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80년대로 돌아간 패션 트렌드

데님의 변신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과감한 염색과 워싱을 입은, 이번 시즌 데님의 신세계.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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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이야기다. 바로 잉글랜드 리버풀 FC 감독 빌 샹클리의 명언이다. 그의 말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인용되고 변형되는 밈(Meme)이 되었다. 패션에서 변하지 않는 클래식이자 하나의 밈이 된 소재를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당신뿐 아니라 당신이 아는 모든 이가 입고 있거나 혹은 가지고 있는 소재, 바로 ‘데님’이다. 하물며 스티브 잡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리바이스 501 데님 팬츠 아닌가. 럭셔리의 세계로 데님이 진입한 지는 이미 오래지만 그 변신의 폭과 확장성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올해 S/S 시즌 데님의 행보는 유독 거침없다. 


작업복, 군수용품으로 납품하던 텐트용 천의 컬러가 녹색이 아닌 청색으로 잘못 만들어져 우연히(?) 탄생한 소재. 그 시대 하위 계층이 즐겨 입던 소재가 바로 데님이다.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6세기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생산된 ‘라 세르주 드 님(La Serge de Nimes)’이라는 능직의 면직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데님은 이의 미국식 표기이다. 185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금광으로 골드 러시(Gold Rush) 붐이 일었다. 노동자에게는 거친 일에 적합한 튼튼한 작업복이 필요했다. 1870년대 후반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인디고블루로 염색한 데님 소재 오버올을 제작했고, 이는 소재 특유의 튼튼함과 질긴 특성 때문에 광산 노동자에게 인기를 얻었다. 또 데님 특유의 블루 컬러는 거친 노동으로 인해 긁히거나 오염이 생겨도 잘 표시나지 않아 작업복에 아주 적합했다. 1929년, 대공황 때 극심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부의 목장주들이 동부 상류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목장을 개방했고, 그와 함께 미 서부에서 작업복으로 착용되던 데님 팬츠는 일상복으로 전파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을 대신해 노동 산업에 참여하면서 데님 팬츠는 본격적으로 성별을 뛰어넘어 대중에 확산되었다. 젊음과 반항의 상징 제임스 딘이 청바지를 입고 뭇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던 1950년대,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 <자이언트(Giant)> 등의 흥행에 힘입어 데님은 10대의 비공식 제복(?)으로 떠올랐다. 트렌드에 민감한 10대가 506 데님 재킷과 팬츠를 착용한 영화배우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님은 여전히 노동자 옷으로 치부되며 당시 학교나 레스토랑에서 데님 팬츠 착용을 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10대는 기성세대의 편견을 조롱이라도 하듯 더 열광적으로 데님을 찾았다. 부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그 시절 10대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데님으로 표출한 것. 이렇게 대중화된 데님은 1978년에 이르러 하우스 브랜드 캘빈 클라인의 런웨이에 등장해 화려한 변신을 맞는다. 다양한 기법의 염색과 장식을 가미해 디자이너의 터치를 더한 데님이 럭셔리한 소재로 거듭난 것이다. 

 

 

 

데님이 소재나 염색 기법, 디자인으로 가장 주목받으며 정점에 오른 시기 또한 바로 1980년대. 데님의 황금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시기 데님은 소재 중의 왕으로 군림하며 자유를 표방하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특히 커다란 사이즈는 물론, 특유의 러프함을 그 어떤 소재보다 잘 나타내는 돌청 데님 재킷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상징. 홀치기 염색을 한 돌청이 새로운 모습으로 2019 S/S 런웨이를 뜨겁게 달궜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화된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남성미 가득한 거친 염색 기법을 반영한 데님 룩이 강인한 여성성을 반영한 룩으로 재탄생해 핵심 트렌드로 떠올랐다. 1980년대를 재조명하려는 흐름 속에서 강렬한 염색과 패치워크를 더한 이번 시즌 데님이야말로 여성의 목소리를 투영하는 그 어떤 울림과도 같다. 


올 시즌 런웨이를 살펴보면 ‘홀치기(TIE-DYE)’ 염색을 데님에 적극 시도한 스텔라 매카트니의 점프슈트와 이자벨 마랑에서 선보인 패치워크 원단을 이어 만든 데님 재킷, 복고풍 쇼츠가 우선 눈에 띈다. 또 발맹은 물 빠진 데님 콩비네종과 블루종을 한 쌍으로 구성, 가죽 스키니 팬츠에 데님 버뮤다 팬츠를 레이어드한, 새로운 개념의 데님 룩을 제안해 시선을 모았다. 오프화이트와 MSGM 역시 화이트에 가까운 연한 블루 데님에 홀치기 염색 기법을 사용해 세련된 느낌의 데님 스타일링을 연출했다. 블루칼라 계층의 유니폼이었던 데님이 20세기 중후반 젊은이들의 열광 속에 하나의 밈으로 부상했다가 1980년대 몇몇 디자이너에 의해 미국적 럭셔리 소재로 재부상한 지 수십 년이 지났다. 이후 글로벌 세계에 데님의 무한 변신을 이끌었고, 그 변화의 폭과 확장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패션은 시대를 반영한다. 사회, 정치, 문화는 물론 경제 지표까지 말이다. 좀처럼 밝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과 반대로 바로크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호사스러운 데님이 런웨이를 점령하던 시즌도 있고, 청청 패션이라고 불리며 상의와 하의를 모두 데님으로 입는 일명 ‘캐나디안 턱시도’가 트렌드인 시즌도 존재했다. 그리고 무수한 데님 트렌드가 등장하고 사멸해간 가운데 트렌드의 시곗바늘은 자유분방함을 표출하던 1980년대의 데님을 가리키고 있다. 홀치기 염색과 아이스 워싱을 가미한 이번 시즌 데님은 나른해진 요즘 날씨에 톡 쏘는 청량감을 선사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앞서 말했듯 자유로운 환경, 창의적인 생각, 혁신성을 대변하는 소재를 꼽는다면 단연 데님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 데님 스타일링은 정답이 없다(그만큼 브랜드에서도 다채로운 스타일링을 제시한 것 아니겠나!). 언제나 잘 갖춰 입을 필요 없다. 그저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는 자유분방함을 가지면 그뿐이다. 마치 1980년대 그 시절, 그때처럼. 슈트와 몸을 꽉 죄어오는 수많은 소재와 옷 가운데 자신을 툭 내려놓을 수 있다는 점, 바로 이것이 워싱과 홀치기 염색으로 가득 물든 이번 시즌 데님의 큰 특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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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오현민PHOTO :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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