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SUNSHINE FROM THE WEST

흰색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한 집, 그 절벽 아래 푸른 지중해가 펼쳐지는 풍광. 인테리어 디자이너 오드리 베르나뵈가 개조한 집은 마르세유 루카 블랑의 절경을 품고 있다.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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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흰색 절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거실. 집주인 오드리는 이 절경을 살리기 위해 공간 대부분을 흰색으로 연출하고 가구 역시 화이트로 선택했다. 다만 카펫은 공간에 리듬을 부여하도록 블랙&화이트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매치했다.

 

오래된 집을 고친다는 건 그만큼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무언가가 집 안에 깃들어 있다는 뜻.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오드리 베르나뵈(Audrey Bernabeu)는 3년 전,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에서 ‘이상형’에 꼭 맞는 집 한 채를 발견했다. “하루 종일 빛이 풍부하게 들어오는 채광이 기분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전망은 가히 마르세유 최고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함께 집을 둘러본 남편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1930년대 지어진 노후 주택은 어린 두 남매를 둔 아빠로서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 “제가 10대 시절을 보낸 동네에 있는 집인 만큼 본능적으로 특장점을 파악하고 개조할 자신이 충분했어요. 다행히 남편이 저를 믿어준 덕에 햇살 가득한 전망 좋은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답니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채광이 좋지 않은 게스트룸은 흰색 꽃이 만발한 화사한 벽지로 포인트를 주어 단점을 극복했다. 짙은 배경 속 흰색 꽃은 오히려 눈이 부시는 듯한 착시 효과를 선사하기 때문. 베딩은 지중해 휴양지 느낌을 만끽할 수 있도록 리넨 제품을 배치했다. 

 

오드리 베르나뵈의 집은 마르세유 루카 블랑(Roucas Blanc)에 자리한다. 프랑스어로 흰색 암석을 뜻하는 루카 블랑은 마르세유의 랜드마크인 언덕 위 우뚝 솟은 노트르담 성당을 오르는 길목으로도 유명한 곳. 가파른 경사에 좁은 골목을 배경으로 줄지어 있는 주택은 멀리서 바라보면 하얀 석회암 절벽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서 있어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언덕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우리 집도 반대편에서 보면 무척 위태롭게 느껴지겠죠? 그런데 거실 창 너머로 기암괴석 언덕 마을을 바라보는 묘미는 정말 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하나예요.” 오드리 베르나뵈가 집을 개조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전망과 빛이었다. 절벽 기슭에 세워진 집인 만큼 바닥 높이가 제각각이었던 실내는 잘게 쪼갠 구조여서 시야가 답답했고 짙은 마룻바닥에 벽면은 공간마다 색이 달라 복잡해 보였다. “원래 제 전공이 법률이라 어떤 문제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편이죠. 그런데 이 집은 온전히 제 직감에 자유라는 고삐를 달고 완성한 색다른 기회였습니다.” 

 

풍부한 채광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한 주방은 빛으로 완성한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방 역시 화이트를 테마로 디자인했다. 원래 집 석벽을 살리되 흰색으로 페인팅해, 햇빛의 음영이 돋보이도록 했다. 바닥은 자잘한 꽃무늬 블랙&화이트 타일을 깔고 주방 가구는 단순미를 강조하기 위해 미니멀 스타일의 독일 불탑 제품을 선택했다.

 

세심히 집을 둘러본 오드리 베르나뵈는 정원 테라스 일부를 실내로 편입하고 넓은 통창을 통해 외부 풍경을 집 안에 끌어들였다. 주방과 거실 그리고 테라스가 있던 1층은 기존 방문을 다 없애고 탁 트인 스튜디오처럼 설계한 다음 거실 공간을 주방과 다이닝룸으로 구성하고 전망 좋은 테라스를 따라 낸 전면 창 앞에 거실을 배치했다. “손님을 초대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다이닝룸이에요. 1층 면적의 절반 이상을 주방과 다이닝룸이 차지하고 있지요. 소파가 있는 거실은 주방과 다이닝 섹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이 좁고 긴 형태지만 네 식구가 둘러앉아 오붓한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아늑함이 마음에 들어요.” 형식과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직감과 본능에 집중한 오드리 베르나뵈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화이트 컬러로 완성도를 높였다. 프로방스 지역의 관문이자 프랑스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인 마르세유. 프랑스에서 파리, 리옹 다음으로 큰 도시인 마르세유는 전통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별장을 짓고 지중해 낭만을 즐기는 휴양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절벽 끝이 보이는 마스터 베드룸. 침대에 누웠을 때 TV 대신 이 풍광을 볼 수 있도록 침대 배치에 신경 썼다.  

 

마르세유의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다이닝룸 코너.  

 

“마르세유에서 나고 자란 제게 이곳은 그저 평범한 삶의 터전으로 기억됐을 뿐이죠. 그런데 다시 돌아와보니 저와 가족에게 마르세유는 프로방스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설렘 가득 발을 내딛는 휴양지, 딱 그 자체였습니다.” 오드리 베르나뵈가 집 안 전체에 화이트를 적용한 것은 지중해 연안 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오겠다는 의지였다. 사진가의 딸이기도 한 그녀는 사진 예술에서 8할을 차지하는 빛의 중요성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중해 햇빛이 하얀 실내로 들어오면  빛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반사되어 찬란하게 퍼져 나갈지 충분히 가늠했던 것. 바닥에서 천장까지 모두 화이트로 칠한 실내는 별다른 장식 없이 창 너머 푸른 하늘과 바다만으로도 충분히 이국적인 휴양지 무드를 자아낸다. 

 

이 집에서 거실보다 더 크게 배분한 공간은 바로 키친&다이닝. 그중 다이닝룸은 채광이 가장 풍부하게 들어오는 곳이자 활용도가 높은 곳이다. 가족과 이웃, 친구가 하나 되는 다이닝룸은 발리에서 구한 거대한 원목 테이블이 중심. 이국적인 휴양지 느낌을 주는 대형 선인장 화분과 신화 속 이야기를 묘사한 거대한 그림 작품이 오묘하게 어우러진다. 

 

“너무 흰색으로 일관하면 눈부시고 지루해서 살 수 없을 거예요.” 인테리어 디자이너답게 최소 단위로 최대 효과를 연출하고자 노력하는 오드리 베르나뵈는 화이트의 고루함을 완화하기 위해 마감재와 같은 색상이더라도 타일, 카펫, 벽지 등의 소재를 다르게 적용해 질감을 달리 표현하거나 블랙 포인트로 강약을 조절하는 등 섬세한 터치를 더했다.  
“현재 주방이 위치한 곳의 벽은 지역 건축 특성상 돌을 쌓아 만들었는데 과감히 흰색으로 칠했습니다. 내추럴한 돌 색감도 좋지만 햇빛을 받아 드러나는 울퉁불퉁한 돌벽의 음영이 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화이트의 단조로움을 보완해주죠.” 그리고 이런 느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자 주방 바닥은 잔잔한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하고 간간이 활용한 블랙 플라워 패턴은 집 전체를 이국적인 휴양지 스타일로 완성하는 방점이 되었다. 

 

파도 치는 바다의 물결을 표현하는 듯한 타일 바닥이 매력적인 욕실. 화이트 벽면에 설치한 블랙 창호는 시선을 외부 풍경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준다. 

 

첫째 딸 방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알록달록한 컬러가 숨 쉬는 공간이다. 새장 조명과 거위 인형 등 자연친화적인 소품과 파스텔 톤의 폼폼 모빌과 옷걸이 등 엄마가 고른 디자인 소품으로 아기자기한 동심의 공간을 완성했다.

 

오드리 베르나뵈는 정식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운 적은 없다. 오히려 이 집이 그녀의 첫 번째 프로젝트라 해도 무방하다. 다만 그녀는 끊임 없는 호기심에 이끌려 인테리어, 리빙 디자인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들을 자신의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하는 등 ‘독학’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나갔다. 아이가 생겨 육아에 몰두할 즈음에는 키즈 디자인 용품에도 관심이 생겨 한때 아동 전문 디자인 온라인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고. 

 

가공하지 않은 자연의 느낌을 중시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오드리 베르나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걸어놓은 꽃 모양의 철제 조각 장식은 오드리 베르나뵈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것이다.

 

아이들 방은 엄마의 인터넷 검색과 여행 중 들른 인테리어 숍 등에서 발견한 참신한 아이디어와 동심을 담은 디자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엄마가 고른 가구와 소품을 좋아하는 열성 팬이라고. 아들은 특히 집 모양 침대에서 책을 읽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제도권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은 덕분에 어떠한 형식이나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 오드리 베르나뵈는 자신의 솔직한 취향을 따르며 독창적인 세계를 형성해가고 있다. 다이닝룸은 지중해의 이국적인 별장처럼 꾸미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공간으로 그녀의 감각을 한눈에 감지할 수 있다. “전형적인 프로방스 스타일을 기대했다면 실망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국적인 스타일이란 낯선 것을 조합해 처음 접하는 듯한 신선한 분위기로 연출하는 것입니다.” 발리에서 구한 원목으로 만든 거대한 식탁과 둥근 깃털 조명은 자연 소재의 특징을 살려 수공예적으로 간결하게 정제한 디자인. 오드리 베르나뵈는 이 독특한 조합에 대형 선인장 화분을 더함으로써 다이닝룸을 확실히 남다른 해석이 돋보이는 이국적인 정서로 연출했다. “사실 컬러부터 마감재, 가구, 소품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내가 살 집이라 해도 혼자 결정하고 조합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었지요. 자칫 무모할 수 있는 도전을 호기롭게 할 수 있었던 데는 저를 믿고 지지해준 남편과 창밖으로 펼친 독보적인 풍경의 힘이 컸습니다.” 그녀가 고백(?)하길, 이 집의 인테리어는 시선을 창밖으로만 잘 유도해도 절반은 성공임을 예감했다고. “우리 집 창틀은 모두 블랙으로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내지요. 화이트 일색인 공간에서 검은색 창틀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창밖으로 끌어냅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이 창문 덕분에 벽에 특별히 그림을 걸 필요가 없답니다.” 그림을 찾는 수고를 덜어낸 대신 오드리 베르나뵈는 ‘엄마’로서 아이들 방 꾸밈에 신경을 썼다. 각자의 방이 생긴 남매에게 환경은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장난감보다는 장난감처럼 즐길 수 있는 가구와 소품으로 방을 꾸며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이 그 안에서 스스로 독서도 하고 창조적인 놀이도 할 줄 안답니다.” 다행히 엄마의 ‘빅 팬’인 아이들은 엄마의 새로운 디자인 큐레이션을 기다린다고. “그래도 이 집을 완성하고 가장 신난 건 제가 아닐까 싶어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무실도 집 안에 마련했고, 언제든 생각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실제 인테리어 스튜디오가 바로 우리 집이니까요.”    

WRITER LEE JUNG MIN  Stylist Bettina Laf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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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Christeophe Dugied (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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