찰을 준다는 사실이다. 

 

Cooperation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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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일송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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